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가 갖고 있던 진실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곰돌이 푸는 어려서부터 많은 아이들에게 친구와 같은 캐릭터였다. 어른이 된 지금, 곰돌이 푸 만화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팬시 아이템이나 기타 무언가에 곰돌이 푸가 활짝 웃고 있으면 괜히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된다. 그리고 어른이 되고 보니 곰돌이 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진실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릴 땐 미처 몰랐던 곰돌이 푸의 진실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작가의 허구에 의해서 탄생한 캐릭터가 아니라 곰돌이 푸는 실제 ‘곰’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다. 1914년 캐나다의 한 수의사는 사냥꾼에게서 구한 검은색 암컷 곰에게 캐나다의 위니펙 지역명을 따서 ‘위니’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이후 영국을 갔을 때도 위니는 함께했고 런던의 한 동물원에 기증됐다. 그 당시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라는 소년은 위니를 보기 위해 자주 찾았고 자신의 곰인형에게 위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동화작가였던 그의 아버지 A.A. 밀른은 위니를 사랑하는 아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고 친구였던 E.H 셰퍼드에게 삽화를 부탁해 1926년 곰돌이 푸는 세상에 나오게 됐다.
어린아이도 발음하기 쉬운 ‘곰돌이 푸’가 원래 이름 아니야?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원래 풀 네임은 ‘위니 더 푸’다.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위니는 실제 곰의 이름이었고 푸는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좋아하던 백조의 이름으로 두 단어를 함께 결합해 만들어졌다. 사실 1926년 처음 동화책을 발표했을 때도 ‘위니 더 푸’라는 제목으로 발간됐으며 지금도 곳곳에서 위니 더 푸라는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위니 더 푸라는 풀 네임을 매번 얘기하기에는 동화책에서도, 디즈니에서 제작한 만화에서도 조금 어색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니 더 푸라는 풀 네임 대신 ‘푸’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풀 네임이 길기 때문에 단순히 줄여서 부르고자 했다면 ‘위니’가 더 맞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위니라는 이름의 곰을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왜 푸는 위니라는 이름 대신 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을까? 그 궁금증을 A.A. 밀른이 쉽게 설명했다. 모두 알다시피 푸는 뚱뚱보에 팔이 뻣뻣하고 짧은 편이라 코에 파리가 앉았을 때 얼른 팔로 쫓아낼 수가 없었고 푸~하고 불면서 쫓는데 그 모습이 귀엽고 인상에 많이 남아 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곰돌이 푸에는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출연한 것은 아니었다. 오리지널 친구들이라고 볼 수 있는 피글렛과 티거, 이요르, 캉가와 루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은 푸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동화책 내용 중 대부분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는 피글렛, 사건사고의 중심에 늘 있는 티거, 자기 비하에 최선을 다하는 당나귀 이요르와 붙임성이 좋은 루와 그의 엄마 캉가, 이야기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던 크리스토퍼 로빈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에 박학다식한 올빼미 할아버지와 마음씨 좋은 분홍색 코끼리 럼피, 토끼 등도 함께 출연한다.
곰돌이 푸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모두 A.A. 밀른 작가의 아들이었던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갖고 놀던 봉제 인형이었다. 푸를 비롯해 이요르, 티거, 캉가, 피글렛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재 뉴욕 공공 도서관에 기증되어 전시 중이다. 다만 루는 오래전 잃어버려 현재 실종 상태다. 부엉이와 토끼는 실제 인형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고 고퍼는 디즈니 색이 입혀져 만들어진 캐릭터라 인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푸와 친구들이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고 있는 백 에이커 숲도 실제 존재하는 곳으로 A.A. 밀른 작가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휴가를 즐기던 영국 서식스 지방의 애시 다운 숲이라는 곳이다.
황금빛 털을 가진 곰돌이 푸에게 빨간색 티셔츠는 마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곰돌이 푸하면 빨간색 티셔츠를 연상하곤 하는데 사실 A.A. 밀른과 E.H. 셰퍼드가 처음 등장시켰던 곰돌이 푸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으며 매우 심플하면서도 간결하게 그려진 캐릭터라 다소 심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디즈니와 만나면서 곰돌이 푸는 빨간색 티셔츠를 입기 시작했고(물론 아래는 여전히 하의 실종인 상태지만) 지금의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하게 됐다.
티셔츠라고 하기에는 거의 크롭 티와 비슷한 사이즈의 상의만 걸치고 있는 푸는 늘 하의 실종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만화 캐릭터가 무조건 옷을 입어야 한다는 정의도 없고 과거에는 이것 또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늘 하의 실종 패션을 선보이는 푸에게 생식기의 구별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됐다. 심지어 폴란드의 한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푸를 마스코트로 사용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과장된 보도라는 결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사람들의 의식 흐름 상태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푸는 암컷 곰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생식기가 안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여태껏 푸의 목소리는 남성들이 도맡아 했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히 푸를 수컷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2002년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에서는 가장 가치 있는 가상의 인물로 ‘위니 더 푸’를 선정했다. 당시 상품 수익으로만 6조가 훨씬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2005년에도 6조 7천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면서 캐릭터 시장에 큰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았던 푸를 위해 폴란드와 헝가리에서는 위니 더 푸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디즈니를 통해 여러 작품을 선보이면서 할리우드 워크 오브 페임에 도널드 덕, 미키 마우스 등과 함께 별을 새겨 넣기도 했다.
곰돌이 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성격이 있는데 캐나다의 의학 협회지에서는 성격이 아니라 정신질환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는 뉴욕 타임스에도 기사로 실리게 됐다. 심리학자를 주축으로 연구된 결과에는 A.A. 밀른 작가에 대한 신경 발달적 관점이라는 주제로 푸와 그의 친구들이 심각한 정신 질환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꿀만 보면 충동적인 기질이 나타나는 푸에게는 ADHD라는 진단을, 티거에게도 ADHD와 과잉행동 진단을, 피글렛은 범불안장애를 갖고 있으니 우울증 약을 처방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토퍼 로빈은 공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나중에 성장했을 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외에도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진단해 발표했다. 캐릭터가 가지는 특성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전문가들에 의해 하나의 정신적 질환으로 분류되는 점이 다소 씁쓸하기는 하다.
푸의 배 쪽에 있는 실밥이 터지면서 안에 있던 솜뭉치가 튀어나오자 ‘이런, 솜털이 빠져나왔잖아’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푸의 대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지금껏 사랑스러운 곰인 줄 알았는데 인형이었다니 이것은 정말 반전이었다. 사실 당나귀 이요르 캐릭터를 평소에 잘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 사실이 흥미롭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요르의 꼬리는 압정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빠지면서 자주 꼬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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