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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재미 Jun 17. 2024

AI가 나의 일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1.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지만, 관심의 수위가 최근에 확 올라왔다.
먹고살만해지니까 '개인의 행복'과 같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2. (의료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만일 우리가 병들지 않고 먹을 걱정 없이 살면 영원히 행복해질까?


3.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 출현하는 중요한 심리학 주제는 '권태'이다.


4. 인류는 늘 자원이 부족한 '결핍의 삶'을 수만 년간 살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결핍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우리의 꿈이었다.


5. 그런데 만약 AI 로봇이 내 일을 해주고, 나는 (90세, 100세까지) 더 오랜 시간을 산다면?

6. 이제 내 삶에서 잉여의 자원들을 다스려야 하는 시간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7. 이것이 곧 영원한 행복일까? 아니다. '권태'의 시작이라고 본다.


8. 심리학자로서 '권태'는 앞으로 '행복'이란 키워드가 저물면서 출현하게 될 중요한 토픽이 아닐까 생각한다.

-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

영상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jCvTbpenQAo


9. 지난주 애플의 WWDC(세계연례개발자회의) 발표를 계기로, 애플의 시리나 테슬라의 그록 같은 인공지능 기기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찾아보았다.


10. 처음에 든 생각은, '이제 AI 기술의 발전으로 일상의 많은 부분이 편리하게 바뀌겠구나'  며칠이 지난 뒤의 생각은, '어쩌면 인생이 많이 심심해질지도 모르겠다'


11. AI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수록, 그들은 인간에게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제안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12. 나의 루틴과 미래의 일정을 빠삭하게 꿰고 알려주는 녀석 덕분에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며, 낯선 도시에서 길을 헤매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13. 나 아니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업무들도 상당 부분 그 녀석이 대체할 것이다.


14. '최소 시간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AI 덕분에 시간의 빈곤에 허덕이던 현대인들은 훨씬 여유로워질 것이고, 바보같은 실수를 한 후에  멍청함을 자책하는 순간들도 줄어들 것이다. 모든 것이 전보다 더 편해지고 편안해지겠지.  


15. 그런데 왜 나는 뭔가 아쉬운 걸까.
우연의 세계를 즐겼던 나로서는, AI로 인해 일상의 많은 우연과 가능성이 통제된 미래가 조금 천천히 찾아왔으면 좋겠다.  


16. 잘못 들어선 줄 알았던 길에서 꽃밭을 만나는 게 인생의 묘미이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일을 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들이, 예상치 못한 실수를 통해 지혜를 얻는 경험들이, 내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고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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