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참견은 사양합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비혼주의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문장이다. 미혼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지만 비혼은 결혼을 할 의지가 없는 것을 뜻한다. 미혼이지만 결혼을 할 의지가 없으므로 비혼주의자가 되는 사람들.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결혼에 대해 조용히 반기를 든 그들을 보는 시선이 따듯하기만 한 건 아니다. 비혼주의자들이 수도 없이 들어왔던 참견들 중에서도,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모아보았다.
언제부터 그렇게 비혼주의자들에게 관심이 많으셨어요? 라고 반문하고 싶게 만드는 유형이다. 비혼이라는 가치관을 가볍게 여기며, 결국 비혼의 끝은 결혼임을 이야기한다. 도대체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건 난데, 뭐 이리 내 인생이 관심이 많은 건지! 남의 이야기를 빌려 은글슬쩍 비혼을 까 내리는 듯한 태도가 상당히 불쾌함을 주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혼자 외롭게 살던, 즐겁게 살던 그 모든 것은 내가 내린 선택의 결론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비혼=외로움’의 공식이 성립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혼이 결코 외롭기만 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조차 이젠 지친다. 배우자나 자식이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비혼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평온한 어조로 명대사를 날리던 배우 이영애의 모습이 떠오른다. “너나 잘하세요”. 누구든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돈을 필요로 한다.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지, 비혼으로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혹여 결혼한다 쳐도 돈은 벌 수밖에 없다. 오히려 배우자의 몫까지 돈을 벌거나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그보다 더 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편협적인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혼과 비혼에 대한 생각이 뒤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을 단순히 ‘나이가 어려서 그래’라는 말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발언이다. 만약 나이가 든 사람이 비혼을 주장한다면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고, 그 가치관을 존중해주는 것이 그 사람을 대하는 옳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본인의 연애사가 아님에도 어떻게 그리 단정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단순히 전해들은 일부 정보들을 통해 비혼주의자들의 과거 애인, 연애 성향을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태도이기 때문. 또한 괜찮은 사람을 만났다고 해도 연애가 아닌 결혼은 하기 싫은 것이 비혼주의자들의 생각이다. 비혼주의자들은 결혼의 ‘상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결혼 자체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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