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요? 먹을 때 생길 수 있는 일
먹는 즐거움을 그 어떤 것에 비유하랴! 비주얼로 눈을 호강시키고 침샘을 제대로 자극하는 향, 그리고 입안에 들어왔을 때 황홀함은 모든 감각기관을 일깨우는 듯하다. 매번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먹는 즐거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먹는 도중 생긴 에피소드는 하나씩은 분명 있을 것이다. 200% 공감할 수 있는 먹을 때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알아보자.
빵 봉지를 딱 뜯어 먹으려는 순간 꼭 옆에서 한입만 달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입에 대기도 전에 그런 말을 들어서 살짝 짜증이 나지만 뭐 한입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건네주는데 한입을 크게 베어 문다. 그러더니 크림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한입을 더 크게 문다. 결국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빵 1/3을 다 먹어버리는 셈이다. 차라리 반을 나눠달라고 하면 고민하다가 줄 텐데 왠지 야금야금 내 빵을 다 먹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김치지만 어렸을 땐 김치가 그렇게 매력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마지못해 김치를 먹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엄마들은 식사시간 자녀들의 식습관에 대해 예민해진다. 골고루 먹어야 하는 것에 꽤나 신경을 쓰는 편이라 계속해서 잔소리 폭풍이다. 김치의 참맛을 몰랐던 시절, 밥 한 술 크게 떠서 억지로 먹고 있는데 엄마는 김치 먹으라고 또 잔소리를 한다. ‘방금 먹었어!!!’라고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에 입까지 벌려 내용물을 확인시켜줘야 엄마는 슬그머니 웃었다. ‘맛있지? 많이 먹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짬뽕이냐 자장면이냐를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극히 드물지 않을까? 한 그릇만 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짬뽕 혹은 자장면 선택은 너무나 잔인하다. 물론 짬짜면이라는 획기적인 메뉴도 있긴 하지만 희한하게 한 그릇으로 먹는 것보다 그 깊은 맛이나 양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듯하다. 짬짜면 대신 힘든 결정과 함께 주문한 메뉴가 배달되고 한 젓가락 먹고 나면 시키지 않은 다른 메뉴가 생각나는 건 비단 당신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포도맛 음료수, 해태의 포도 봉봉은 안에 들어 있는 포도 알갱이 때문에 그 인기가 많았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알갱이가 들어 있던 과일 음료수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 포도 봉봉이 나왔을 때는 획기적인 음료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흔들어 가며 알갱이까지 잘 마시다가 거의 다 마셔갈 때쯤 꼭 알갱이 하나가 말썽이다. 나올랑 말랑해서 기를 쓰며 먹으려고 혀끝으로 만지작만지작 했다가 베인 적도 있고 목을 하도 뒤로 젖혀서 뻐근할 때도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마지막 알갱이까지 호로록 먹고 나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맛있는 건 괜히 아껴놨다가 나중에 먹고 싶은 심리, 대표적으로 핫도그를 예로 들 수 있다. 소시지를 둘러싼 빵 반죽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핫도그의 메인은 소시지라고 생각한다. 케첩과 설탕이 묻은 빵 나름대로의 매력적인 맛을 야금야금 먹고 나면 고운 빛깔의 소시지만 가운데 딱 남게 된다. 그때부터가 핫도그의 진짜 맛을 알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케첩이나 설탕 없어도 오로지 소시지만 베어 먹어도 맛있다.
어렸을 때 아폴로 한 번쯤 안 먹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만큼 대표적인 추억의 불량식품인데 먹는 방법도 다양했다. 처음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던가 아니면 손바닥에 넣고 좌우로 비벼 가며 끊어지지 않게 한 줄로 쭉 나오게 해서 입안에 쏙 넣던가 혹은 끝을 잡고 이로 죽 당겨먹기도 했다. 또 어른 흉내 내면서 담배 피우는 척도 해봤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가느다란 아폴로 1개를 끼어두고 괜히 인상을 쓰면서 나오지도 않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말이다.
날씨가 추워질 때쯤 등장하는 비타민 C의 훌륭한 공급원 귤. TV 보면서 조금씩 까먹다 보면 어느새 수북하게 쌓여 있는 껍질 더미를 발견하게 된다. 새콤달콤한 맛에 자꾸만 먹게 되는 귤은 크기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성인 주먹만 한 귤은 하나씩 똑똑 떼어내어 먹기 좋지만 아기 주먹만 한 귤은 하나하나 떼는 게 오히려 귀찮아 한입에 넣는다. 입이 작은 사람의 경우에는 한가득 차서 씹기도 힘든데 씹다 보면 과즙이 줄줄 흘러내려 턱과 목, 손을 끈적끈적하게 만드는 경우도 더러 있다. 사서 고생하지 말고 반씩 쪼개 먹자.
특별히 정하지도 않았는데도 고깃집에서 늘 고기를 굽는 친구가 한 명씩은 있다. 물론 매우 고맙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 보면 무의식중에 자기도 모르게 고기를 뒤집고 있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거의 다 익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뒤집어야 할 양이 많을 땐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꼭 이럴 때 내가 뒤집은 고기를 친구가 뒤집어서 다시 뒤집어야 하거나 반대로 친구가 방금 뒤집은 걸 내가 다시 뒤집어서 허옇게 보일 때가 있다. 자기 바로 앞에 있는 고기만 뒤집기로 사전에 약속하면 좀 더 빨리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뭐 먹을 때 가장 얄미운 사람이 자꾸 한입만 달라고 하는 사람이다. 별로 배가 고프지 않다고 혼자 먹으라고 해서 1인분만 차리거나 시켰는데 막상 음식이 등장하는 순간, 눈빛이 바뀌며 맛있냐고 물어보고 대답도 듣지 않은 채 한 입만 달라고 한다. 한두 번쯤이야 그냥 줄 수도 있지만 아예 앞에 턱 괴고 앉아 연신 한입만을 외쳐대면 정말 짜증이 폭발한다. 차라리 갑자기 배고파졌다며 솔직하게 말하고 젓가락을 가져오는 것이 낫다.
맛있게 먹으면 0kcal라고 했는데 꼭 먹을 때마다 옆에서 칼로리 얘기하는 친구가 있다(물론 내가 그럴 수도 있다). 치킨을 먹을 때도 튀김이랑 껍질을 벗겨내고 먹으면 칼로리가 확 줄어든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이건 칼로리가 약 이만큼인데 밥으로 따지면 몇 공기가 된다, 그러려면 줄넘기를 500번 해야 된다는 둥 쉬지 않고 칼로리를 얘기해서 먹는 내내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정작 본인도 같이 먹고 있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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