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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Jul 12. 2019

2040세대의 마음을 훔쳤던 국내 순정만화 작가

돌려 보고 또 돌려보던 추억의 순정만화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어쩌다 접하게 된 순정만화, 왠지 모를 설렘과 풋풋했던 소녀 감성이 살금살금 피어오른다. 흑백의 그림체와 말풍선으로만 이루어졌지만 순정 만화는 소녀들의 머리와 가슴속에서 세상 달콤하고 또 애절하면서도 컬러풀한 세상을 만들어 나갔다. 어쩜 그렇게 소녀들의 마음을 잘 읽고 감성을 툭툭 건드리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그 그림체들은 얼마나 예뻤는지 만화책에 기름종이를 대고 열심히 베껴 그리곤 했다. 세월이 지나 다시 떠올려 보는 순정 만화는 여전히 반갑고 또 여전히 뭉글뭉글한 느낌이 들게 한다. 2040세대 소녀시절을 함께 해주었던 한국의 순정만화 그리고 그 순정만화로 우리의 감성을 충만하게 했던 작가들을 소개한다.

강경옥


1985년 ‘현재진행형’이라는 연재만화로 데뷔를 했지만 완결을 내지 못 했고 ‘이 카드입니까’로 첫 완결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강경옥 작가는 신일숙, 황미나 작가 등과 함께 한국 순정만화의 2세대로 불리고 있는데 데뷔 이후 지금까지 변화하는 플랫폼에 맞춰 꾸준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강경옥 작가는 여성 팬뿐만 아니라 남성 팬들에게도 호응이 좋았다. 대표작인 별빛 속에, 노말 시티, 라비헴 폴리스 등 판타지 소재를 이용해 그림보다는 심리 묘사에 집중해 감정 포인트를 제대로 집어주었다.

이미라


하이센스라는 만화잡지를 통해 ‘호두나무가 있는 동화’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한 이미라 작가는 만화잡지 나나에서 ‘인어공주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변경해 연재했다. 어릴 적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인어공주를 위하여’는 이미라 작가의 대표 작품이기도 하고 1990년대의 순정만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슬비, 서지원, 푸르매, 백장미 등 주인공의 이름만 나열해도 왠지 가슴 한구석이 저려온다. 정말 많았던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팬층 또한 두터웠다. 대표곡 ‘내 눈물 모아’로 짧지만 큰 사랑을 받았던 고(故) 서지원도 워낙 팬이라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인 ‘서지원’을 예명으로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은혜

 

아마 만화 블루를 보지 않았더라도 학창시절 블루 노트 한 권쯤은 다 갖고 있었지 않았을까? 1994년부터 1997년까지 만화잡지 윙크에 연재하던 작품이던 블루는 단행본으로 7권까지 출판이 됐었다. 단행본은 70만 부 이상이 팔릴 정도로 당시 꽤 많은 인기를 얻던 작품이었고 각종 굿즈와 음반까지 출시됐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은혜 작가는 돌연 연재를 중단해버렸고 팬들에게는 짙은 그리움만 남겨 놓았다. 그리고 18년이 흐른 후 결국 결말을 맺었다.

황미나


순정만화계에 있어서 대모라고 불리는 만화가 황미나는 1980년 ‘이오니아의 푸른 별’을 시작으로 80~90년대 순정만화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코믹과 아동, 순정 SF, 역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탄탄한 스토리를 선보였는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알렉산드로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으로 복수극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2016년 MBC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게임으로 만들어진 레드문, 불새의 늪, 수퍼트리오 등을 단행본으로 펴냈다.

신일숙


1984년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한 신일숙 만화가는 우리나라 순정만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1986년 선보인 ‘아르미안의 네 딸들’ 때문이다. 가상의 나라인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주어진 운명과 싸우는 모습을 그렸는데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특히 ‘삶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는 명대사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 작품 외에도 중세 판타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리니지가 유명하며 게임 리니지의 소재로 개발되기도 했다.

원수연


1987년 그림자를 등진 오후로 데뷔한 원수연 작가는 렛 다이, 풀 하우스, 메리는 외박 중 등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풀 하우스는 드라마로 제작돼 2004년 KBS2에서 방영됐다. 송혜교와 정지훈 주연의 풀 하우스는 원작의 내용을 잘 살린 흥행작으로 마지막 회에서는 시청률 40%라는 높은 기록을 세웠다. 달콤한 로맨스는 물론 개성적인 스토리나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은 이야기 등 작품마다 새로운 분위기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승원


1982년 만화 다섯 번째 계절로 데뷔한 만화가 한승원은 1995년에 창간한 만화잡지 이슈에서 프린세스를 연재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3대에 걸쳐 내려오는 대하 로맨스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프린세스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순정만화의 스토리를 단순히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자신의 색채만으로 그려냈다. 건강상의 이유로 2008년 잠정 휴재됐던 프린세스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2015년 웹툰으로 옮겨와 연재를 시작했다.

김진


1983년 ‘바다로 간 새’를 연재하면서 데뷔한 만화가 김진은 1990년부터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1992년 만화잡지 댕기에서 연재한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만화로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온라인 게임과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바람의 나라와 같이 스케일이 큰 만화부터 심리 스릴러물, 로맨틱 가득한 사랑 이야기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대표작을 그려냈다.

김혜린


1983년 ‘북해의 별’이라는 작품을 통해 데뷔한 만화가 김혜린은 주로 격변기 시대의 혁명을 그렸다. 가상국가 보드니아의 민주화 과정을 그렸던 북해의 별도 그렇고 프랑스 혁명을 다룬 테르미도르 역시 그러했다. 김혜린의 작품은 단순히 사건에 치중한 것이 아니라 남녀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그림과 대사, 독백으로 디테일하게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가벼운 연애물이 아니라 좀 더 진중하게 보기 좋다.

지완


1997년 순정만화 잡지인 이슈에서 스투피드(Stupid)로 데뷔한 지완은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화가다. 1997년에 데뷔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만화가들과는 세대 차이가 조금 나긴 하지만 클래식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로 정통 로맨틱 판타지를 보여주면서 선배 만화가들 못지않은 고정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00%의 그녀’는 가장 완벽한 첫사랑 이야기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현재도 온라인을 통해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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