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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Jan 09. 2020

비극의 흔적이 남아있는 여행 명소

빛이 아닌 어둠을 찾는 여행, 다크 투어리즘 명소


일상과 다름이 느껴지는 곳에서 보내는 시간, 여행이 주는 힐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풍경을 감상하고 이색적인 음식을 즐기면서 시간의 흐름을 좀 더 다르게 느낀다. 보기에 아름답고 좋은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요즘은 비극적 역사의 현장을 찾아 진한 위로를 전하는 다크 투어리즘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고 잔혹하고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여행이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두운 역사를 가진 채 씁쓸함을 남기고 있는 다크 투어리즘 명소 10곳을 소개한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남부에 있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독일의 나치가 유대인을 포함해 약 400만 명의 인구를 가두고 학살한 곳이다. 단순히 학살한 것이 아니라 각종 인체 실험과 동시에 고문, 총살 등이 이루어졌으며 어린아이도 예외는 없었다.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동되었던 사람들은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누어졌다.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상상 초월의 강제 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죽어야 했다. 나치의 잔혹성을 잊지 않고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의도에서 당시 수용소의 건물 일부를 박물관으로 만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희생된 넋을 위로하고 있다.

미국, 그라운드 제로


2001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대참사가 미국의 세계무역센터에서 일어났다. 알카에다 일당이 민간 항공기 44대를 납치해 뉴욕의 최고층 빌딩인 세계무역센터로 그대로 돌진함으로써 당시 빌딩에 있던 입주자와 비행기 탑승객, 그리고 소방관과 길을 지나던 행인들까지 총 90여 개국의 297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라운드 제로는 원래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 혹은 피폭 중심지를 뜻하지만 9·11 테러 이후 세계무역센터 붕괴 지점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추모공원과 박물관이 생겼다. 지하 박물관에서는 사고 현장의 이야기와 참담한 비극의 현장을 담고 있고 추모 공원에는 희생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


이탈리아 남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폼페이 유적지다. 폼페이는 BC80년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면서 당시 로마 상류층의 휴양 도시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약 23km 떨어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이곳을 뒤덮고 말았다. 도시 전체가 7m 깊이의 화산재에 묻혀버렸고 16세기 말 발견되면서 현재까지 발굴 작업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그 시대에 과연 이런 생활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도시 정비가 잘되어 있고 당시 사람들의 놀라운 문화 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데 화산에 의해 한순간에 사라진 도시 안을 걷다 보면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든다.

네덜란드, 안네 프랑크의 집


어린 시절, 안네의 일기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60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3천 2백만 권 이상이 판매됐을 정도로 유명하다.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와 가족들이 나치 정권의 유대인 말살 정책을 피해 숨어 살던 집에서 쓰였는데 그 집이 박물관으로 보존되면서 매년 130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 안네와 그녀의 가족들은 이곳에서 약 2년여 동안 숨어 살았지만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밀고자 때문에 결국 비밀경찰에게 체포되어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압송된 후 다음 해 숨지고 말았다. 당시의 공포스러웠던 생활을 생생히 적은 안네의 일기는 나치의 잔혹한 유태인 학살을 고발하고 있다.

독일, 체크 포인트 찰리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도시, 베를린에서는 분단과 아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1961년부터 1990년까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사이의 유일한 관문으로 연합군과 외국인, 외교관, 여행객만 드나들 수 있던 곳이 바로 체크 포인트 찰리다. 이런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당시 어린 병사가 반대쪽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해 이곳을 무단으로 넘다 총에 맞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손을 쓸 수 없었기에 결국 사망했는데 그 병사의 이름이 찰리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이 검문소도 철거됐지만 현재는 검문소가 있던 자리를 재현해 놓고 있으며 근처 박물관에서는 독일의 분단과 통일 관련 자료들을 관람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최악의 원전 사고로 불리는 참사로,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인해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됐고 사고 후 1년 내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한 사람이 최대 2만 5천여 명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컸다. 그로 인해 이 지역을 모두 폐쇄했으며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적어도 900년, 인간이 안전하게 살 수 있으려면 최소 수 천 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곳에서 동식물이 부활하면서 자연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 비해 방사능 수치도 현저하게 낮아져 이곳을 투어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났고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도시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프랑스, 오라두르 쉬르 글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유적 1001 리스트에도 올라와 있는 이곳은 프랑스 리무쟁 지방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점령당한 이 마을의 주민들은 오보로 인해 무자비하게 학살당했다.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을 교회에 가두고 폭탄을 터뜨렸으며 그 안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관총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헛간에 따로 갇혀 있던 남자들도 살해당했고 살육이 끝난 후 마을 전체에 불을 지름으로써 200명 이상의 어린아이들을 포함 642명의 마을 주민들은 죽고 말았다. 이 사건 후 마을은 폐허로 남게 되었고 학살당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기념관을 만들어 그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대한민국, 비무장지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 1위가 바로 DMZ 비무장 지대이다. 남한과 북한의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설정한 총 4km 폭의 완충지대로 휴전선에서 불과 7km 떨어진 임진각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많은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달아 놓고 명절마다 제사를 지내며 분단국가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가장 가까이에서 북한을 볼 수도 있으며 전쟁 당시 남한군 포로 1만여 명이 건넜다는 자유의 다리도 눈에 담아볼 수 있다. 한국 전쟁과 분단국가의 국경, 통일의 염원 등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1908년 10월 일본에 의해 경성 감옥이라는 이름으로 개소되었는데 우리나라의 국권을 되찾기 위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수많은 열사들이 수감되고 이곳에서 죽었다. 해방 이후에는 민주화 운동을 펼친 투사들이 수감되기도 했다. 1998년 일부 옥사와 사형장 등 본래의 건물을 보존하면서 역사관으로 개관했고 유관순 열사가 수감된 감방 복원을 포함해 당시 모습을 재현하고 관련 자료를 전시하면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제주 4.3


아름다운 올레길과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이곳저곳 둘러볼 것이 많은 제주도. 제주도에 늘 낭만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6.25 전쟁 다음으로 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낸 제주도 역대 참사가 바로 1948년 4월 3일 민중항쟁이었다. 이는 한국 전쟁이 휴전될 때까지 계속됐고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들을 기리기 위한 곳은 제주도 곳곳에 남아 있는데 4.3 평화공원에는 1만 3천여 개의 위패가 있는 위령제단과 시신을 찾지 못해 묘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그들의 넋을 기릴 수 있다. 제주 4.3길로 소개된 곳을 걷다 보면 다양한 유적지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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