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초통령’ 급 인기, 추억의 90년대 로봇 용자 만화 탐구하기
지금의 2030세대, 과거 90년대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애니메이션의 중심에는 로봇 용자만화 시리즈가 있다. 멋지게 등장하는 주인공, 각양각색으로 합체하며 우주의 적을 퇴치해나가던 로봇의 영웅담이 담긴 로봇 용자 시리즈는 현재의 건담 시리즈와 키덜트 문화를 형성한 선구자로서 평가되고 있다. 그때 그 시절 로봇 용자 만화로부터 형성되어 온 순수한 동심은 이제 시대를 추억하게 하는 진한 향수가 됐다. 그렇다면, 90년대를 휩쓸었던 로봇 용자 만화 시리즈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원작의 이름은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 선라이즈 제작사의 SF로봇 애니메이션이다. 1990년대 용자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야타베 시리즈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용자 엑스카이저’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설정이 있다. 악의 에너지 생명체 드라이어스가 지구를 침략하며 스토리가 시작되며, 이에 드라이어스를 추적한 우주경비대 대장 파이버드는 인간형 안드로이드와 일체화하다가도 적 메카가 나타났을 때는 거대로봇 파이어버드로 변신 합체해 지구 평화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구용사 선가드는 사랑을 테마로 하고 있어 더욱 감동적이었다.
로봇수사대 K캅스는 선라이즈에서 제작한 다섯 번째 용자시리즈다. 로봇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인간으로 일체화하여 살아가는 여타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주인공 로봇들이 경찰이라는 신분을 사용해 행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사람과 로봇 간의 묵직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당시 많은 어린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좀 더 잘 아는 덕후들이라면, 이 작품을 감독한 다카마츠 신지 감독의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절대선과 절대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절대 명언을 통해 작품 감상의 높이와 깊이를 더하고 있다.
다간은 용자 시리즈 내에서도 오늘날 자동차형 메카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다간과 유사한 자동차형 메카물 변신형태를 두고 ‘다간품’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전의 용자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특징이 있는데, 바로 권신징악 테마가 아닌 지구 자연환경보호를 위한 생명을 지키는 용사형 드라마라는 점이다. 다간은 등장 메카가 용자 시리즈 중에서도 최강급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갈라진 아프리카 대륙을 단숨에 이어 붙일 능력을 갖고 있을 정도면 말 다 한 셈.
절대무적 라이징오는 앨드런 시리즈 시작을 알리는 1기 첫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TV판이 종결된 후 1992년 비디오로 발매될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를 꼽자면, ‘초등학교’를 기지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전까지의 메카물에서는 주인공이 보조인 격 역할을 맡아왔다면 이 작품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3반이라는 세부 배경 속 학급 학생들이 주역급으로 나서 메인 파일럿, 관제, 사령까지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덕분에 절대무적 라이징오는 그때 그 시절 초등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 이는 작품의 스토리 기반이 아이들에게 쉽고 친화적인 소재였기에 “초등학생도 지구방위대가 되어 메카를 조종할 수 있다!”는 무궁무진한 로망을 심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용자 시리즈를 알리는 첫 번째 작품이자 야타베 시리즈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기동전사 건담’ 등 리얼로봇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선라이즈가 미취학 아동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 일념 하에 제작된 제품이기에 더욱 화제가 됐다. 등장 로봇들의 기본형은 스폰서 타카라의 대표작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확고한 정체성과 의지를 가진 거대로봇들이 평범한 주인공과 교류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갈래의 용자 로봇 애니메이션 주축을 형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학교가 로봇이 된다’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기존 용자 시리즈와 결을 달리한 엘드런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긴 하지만 상당한 진지함과 철학적인 면모까지 갖추고 있다. 지구를 기계화하려는 세력을 막기 위해 빛의 수호자 ‘엘드런’이 평범한 초등학교 학급에 힘을 빌려주며 학생들이 ‘자우라’를 결성해 악에 맞선다는 이야기다. 똑같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절대무적 라이징오’와 차이점이 있다면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희석시켜 현실적이고 진지한 면을 부각했다는 점이다.
엘드런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자 선라이즈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나온 작품이다. 앞서 소개한 엘드런 시리즈 전작 ‘절대무적 라이징오’와 세 번째 후속작 ‘열혈최강 고자우라’에서의 주역은 학급 전체였다면, 이 작품은 어린이들의 친숙한 놀이터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비밀히어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학교는 악당의 거점으로 사용되었다. 엘드런 시리즈 중 코미디에 중심을 두고 있어 독특하게도 마법소녀물 요소가 함께 사용되거나 브레이슬릿을 통해 변신을 하는 등 판타지 요소가 충실해 시청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 이 덕분에 기존 엘드런 덕후들로부터 나름의(?) 항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대 용자 로봇 시리즈의 6번째 작품. 다카마츠 용자 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본 작품에서는 다카마츠 용자 시리즈의 정체성이자 공통적 주제 중 하나인 ‘권선징악의 부정’에 대한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에 대한 결론으로 “선한 녀석도 나쁜 녀석도, 모두 친구가 되어도 괜찮잖아”라는 희대의 명언을 내놓았다. 주인공들의 동료가 되는 초반 악당 ‘발터’의 존재 시점은 물론, 막판 스토리 전개에도 이러한 의의가 강력하게 내재되어 있다. 또한 용자 시리즈에서는 이례적으로 적과 아군의 승부 구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기에 화합과 이해, 희망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된다.
용자 시리즈 4편에서 6편까지의 감독을 맡은 다카마츠의 하차로 인해 모치즈키 사토치 감독이 이 작품 감독을 맡았다. 감독 교체 후 작품이라 그런지 기존 용자시리즈 작품과 결을 완전히 달리한다. 이전의 용자시리즈가 순수 로봇 애니메이션을 지향했다면, 본작에서는 액션 장면의 기본 전개는 변신 히어로를 등장시키는 새로운 장치가 도입되었다. 또한 주인공은 강화 슈트를 입고 로봇 기본형인 차량과 합체해 로봇이 된다는 2단 변신 단계를 밟는다. 이러한 독특한 컨셉과 전개는 후의 작품 ‘용자왕 가오가이가’와 ‘사이보그 가이’로 이어진다.
용자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보통 일본에서는 ‘가가’라고 통칭되기도 한다. ‘가가’라는 어감의 기본 원형은 일본 고전 문학 ‘다케토리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용기가 있으면 어떠한 기적도 불러들일 수 있다’라는 메시지가 내재되어 있다. 본 작품에서는 거대 외계 생명체와 인류 과학의 지대한 공헌을 결집한 거대 로봇과의 공방을 풀어내 매회 치밀한 메카닉 묘사를 펼쳐 나갔다. 이는 오늘날 열혈만화의 기본적인 스토리 사상에 공헌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자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만큼 필살 무기나 작품의 특수효과와 개성 연출이 엄청나며, 일본 애니메이션계 건담 시리즈의 특수효과와 개성을 더욱 구현해 나가게 된 근간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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