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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를주는이 Jan 27. 2022

외갓집 가는 길

청보리밭의 향연[오월의 추억]

어릴 적 엄마 손잡고

외갓집 가는 길은

한 폭의 시화였다


오월의 햇살과

오월의 산들바람


거대한 초록 물결을 이루는

청보리 밭에선 바스락바스락

행복 웃음소리


그 소리와 늘 함께 하던

돌담 사이 해묵은 이끼는

다시 초록이 되었다


마당 한 커다란 앵두나무는

담장 너머 가지를 뻗어

마중의 손을 내밀고


높낮이가 서로 다른 장독대는

너나 할 것 없이 뚱뚱한 배를

봄볕에 반짝거린다


엄마는 엄마를 부르고

나는 할머니를 부르고


축담에 앉아 돌아보시던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

반가움의 미소로 춤을 춘다


할머니와 엄마의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는 방안 여기저기

나란히 놓여 있던

못난이 인형이 무서워

도망 다니느라 바쁘고

 

그 시간의 흐름을 깨듯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면

내 손엔 늘 그래 왔듯이


사이다 한 병

새우깡 한 봉지

동전 200원


할머니께서 꼭 쥐어 주신다


다시 볼 수 없는 세월이

흐르고서야 생각나는

한 폭의 시화 같은

외갓집 가는 길


이제 먼 기억을 뒤져야만

떠오르는 내 어릴 적

마지막 오월의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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