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두렁, 논두렁에서 자랐던 꽈리. 요즘은 친정에 가서 주변을 둘러보아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진은 몇 년 전 지심도에 갔을 때 찍은 꽈리 사진이다. 섬을 돌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너무 기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잊고 있었던 추억을 하나 소환한 느낌이랄까... 1급수에만 사는
물고기처럼 이제는 꽈리도 잘 보존되어 있는 원시림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는 장난감이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과 들, 바닷가에서 주워 만든 천연 장난감들이 많았다. 그중에 꽈리도 우리에겐 신기한 천연 장난감이었다. 통통하게 익은 꽈리 속을 빼내고 입에 넣어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소리를 내는 거였다. 친구들이 모여 같이 소리를 낼 때면 마치 개구리 우는 소리같이 떼창이 되기도 했다. 소리를 더 잘 내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잘 내지 못해 속상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학교 옆 작은 문방구에서는 꽈리처럼 소리를 내는 고무로 된 장난감이 있었다. 꽈리가 먼저였는지 문방구에 고무 장난감이 먼저였는지 알 수는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꽈리는 고무로 된 장난감을 살 수 없어서 어머니들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무 꽈리만큼 탄력은 없었다. 그래서 잘 찢어지긴 했지만 밭두렁에 흔하게 피어 있어 다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추억은 언제 소환에도 애틋한 그리움을 가져다준다. 지나치는 식물에도 이런 추억이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시골길을 가다 다시 꽈리를 본다면 그때는 꼭 한번 입에 넣고 소리 내어 보고 싶다. 엄마 생각, 밭두렁 생각, 친구들 생각하며 선연하게 피어나는 시골 향기를 담고 그리움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