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꿈

아버지도 꿈이 있었을 텐데

by 연아

해방둥이

어쩌다 보니

많은 형제들보다

먼저 태어나 버렸습니다


밑으로 동생만 일곱 명


국민학교만 졸업하면

웬만큼 배웠다고

학교를 안 보냈던 그 시절


학교 갔다 돌아오는 산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진달래 꽃으로 배를 채웠고

너무 취해 깜박 잠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6년이 지나고

학교에서의 배움은 끝이 났습니다


이제 학교가 아닌

집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현실의 배움을 이어 나갑니다


식구들이 많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듯 장남이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물고기도 잡고

농사도 짓고

한평생 산과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집니다


결혼을 하고 나니

다시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또 일을 합니다


언제나 말이 없습니다

그냥 묵묵히 책임져야 할 가족들을 위해

살뿐입니다


간혹 가다

술을 한잔씩 마십니다


말씀이 없으셔서 몰랐지만

술을 마시는 날은 너무 힘든 날입니다


유일하게 하시는 일탈입니다


가끔씩 가족 모임을 할 때

노래방에 간 적이 있습니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시는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노래도 곧 잘하십니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아이처럼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짠 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평생을 사시는 동안

한 번이라도 당신의 꿈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가족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늘 말없이 일만 하셨던 아버지


인생 2막을 꿈꾸지도 못할 만큼

이제는 쇠약해지셨습니다


키도 많이 작아지셨고

귀도 잘 들리지 않으시고

시력도 좋지 않아

앞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자꾸 병원에 갈 일이 생깁니다

고된 육체노동으로 인한 수술 자국만

벌써 여러 군데입니다


좋아하시는 노래라도

많이 부르셔야 할 텐데

좋아하시는 꽃구경이라도

많이 가셔야 할 텐데


마음이 아려 옵니다


아버지도 꿈이란 게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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