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까먹은 사실 하나는, 저에게도 아랫사람이 있다는 것이에요.
하이 브런치.
나다.
오랜만에 들어와서 글을 남긴다.
글은 약간의 우울감과 사색 속에 있을 때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다.
글을 쓰지 않았던 지난 시간, 새로운 취미의 발견과 함께 우울감은 잠시 사라졌으니.
그리고 또 다시 최근의 며칠, 우울감이 나를 덮쳤고 생각에 생각이 이어져 글을 쓰러 들어왔다.
하지만 이건 결국 내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야기.
어떻게 보면 나의 일기이자, 내 나름의 성장통에 대한 기록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러니 혹여 나처럼 답을 찾고자 브런치를 유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은 하등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글만 안 썼지 매일 브런치에 들어와 공감되는 글을 찾고 또 나에게 답을 줄 수 있는 글을 찾아다녔다.)
나의 최근 우울감은 결국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싸움 같기도 한 게 회사 스트레스가 먼저인지 아니면 우울감이 갑자기 생겨 정상적인 회사 생활의 궤도에서 벗어난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지난 주 내 인생에선 처음으로 팀원에게 화 아닌 화를 냈다.
현재 나의 위치는 직급은 주임이요, 애매한 중간관리자 역할.
내 위로는 나보다 팀에 늦게 합류한 어린 선배 1명과 입사한지 이제 겨우 1년이 지난 팀장 한 명.
그리고 아래로는 1년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 한 명이 있다.
어쩌다보니 이 팀에서의 이것저것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되어 중간관리자의 개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해한 수준에서 나의 업무는 내 고유의 영역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입과 팀장이 진행하는 업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최근 관련해서 계속 그 둘과 하고 있던 프로젝트 아닌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사소한 소통 오류로 내 심기를 건드렸고, 그게 터져버린 것이었다.
외부 업체를 컨택하는 과정에서 나는 나름대로 기획 및 중간관리 포지션이니 내가 업체를 컨택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업체와의 문의/견적 메일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입이 그 업체에게 내가 문의한 내용과 거의 일맥상통한 내용의 문의 메일을 남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일차적으로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개발 견적 검토가 필요한 내용을 굳이 여러 사람이 보낼 경우 업체와의 소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와중 기존에 소통하고 있던 나를 완전히 제외하고 연락을 취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어떻게 지시를 했을지도 궁금했다. 나도 사실 문의메일에 대한 존재를 알기 전 팀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 받긴 했다. 그러나 나는 신입에게는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으며, 지금 우리가 검토하는 내용을 활용할 수 있을 부분에 대한 팀장의 아이디어만 전달 받았다. 그래서 그 때에도 명확히 “이미 업체에 문의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니 견적 회신을 받고나서 다시 상세히 확인하겠다”라고 답변을 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참조에도 전혀 걸려있지 않은 상태로 업체에 따로 문의가 들어갔다고 하니 이 전체적인 흐름이 엉망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에 대해 신입에게 메일 전달을 요청했으나 나는 그 날 메일을 전달 받지 못했고, 다음 날 오전까지도 급한 문의를 이유로 전달을 받지 못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두 번의 재촉 속에서도 메일 전달을 받지 못한 게 이해가 되지 않던 와중에, 업체 담당자가 두 분이 동일한 내용으로 문의를 주셨다며 신입의 메일까지 내 메일에 붙여서 답변을 주며 마침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메일 내용이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지만 결국엔 내가 요청한 시간 내 받지 못하고 다른 방법으로 그 메일을 확인한 것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났고 참지 못하고 온 몸으로 표현하며 ‘메일 전달 안 해도 된다. 다음엔 빨리빨리 해라‘라고 공개적으로 한 마디를 던지고 말았다.
그 날 사무실의 분위기란.
그리고 나의 멘탈이란.
그 날부터 오늘까지도 내 멘탈은 성하지 않았다.
계속 화가 나고, 한 마디를 더해야 할까? 온갖 고민을 했더랬다.
그리고 조금 전, 나는 나만의 결론 아닌 결론을 내렸다.
1. 내가 까먹은 사실 하나, 나도 누군가의 “윗(?)사람”
나에게 친한 동생이 아닌 후임이 생겼다는 걸 까먹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완전한 윗사람이 아닌 절반 수준의 윗사람인 걸 까먹었다.
나는 지금 팀장을 굉장히 신뢰하지 않는데, 그러면서도 건방지게 내가 팀장급이라 생각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내 얼굴은 부끄러움에 발갛게 달아올랐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나에게 준 것은 주임이라는 직급 뿐인데 마치 내가 팀장인 것처럼 건방지게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늘 나를 잘 따르고 나에게 의지하는 것 같던 그 아이는 결국 내 동생이 아니고 내 친구도 아니고 회사 후임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름 이 곳에 들어와 사계절을 다 겪어가면서 본인의 업무 영역과 욕심이 생겼을텐데, 그 아이에겐 내가 그 선을 침범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실제로 나에게 당일 사과 메신저를 보낸 그 글 속에서 본인의 업무 영역이라 생각했고, 앞으로도 본인이 먼저 도움을 청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더욱 느꼈다. 내가 너무 “언니”의 역할에 빠져서는 다 해주고 지시하고 하려했던 것 같다. 그러니 업무 침범으로 느껴졌을 것이고 결국엔 화를 내는 모습에 ‘권위적‘이라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에 대해선 결국 역할 분담이 모호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리고 유관 지시가 왔을 때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진행했어야 하는데 나는 너무 내 맘대로 내 역할을 정의하고 진행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설사 내가 맞다고 하더라도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르는 것이니 명확히 규정하고 진행해야 했다.
특히 현 팀장의 경우, 팀원들에 대한 역할 분담이 스스로 잘 정리가 안 되는 인물이라(고 나는 생각하여)서 이 부분을 명확히 정리하고 시작했다면 모두가 편했을 것 같다.
지금 와서 그 아이를 잡고 업무 분담을 하기엔 이미 귀가 닫혔을 것이니, 그리고 굳이 그렇게까지 애를 쓰고 싶지는 않아 내 역할은 최소화 하고 그 아이에게 일임하는 형태로 가기로 했다.(스스로) 업체 컨택까지만 하면 그 다음은 담당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 견적 수준 및 진행 여부만 결정되면 일을 넘기려고 한다.
깨달은 것에 비해 옹졸한 결론이지만, 나도 애쓰고 싶지 않음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그간 애써왔답니다.라고 끝까지 자기변명 중!)
2.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구나.
난 내가 미움받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입 바른 말 하나는 잘한다 생각했는데 그런 용기가 없었음을 이제서야 인정한다.
적어도 회사에선 감정은 분리하고 내가 필요한 것들을 취해야 함을 까먹었다.
지금 내가 이런 일을 겪으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았던 것은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 생각했던 우리 파트 팀원들이 나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들은 네편내편 어느 곳에도 있는 사람들이 아니며 생각보다 회사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만해도 그러면서 정작 나는 중요한 인물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복달 했던 것이다.
아마 나는 잘못된 착각 안에서 건방져진 것 같다.
이걸 인정하니까 마음은 편해졌다.
지금 내가 취해야 할 것(경력기술서를 위한 성과)에 집중하는 것으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까진 조금 방황했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성과를 내보자.
3. 나는 권위적인 꼰대이구나.
나는 이제 겨우 30대에 접어든 사람이고, 나름 쿨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 누구보다 권위적이고 꼰대인 사람임을 인정한다.
나에게 후배란 무조건 “네네”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워낙 윗사람들에게 그런 스타일이기에 당연히 나의 아랫(?)사람들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꼰대가 아닐까 싶다.
다들 결국 동료이고, 자신의 성격과 의견이 확고한 사람들인데 무조건 순응하고 수용적이길 바라는 게 참 위험한 발상이다.
나같은 스타일이 최악으로 치닫으면 올바른 소리 하는 참모는 참수하고 입에 발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감투를 씌워줬을 것이다.
매번 외치는 성장 성장도 결국엔 없었겠지. 이렇게 썩은 고인물이 되어 좋은 인재를 내치게 되는 것 같아 무서워졌다.
내가 권위적인 꼰대 라는 사실을 매번 기억하고 정반대로 행동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만 강하게 들었다.
주말을 바쳐가며, 모근에 힘이 풀리는 듯한 스트레스를 느끼며 내가 도출한 결론은 위와 같다.
아아, 매번 시키는 일만 하다가 이제는 그런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며 겪는 어찌보면 성장통 같은 순간들이다.
이게 결국 좋은 결론으로 이어져야 성장통이 될텐데..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하다.
하지만 결국 회사에선 성과를 잘 내는 게 나에게 제일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정신차리고 다시 집중해서 일해야겠다.
우물 안 개구리의 왕놀이는 이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