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그 시절을 세밀하게 담은 성장소설들
10대 때 성장 소설을 읽으며 '나만 이 시기를 열병처럼 앓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껴본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유독 못 견뎌 하며 형체 없는 괴물들과 쉐도우 복싱을 하던 그 시절. 그 아름답고도 못난 그 청소년기, 청년기에 우리처럼 방황하고 힘들어하다 나름의 답을 찾고 성인기에 발을 디디는 성장소설 속 주인공들을 만나는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 시기에 삶에 대한 고민은 아무리 해도 넘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누군가에게는 희미하게나마 방향을 제시해주고, 또 용기를 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열병처럼 지나온 지난 청춘을 반추하게 해줄, 빼어난 성장 소설 10편을 소개한다.
20세기에 가장 널리 읽힌 책 중 하나인 교양소설, 서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에서]는 고뇌를 짊어진 한 젊은이가 인생과 사회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다. 특출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이 주인공으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모순에 가득 찬 보통의 삶의 풍경을 유년 시절부터 세세히 담았다. 삶의 굴레로부터 자유를 갈구하는 주인공의 의식을 읽다 보면 삶의 가치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책.
한 폭의 수채화같이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감수성이 풍부한 주인공 싱클레어가 친구 데미안을 통해 소년기에서 청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자라가는 과정이 세밀하고 지적인 문장으로 그려져 있다. 진정한 삶에 대해 고민하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의 고뇌를 읽으며 누군가는 사춘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지금의 삶을 겹쳐볼 수 있는 소설이다.
1951년 발표된 이래 특히 젊은이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소설. 홀든 콜필드라는 16세 소년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단 2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호밀밭의 파수꾼]. 뉴욕 부르주아 집안의 아들이지만 허영과 위선으로 가득 찬 사립학교와 사람들을 견디지 못하는 소년의 독백으로 채워져 있다. 어른의 사회를 위선으로 규정하고 거부하는 10대들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작품.
헤르만 헤세의 자전 소설인 [수레바퀴 아래서]는 슈바츠발트라는 작은 마을에 재능이 풍부한 한스 기벤라트와 헤세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는 하일러 두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명예심과 규격화된 인물을 만들려는 교육제도에 의해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제목의 수레바퀴에는 제도, 권위, 명예, 시험, 욕망이 실려 있으며, 소년은 이 수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비유한 소설.
[율리시스]로 유명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 소설인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가 유년기와 청소년기, 그리고 청년기를 보내면서 겪게 되는 갈등, 그리고 결국에는 기존 사회에서 탈출하여 자유로운 예술세계로 비상하는 과정을 그린다. 가정, 종교, 국가를 초탈한 그가 예술가로서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결국에는 자기 유배의 길을 떠나는 성장기를 읽고 나면 나의 삶은 과연 궁극적으로 무엇을 향해 있는지 되묻게 된다.
한국 성장소설의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여겨지는 김려령의 [완득이].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소년 완득이가 선생님 '똥주'를 만나고 킥복싱을 배우면서 분노와 애정을 밖으로 꺼내는 방법을 알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정해진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성인들에게도 큰 깨달음을 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고정 독자를 갖고 있는 대표적 소설가인 이문열. 그가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는 소설이라 공언한 [젊은 날의 초상]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뇌, 그리고 끝없는 방황으로 점철되었던, 우리 모두 열병처럼 지나온 열아홉과 스물의 모습을 담고 있다. 주인공이 정서적, 충동적, 지적 모험을 겪으면서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9.11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겪은 9살의 어린 아이 오스카가 받아들이는 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사고로 아빠를 잃은 그는 어떤 계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저마다 안고 사는 슬픔에 대해 듣게 되고, 그 또한 자신의 슬픔과 두려움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의 사연과 그 안의 아픔을 주고받으면서 서서히 상처를 극복해나가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가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집필한 작품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는 주인공 빌헬름이 유년 시절부터 연극의 온갖 형태와 경로를 거쳐 오면서 자아형성의 길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골짜기에 들어서고 봉우리에 올라서는 빌헬름의 발걸음마다에서, 그리고 그가 멈춰 서는 여정의 길목마다에서 우리는 슬픔과 기쁨과 해학 등 괴테가 도달했던 인생의 모든 지혜를 만나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굴곡진 역사를 배경으로 한 할레드 호세이니의 성장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주인공 아미르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겪는 성장통과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복잡다난한 역사를 관통해온 한 소년의 성장기 속에 전쟁, 인종청소, 민족문제, 종교문제 등 미묘하고도 거북한 주제들을 솜씨 좋게 버무려 하나의 웅대하고도 아름다운 인간 드라마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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