두 발자국

결혼 20주년을 기념하며

by 연아

절대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에 잠깐의 생각이

그 시간을 거스른다

어디론가 향하는 어느 겨울

하얀 눈이 발목을 뒤덮었다

아무도 찾지 않은 흔적이 고스란히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을 때

첫 발자국을 남기는 두 사람.

순백의 차가운 양탄자는

눈이 부시게 따듯했다

어떤 시간의 찰나에도 차가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았다

차가울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사랑이었다

그 시간이 이렇게도 선명한데

한 발자국 겨우 뗀 거리만큼 금세

오랜 시간을 건너왔다

밤마다 뒤척이며 돌아 누웠던

그 발자국이 남긴 많은 흔적들이

이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무르익어 가고

우리의 가슴에 아픔으로 그어졌던

빗금들이 서서히 아물어 갈 때쯤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설경위에

새롭게 내딛는 두 발자국을 다시 본다

차가울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그 해 겨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