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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Mar 18. 2020

짝퉁을 시작으로, 세계 1위 카피캣으로 거듭나다

추억 속의 인기 게임중국의 카피산업콘솔

퉁으로 시작한 중국, 세계 1위 카피캣으로 거듭나나


1793년, 청조 건륭제는 영국의 정식 교역 요구를 거절했다. 그것이 과연 무례인지, 무식인지, 지식인지는, 그날 그 황제에게 직접 물어보지 못해 모르겠으나, 그때 ‘중국’의 권력 수장은 다른 세상과의 교류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235년이 지난 지금, 청조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체제 성향이 달라진 ‘중국’은, 완전히 바뀌었다. 다른 세상과의 교류를 너무 많이 해서, 다른 세상에서 잘 나가는 것들을 기가 막히게 빼닮기 시작했다. ‘짝퉁’에서 ‘카피캣’으로, 이어서 카피캣으로 세계 1위를 향해 질주하는 지금의 중국을 살짝 쫓아가보자.

카피캣의 시작

2011년 당시 ‘애플’의 CEO는 ‘아이패드2’를 발표하는 자리에 섰다. 거기서 그는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에게 ‘카피캣’이라는 칭호를 하사하고 2011년을 ‘카피캣의 해’라며 자못 칭송했다. 스마트폰을 만든 건 자기들인데 계속 그걸 따라 만들면서 아이디어를 ‘도둑질’하는 후발주자들이 마뜩지 않았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세상에서 처음 뭘 만든 사람 입장에서 ‘두 번째’ 이후는 전부 ‘카피캣’일 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 생각이고, 두 번째라고 해서 모두 카피캣은 아니다.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내가 한 일은 대부분 모방이었다’는 웃지 못할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뭘 이룬 사람이 그 세월 다 지나고 말 하나쯤 남기는 건 항상 쉬운 법이다.


세계를 주름잡는 기업의 창업자라면 누가 그런 ‘명언’ 하나쯤 못 남기겠냐마는, 월마트는 창업 당시 미국 시장에서 분명한 후발주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 동안 불굴의 의지로 1등을 거머쥐었다. ‘두 번째’의 ‘카피캣’이라고 해서 영원히 1등을 좇는 것이 아니며, 카피캣에게 영원히 독자적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사전적으로 ‘카피캣’은 ‘1등 제품을 모방하는 것을 비하하는 말’이라고 한다. 즉, 냉장고나 컴퓨터를 두 번째로 만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카피캣은 아니다. 동일한 ‘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타사와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한 후발주자는 그 자체로 새로운 ‘모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디자인이나, 사용방법, 배열 구성 등이 그 ‘가치’에 해당한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기차에서 시작해 냉장고, 컴퓨터, 텔레비전 등 전 세계 전인류가 공통으로 똑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많아졌다. 그리고 제품들이 점점 비슷해졌다. 경쟁업체 냉장고에 문이 달린 걸 보고 똑같이 문을 달았다고 하여 베꼈다고 할 순 없지만, 냉장고 문 모양이 서로 비슷해지고, 냉장고 문에 비슷한 액정 표시기를 똑같이 붙이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두 번째로 만든 것이 카피캣은 아니지만 1등 냉장고의 특징을 빼닮게 만든 후발주자는 비로소 카피캣이 된다.


처음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자기네 땅 안에서, 그 다음엔 그들 밖의 다른 나라들이 그네들과, 얼마 전까지는 우리와 그들이, 최근에는 중국이 세상 모든 것과 카피캣 경쟁을 한다. 모든 세상이 카피캣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지금, 중국은 과거 ‘짝퉁’에서 시작해 ‘카피캣’으로 진화하여 ‘1위’에 오르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카피캣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자동차로 시작된 중국의 카피캣

정치 역사적 문제는 차치하고, 중국이 서방세계의 패러다임을 사모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당연히 서방세계의 경제성장 기준으로 모든 것이 첫 단계였다. 중국에 땅과 사람밖에 없던 시절에 ‘Made in China’는 불량품의 상징이 되었다. 제대로 된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제대로 만들지 못했지만 생산단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중국은 모든 것을 처음 만들지 않았지만, 중국 땅에서는 모든 것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 열강 대열에 합류한 독일 황제가 가장 먼저 보고 싶어 했던 것은 해군의 군함이었다. 자신의 나라가 부강해졌다는 증거를, 웅장한 군함사열식으로 증빙 받고 싶어 한 것이다. 18세기 후반에 미국이 영국과 독립전쟁을 할 때는, 비정규 게릴라 전법으로 승승장구하던 미국군이 갑자기 영국군처럼 화려한 제복과 일사불란한 제식으로 들판에 등장했다. 자신들이 강해졌다는 증거를, 영국군처럼 멋진 평야전투로 증빙 받고 싶어 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이 달라졌다는 증거를 온 동네에 소문내고 싶어 한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그다음 세기부터 산업화의 증거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자동차였다. 중국 관민은 중국 땅에 수많은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고, 수많은 외국 회사와 합작해, 수많은 자동차를 만들어, 수많은 모터쇼에 출전시켰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자체 브랜드의 완성차들은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흐뭇한 볼거리였다. 중국의 군소 자동차 업체들은 열심히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을 카피했다. 우리는 그들을 카피캣이라 하지 않고 짝퉁이라 조롱했다.


우리는 마치 매카트니를 내려다보는 건륭제가 된 기분으로 그들의 모터쇼 출품작들을 구경했었다. 그러다가 약 5년 전부터는 해외 유명 고급 차종의 카피까지 도전하는 그들을 보며 여전히 중국은 중국이라며 안심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다른 자동차의 유명 디자인을 99% 도용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붙여 팔았다. 그런 줄 알았다.

자동차로 입증된 중국의 카피캣

그리고 2017년 1월, 중국 완성차 제조업체 ‘베이치인샹’은 자체 개발 차종인 ‘켄보 600’을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옛날에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할 때 합작했던 그 중국 회사였다. 약 10년 만에 현지 합작회사가 투자회사의 나라로 날아온 것이다.


2017년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9년 연속 세계 1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이미 한국 시장과는 비교할 수준을 넘어섰고, 미국 시장의 두 배 가까이 된다. 2018년도 연간 판매량이 드디어 3천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물론 국가 인구가 세계 1위니까, 자동차 판매량도 세계 1위인 것이 당연하다고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무조건 사람 머릿수 만으로 모든 산업 공산품 판매량 순위가 매겨지는 건 아니다.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가 중국 다음으로 자동차 시장이 큰 건 아니니 말이다.


중국은 이제 내연기관 자동차의 디자인 카피캣을 넘어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2020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200만 대까지 늘리고, 2025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20%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심지어 ‘완전’ 자율주행차의 판매 비중을 2030년까지 10% 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까지 갖고 있다.


공산당의 계획과 목표는 진짜 이뤄질 것 같다. 중국 완성차 업체 ‘BYD’는 2016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고, 중국 친환경차 시장 규모도 2016년부터 미국을 앞섰다. 저 유명한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미래의 ‘토요타’(친환경차를 잘 만드는 회사를 비유)는 이제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며 ‘상하이자동차’ 등의 중국 업체를 그 후보로 꼽았다.


예전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디자인과 기술을 도둑질한다며 손가락질 받았지만 이제 그 손가락들의 숨통을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폭스바겐 관계자는 “우리는 그들과 함께 배우는 과정에 있다"라며 더 이상 일방적인 관계가 아님을 인정했다. GM 중국 관계자는 “우리는 공유해야 하는 지적 재산권의 규모에는 관심이 없다”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다임러의 중국 지사장은 “우리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예정이며, 솔직히 기술 이전과 같은 문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근사하고 매력적인 시장이다”라며 중국에 대한 찬양을 마지않았다.


따라서, 중국은 더 이상 다른 자동차를 흉내 내는 카피캣이 아니다. 그들이 흉내 냈던 그 자동차 브랜드들은 지금 중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해외 유수의 브랜드가 앞다퉈 너도 나도 두 팔 벌려 제발 내 모든 것을 가져가서 중국에서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형국이다. 10여 년 전과 다르고 235년 전과도 다르다. ‘옛날에’ 어땠든지 간에 중국은 지금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다.

제도가 뒷받침된 중국의 자동차 카피캣

중국이 자동차 시장을 개방할 때부터 고수한 원칙은 ‘이시장 환기술(以市場 換技術)’이었다. 시장을 주고 기술을 얻는다는 제도적 원칙에 따라 해외 업체가 중국에 들어올 땐 무조건 중국 현지 업체와 합작하여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단순히 땅과 사람만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피력이었다. 해외 업체의 기술은 현지 업체에 고스란히 이전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아주 단기간에 이뤄졌다.


결국 제도적 차원에서 중국의 카피는 합법적으로 유도되었고, 그것은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냈다. 그동안 다른 업체들의 내연기관, 디자인 기술을 빠르게 흡수한 중국의 카피캣은 그 힘을 축적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제도적 카피산업은 중국 정부의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전 세계 인구의 2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하나의 시장, 하나의 영토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 시장은 글로벌에서 놓칠 수 없는 무대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중국 자동차 내수시장의 폭발은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려주고 있다.

아이폰 카피캣부터 폴더블 눈치게임까지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처음부터 ‘스마트폰’ 제조업체였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냥 처음부터 일제히 아이폰을 향해 달린 것이다. 삼성전자가 소니부터 시작해서 모토로라, 노키아까지 쫓아다니다가 애플까지 따라가야 하는 상황과는 다르다. 노키아께서 저 먼 옛날부터 이동통신 기초 기술부터 골방에서 연구해왔던 것과는 기업 태생부터가 다르다.


아이폰의 디자인을 열심히 따라 그리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다 같이 아이폰의 카피캣이 된다. 그런 모방 제품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인기도 좋았다. 갤럭시로서는 참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업체 수도 계속 많아져서, 출시되는 스마트폰 수도 너무 많고, 다 같이 아이폰을 베꼈는데 그래도 각자 다 다르게 베껴서 조금씩 달라지는 바람에 특이한 제3의 카피캣이 나오기도 했다. 어쩌면 이게 중국 스마트폰 카피캣의 강점일 수도 있다. 분명히 카피캣인데, 무언가 다르다.


지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는 중국 업체이며, 중국 제품은 인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럽과 미국까지 날아가는 중이다. 디자인만 모방했다면 팔리지 않았겠으나, 모방과 혁신이 결합되어 점점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이다. 비록 아이폰 카피캣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놓고 갤럭시와 ‘세계 최초’ 눈치게임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카피캣이었던 중국의 모든 것

사실 지금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모든 것이 카피캣에서 시작했다. 중국의 사업가들은 처음부터 중국 밖의 모든 힌트를 볼 수 있었다. 많은 선진국 분들이 온라인 상거래, 스마트페이, SNS 플랫폼, 공유경제 등의 개념을 구상해놓고 기존 패러다임에 갇혀 끙끙대고 있을 때 중국 사업가들은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들의 부모는 대부분 농사꾼이거나 공산당원이었기 때문에,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창업과 비즈니스에 대해 전전긍긍할 데이터가 없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체제적 방어망은 중국 창업자들에게 시간을 벌어다 주었다.


결국 사업의 원초적 개념은 카피캣으로 시작했으나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중국 밖에서 경쟁자가 쉽게 침투하진 못했지만, 중국에서 중국 밖의 경쟁력을 카피하고 흡수할 수는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 내수시장은 ‘내수’라고 하기엔 좀 불편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러한 원동력으로 중국 비즈니스는 곧 그 사업의 차세대 분야에서 세계 최초를 만들게 된다. 이 선순환의 고리를 지금 우리가 중국에서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카피캣, 카피산업에 있어 어쩌면 중국의 모든 산업과 경제를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앞서 누차 언급했듯이, 그들은 아무것도 처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중국의 산업과 경제가 카피캣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의 F-35 전투기 모습까지 베껴서 차세대 전투기 J-31을 개발하는 곳이 중국이다.


서방세계가 다 차지했던 산업 주도권을 뺏으면서 중국은 새로운 패러다임까지 먼저 제시하고 있다. 마치 냉장고라는 개념을 처음 생각하진 못했지만, 냉장고를 한 번 만들어 보면서, 냉장고 시장을 차지하더니, 날아다니는 냉장고, 투명 냉장고, 가상현실 냉장고 등등 온갖 희한한 냉장고들을 쏟아내며 차세대 냉장고 산업까지 선도하는 셈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들이 카피캣이었던 중국 산업과 경제는 지금 모든 것들이 세계 1위에 오르는 중이다. 이것이 과연 체제의 특성 때문인지, 인구가 어이없게 많기 때문인지, 땅이 넓어서인지 핑계만 대고 있을 문제는 아니다.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중국산 전기차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공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옛날에 대한민국 산업보국 선조들이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했던 것처럼.

카피캣을 논하면서

민족주의 개념 정립 이후 ‘우리’는 곧 대한민국(한민족)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을 전제로, ‘우리’가 볼 때 지금 중국(사람과 땅 모두)은 온통 카피캣이며 짝퉁이며, 다 베껴 그린 그림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제국주의 시대 때부터, 식민지 개척이 가능한 열강 이외 모든 국가는 그 열강들의 카피캣에 불과했다. 모든 세계가 일제히 열강을 닮기 위해 질주했다.


열강 이외의 국가에서는, 열강에서 쓰는 모든 것(법, 제도, 사상, 물건, 시설, 사회, 가치, 심지어 언어까지) 을 카피해야 하는 사명감으로 지금까지 연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1위라고 자부하는 것이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만든 기준이며, 지금 ‘우리’가 카피, 짝퉁이라고 무시하는 말엔 과연 당당할 수 있는지 조금 궁금하다. 지금 우리가 중국을, 과거 일본이 우리를, 더 과거에 미국이 일본을 볼 땐 어땠을지 먼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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