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첫째 때려치울래!
동생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첫째는 중대 임무를 맡게 된다. 이해심과 독립심, 자립심을 가진 훌륭한 본보기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 물론 부모님의 챙김은 받지 못하지만 동생 대신 부모님을 챙겨야 하는 효자의 역할은 추가되기도 한다. 평생 동안 어깨를 짓누르는 첫째라는 무게감. 운명처럼 주어진 역할이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종종 서러움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첫째의 서러움이 극대화 되는 순간들, 카톡 대화로 살펴보자.
첫째의 필수 덕목.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이해심이다. 쌍방 잘못으로 싸우게 된 상황에서도 언제나 한 템포 먼저 혼나고, 한 발자국 다가가야 하는 건 첫째의 역할이 된다. 동생의 잘못일 때도 마찬가지. 분명 원인제공자가 동생임에도 매를 맞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첫째의 몫이다. “동생은 아직 철이 없으니까, 동생은 아직 어리니까 언니(누나)인 네가 이해해야 한다”라는 말만 믿고 있다간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 동생이 몇 살이 되던, 철이 들든 말든 첫째는 무조건적인 이해를 강요받기 때문.
밥 먹을 때도 동생, 옷을 살 때도 동생, 잠을 잘 때도 동생. 하나부터 열까지 동생만 챙기는 부모님 덕분에 첫째는 저절로 독립심과 자립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간혹 섭섭함을 내비치기라도 하면 “너는 알아서 잘하잖아”라는 말로 철벽 방어를 당하게 된다. 첫째도 챙김 받고 싶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는 걸 알아주시면 안 되나요?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 더 많이 느끼게 되는 유형이다. 행여 밥이라도 굶을까,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돼 챙겨줄라치면 돌아오는 건 신경질적인 눈 흘김뿐. 동생 잘 챙겨주라던 부모님께 이 모습을 곧이곧대로 일러바치고 싶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다. “언니(누나)인 네가 이해해”라는 말이 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
챙김 받는 건 동생이지만 부모님을 챙기는 건 첫째의 몫이 된다. 그렇다고 동생이 불효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첫째에게 의지하려는 부모님이 많다. 받는 거 없이 주는 것이 사랑이라 했건만, 왠지 모르게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자식이 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한편으론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
이 세상의 모든 첫째들은 성인군자가 되어야 한다. 공부 할 때도, 밥 먹을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동생의 본보기가 될 바르고 훌륭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 그 나이 때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실수나 장난에도 “네가 잘해야 동생이 보고 따라서 배우지”라는 말로 혼나게 될 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옆에서 샐쭉거리는 동생을 보면 더더욱 서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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