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기 영화가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다
국내에서 개봉했던 영화가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에서 다양하게 리메이크되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되고 있는데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것도 있는 반면 문화의 차이를 고려해 아예 새롭게 각색되어 개봉하기도 한다.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리메이크 작품, 과연 국내의 어떤 영화를 미국에서 눈여겨보고 리메이크했을까? 미국에서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 리메이크 예정인 한국 영화 10편을 알아보자.
2003년 개봉했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5년 동안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되었다가 풀려난 남자 주인공이 복수를 하는 줄거리로 미국에서는 2013년 리메이크했다. 제목도 원작과 동일하게 올드보이로 개봉했는데 기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내용과 연출로 혹평을 받았고 흥행 역시 참패했다. 리메이크 편을 본 국내 반응도 매우 싸늘했다는 후문이다. 영화 제작에 있어 예산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이 약간의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긴 하지만 원작의 10%도 채 담아내지 못했다.
차태현과 전지현이 연기한 엽기적인 그녀는 2001년 국내 개봉을 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얘기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영화였다. 4차원 매력의 엉뚱한 여자 주인공과 순진한 남자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엽기 발랄한 로맨스 영화였는데 미국에서는 2008년 마이 쎄시 걸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됐다. 영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의 여주인공으로 알려진 엘리샤 커스버트가 전지현 역을 맡았지만 원작에서 보여주는 4차원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전래동화인 장화, 홍련전을 모티브로 2003년 개봉된 영화로 기존의 공포물과는 달리 좀 더 세련된(?) 공포감을 조성하며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2009년 리메이크 되면서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면서 생각보다 큰 성과를 거두었다. 심리적인 불안함을 잘 표현했지만 원작과는 달리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동생이 이야기를 풀어 나가며 결말도 다르게 마무리된다.
이정재와 전지현이 출연했던 시월애는 빨간 우체통을 매개체로 과거의 남자와 미래의 여자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사랑하게 되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로맨스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개봉했는데 미국에서는 2006년 레이크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됐다. 특히 한국 영화 중 최초로 리메이크 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출연해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연기했다.
2003년 개봉한 영화 ‘거울 속으로’는 한 백화점의 거울 앞에서 의문의 죽음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거울이라는 매개체로 공포, 스릴러를 조성하는데 미국에서는 미러라는 제목으로 2008년 개봉했다. 잔혹한 고어물을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로 아야 감독이 리메이크를 시도했는데 원작에서 가져온 것은 오직 ‘거울’이라는 소재뿐, 영화의 내용이나 결론 등이 상당히 달라졌다. 심지어 거울 속에만 존재하던 그 무언가가 밖으로 확장되면서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2010년 개봉한 아저씨는 비밀스러운 과거를 품은 한 남자가 납치된 옆집 아이를 구하기 위해 어둠의 조직과 맞서는 줄거리로 국내에서는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2016년 록키 핸섬이라는 제목으로 인도에서 리메이크되어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원래 2012년 미국의 디멘션 필름에서 판권을 구입했으나 제작이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뉴라인 시네마에서 새롭게 제작 기획을 밝혔다. 존 윅 시리즈로 유명한 데렉 콜스타드가 각본을 맡았다.
해외에서는 좀비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보편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좀비 영화가 익숙한 소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부산행은 시각 특수효과와 주인공의 연기력, 탄탄한 줄거리 등으로 국내에서도 큰 흥행에 성공했고 2016년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아저씨 리메이크를 맡은 뉴라인 시네마에서 부산행 리메이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재난 상황에서 마주하는 극한의 이기심과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감정, 스토리 등을 어떻게 각색할지 기대된다.
2002년 이병헌과 이미연, 이얼의 주연으로 개봉한 영화로 장르는 멜로지만 사실 뒤에 나오는 반전 때문에 어떤 이들은 여담으로 이 영화의 장르는 공포라고도 얘기했다. 이병헌과 이미연의 눈빛과 연기가 정말 명품이었던 영화로 미국에서는 2008년 포제션:중독된 사랑이라는 타이틀로 리메이크 됐다. 형수와 시동생의 선을 넘는 관계, 사랑을 넘어 서로에게 중독이 되는 깊은 관계는 사실 국내에서는 꽤나 파격적이며 흥미로운 소재지만 워낙 문화적이나 감성적 차이가 있다 보니 미국 내에서는 큰 자극 없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평이 많았다.
할머니가 청춘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20대 시절로 돌아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해보면서 웃음과 눈물을 주던 영화, 수상한 그녀는 2014년 개봉 당시 9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일본과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에 이어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예정 중에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영어 버전과 스페인어 버전을 공동 제작하기로 발표했으며 현지화 과정을 통해 미국 정서에 좀 더 맞는 시나리오 개발과 캐스팅을 진행한다고 한다.
프랑스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지만 인물이나 스토리 등은 모두 새롭게 출발했던 설국열차는 국내에서도 약 930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흥행했다. 또한 할리우드의 진출작이기도 한데 설국열차가 새롭게 리메이크된다. 이번엔 영화가 아니라 넷플릭스 드라마로 재탄생하는데 봉준호, 박찬욱 감독 외에도 미국의 유명한 제작자와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해 원작보다는 훨씬 더 심층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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