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우리 친구 아이가!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가 보편화 된 우리나라에서 빠른년생이란, 이도 저도 아닌 낙동강 오리알 신세인 경우가 많다. 1~2월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빠른년생은, 한 때 빠른 초등학교 입학을 원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붐처럼 번져나갔다. 그러나 학년제로 따졌던 학생 때와 달리 사회에 나가게 되면서 웃지못할 해프닝들의 주요 소재가 되었고, 결국 2009년 빠른년생이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평생을 빠른년생으로 살아온 이들에겐, 법의 폐지는 별다른 효력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이다. 빠른년생이라서 이보다 더 서러울 순 없는 순간들, 지금부터 살펴보자.
본격적으로 빠른년생의 설움을 몸소 체험하게 되는 때가 바로 스무 살이다. 이전까지는 학년제로 대우받았기 때문에 별다른 손해가 없었다면, 성인이 되는 20살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음은 성인이지만 법적으로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술집에 드나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빠른년생은 조용히 빠질 수밖에 없다. 비로소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당당히 술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되니, 이보다 더 서글픈 수행기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보통 대학생활을 하게 되면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상황이다. 어쨌든 평생을 친구로 야야거리며 살아온 친구들이 있으니 그 친구들 나이에 맞춰 얘기했을 뿐인데, 괜한 비아냥에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 친구들 나이가 아닌 제 나이대로 말했다면 어려 보이고 싶어서 그러냐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 뻔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앞의 상황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한 살 올려도 문제, 내려도 문제. 도대체 어떻게 나이를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언니, 오빠 대접을 받고 싶거나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고 싶어서 빠른년생을 이용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나이 얘기가 나올 때 마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맞는 걸까 고민하는 당사자는 괴로울 뿐이다.
빠른년생에게 있어서 가장 서러운 순간이 바로 족보브레이커라는 소리를 들을 때이다. 특히 빠른년생임에도 재수를 했다거나, 사회생활에서 만난 친구와 학교생활 때 만난 친구가 아는 사이 일 때 주로 발생하게 된다. 각각의 친구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편한 대로 부르라고 했을 뿐인데, 결국 잘못은 모두 빠른년생에게로 가게 된다. 내 친구가 내 친구에게 언니, 오빠라고 부르는 그 상황에서 가장 민망한 것은 빠른년생이라는 것,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진짜 언니 혹은 오빠라고 부르면 기겁을 할 거면서, 평생 사골처럼 우려먹는 레파토리 중 하나이다. 장난도 한두 번이지 계속되면 재미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새해가 될 때마다, 친구의 생일일 때마다, 빠른년생의 생일일 때마다 최소 1년에 3번씩 등장하는 노잼 장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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