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감기로 중고등시절 지나가고 싶을 때
놀고도 싶고 멋도 부리고 싶고 마음대로 다 하고 싶은데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 때문에 제약되는 것은 많다. 많아도 너무너무 많아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른들은 훈계 혹은 위로의 말로 ‘학생 때가 제일 좋은 거야’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도대체 뭐가 제일 좋다고 하는 건지 눈곱만큼도 이해도 공감도 되지 않는다. 노래방 간주점프처럼 혹은 빨리 감기 기능처럼 중고등학생 시절을 빠르게 보내 어른이 되고픈 학생들의 마음, 공유해보고 그리고 공감해보자.
사실 부모님의 잔소리는 학생 때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결혼해서 애 낳고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혹은 나이가 반백이 됐는데도 부모의 잔소리는 여전하다. 하지만 나이 들고 듣는 부모의 잔소리는 그냥 우리 부모님이 아직도 날 이렇게 걱정하시는구나 하고 듣지만 학생 때 받아들이는 잔소리는 조금 다르다. 뭐를 해도 잔소리, 안 해도 잔소리, 마치 도돌이표가 붙은 것처럼 무한대로 반복된다. 그래도 성인이 되면, 독립하면 부모님의 잔소리가 좀 나아지겠지 하고 희망을 걸어본다.
때로는 학생들도 어른들의 문화가 궁금하다. 술 한 잔에 뭐 그렇게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그리고 그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왜 또 해 질 녘 기어나가 술잔을 기울이며 삶을 이야기하는지. 클럽이 그렇게 정말 심장을 쿵쾅쿵쾅하게 요동치며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인지, 아직 미성년자라서 제약되는 모든 것들이 궁금하다. 물론 밤 문화만 궁금한 것은 아니다. 어른이라 가능한 것, 뭔가 주체적으로 하는 모습들이 멋있어 보이고 당당해 보이는 그러한 것을 즐겨보고 싶은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학원을 시작해 태권도, 피아노, 미술, 발레 등 모든 학원을 섭렵했다. 집에서는 학습지도 풀었고 시험 때면 꼼짝 않고 독서실에 파묻혀 스탠드 밑에서 코피를 쏟아냈다. 그런데 아직도 멀었다. 대망의 수능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수능을 보기도 전에 이미 공부하느라 너무너무 지쳤다. 누군가 말했지,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정말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다. ‘공부가 제일 쉬웠습니까? 진심입니까?’ 마치 투명 밧줄로 의자에 꽁꽁 묶어 놓은 듯 옴짝달싹 못한 채로 그렇게 공부하는 지금이 정말 답답하고 지친다. 어른이 되면 공부고 뭐고 훨훨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물가고 뭐고 다 오른다는데 부모님의 월급은 동결이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 용돈 역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뭐 필요한 게 있어도 마음대로 사지 못하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이럴 땐 빨리 어른이 돼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펑펑 다 쓰면서 살고 싶다. 어차피 부모님 집에 함께 살 것이고 식비가 드는 것도 아닌데 옷이며 화장품이며 신발이며 눈치 없이 내 돈으로 펑펑 다 쓰고 싶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메이크업이나 옷차림으로 우리를 평가하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뻐 보이고 멋있어 보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야 학생들에게 금기 시 되던 것들이 현재는 많이 자유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부모님들은 그 금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쿠션과 틴트, 아이라인은 그냥 스킨케어를 하는 것과 같이 너무나 기본적인 것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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