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함께 생긴 소비 신조어
예전에 비해 소비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경제 성장과 문화적인 흐름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YOLO(You Only Live Once)가 유행하면서 한 번뿐인 인생, 즐겁게 살자는 의미로 즉흥적인 소비 현상이 많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이제는 나를 위한 소비, 즉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소확행 등을 이유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소비 패턴, 그 흐름 속에 새롭게 등장하는 신조어들이 있는데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거나 생각을 했다면 쓰지 않았을 돈, 충분히 아낄 수 있었던 돈을 허무하게 지불한 비용을 멍청 비용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외출 전 일기 예보를 확인하지 않아 또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는 일, 그렇게 쌓인 비닐우산은 한가득 쌓여 있다. 가까운 곳에서 주거래 은행을 찾지 못해 편의점이나 타 은행 ATM 기기에 출금 수수료를 내는 것도 대표적인 멍청 비용에 속한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점호화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일점호화란 평소에는 아껴 쓰거나 저렴한 물건만 골라 쓰지만 특정 물품이나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무언가에는 사치스러울 정도로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뜻한다. 가성비와 상관없이 자신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것에는 과감하게 고급 소비를 하는 셈이다. 자신의 능력에서 꽤 벗어난 가격대라고 하더라도 즐기기 위해서나 편안하기 위해서 혹은 자기 보상 차원에서 이들은 꽤 큰돈을 지불하고 있다.
Home(집)+ Hom o Ludens(놀이하는 인간)가 만나 홈루덴스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밖에서 활동하는 것보다는 주로 집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나만의 휴식공간, 케렌시아를 집에서 찾는 이들은 굳이 외출을 하지 않아도 집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안락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아이템을 구입하고 셀프 인테리어를 한다거나 집에서 여가 시간을 더욱 다채롭게 보내기 위해 다양한 취미 활동에 몰두하기도 한다.
휘발하다 할 때 휘, 흩어진다는 뜻의 한자어 휘와 희소가치를 합해 만든 신조어로 다른 사람에게는 충동적이면서 즉흥적으로 보이는 소비 혹은 무의미한 소비처럼 보일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가치와 의미 있는 소비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마구잡이 소비처럼 비칠 수 있겠지만 소비 과정에서는 나름대로 본인만의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가치관이 녹아 있다. 특히 휘소가치 소비가 잘 드러나는 경우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기업의 물품이나 유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굿즈 등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기업의 상품을 구입하지 않고 불매 운동을 펼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국어사전에도 등록된 신조어로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소비를 하면서 그를 통해 재미를 느끼고 스트레스가 풀림을 느끼게 된다. 탕진잼은 결국 현대사회에 만연한 스트레스가 불러온 또 다른 형태의 소비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필요는 없지만 ‘예쁜 쓰레기’를 위해 지갑을 열고 불쑥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돈을 펑펑 쓰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활동이 녹록지 않은 20대의 경우에는 통장이 금세 텅장으로 변해 서러움을 느낄 때도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탕진잼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소소한 행복으로 인해 삶의 좀 더 나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요새 ‘나 자신’을 위한 것이 트렌드다.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우선 자신이 행복해야 함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는 온미맨드라는 말을 등장시켰다. 소비자의 수요가 생산 시스템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온 디맨드(On Demand)에서 파생된 말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행복한 삶과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에는 가격의 가치보다는 심리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가성비보다는 ‘나성비’ 나의 만족도를 더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소비가 더 두드러진다. 물론 그렇다고 사치스러운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철저하게 얻은 후 소비 결정을 한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개념의 스웨덴 어인 라곰에서 유래한 말로 스웨덴에서는 자신에게 딱 맞는 만족스러운 상태를 설명할 때 형용사나 부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균형 잡힌 삶을 즐기는 스웨덴 사람들의 행복 철학을 대표하는 말이기 하다. 그래서 라곰식 소비라는 것은 주어진 환경 내에서 가장 좋은 균형점을 찾아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즉흥적으로 하기보다는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한지 중요한지 생각해 순위를 매기고 소비 습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미니멀 라이프나 심플 라이프 트렌드와 부합하는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쓸쓸한 마음이나 외로운 상황을 달래고자 사용하는 비용을 쓸쓸 비용이라고 말한다.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영화를 보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무언가를 사는 것, 혼자 밥 먹기 싫어서 친구를 불러내 밥을 사주는 것, 모두 쓸쓸 비용에 포함된다. 또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발생하게 되는 비용도 쓸쓸 비용에 포함된다. 이러한 소비를 통해 혼자인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 외로움을 달래면서 위안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한 가지 물건을 사려고 마음먹었을 때 꽤 많은 종류가 있어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를 때 예전에는 ‘가성비’를 많이 따졌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이 더 낫다는 당연한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를 추구하고 있다.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심리적인 안도감과 만족감 때문이다. 다소 비싸더라도 자신의 행복이나 즐거움을 위해 상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심리적 위안을 위한 비용인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가심비를 토대로 하게 되는 소비를 플라시보 소비라고 일컫는다. 합리적인 비용보다는 비용을 합리화시키며 자신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것보다는 멋져 보이려는 것만 SNS에 공유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단어다. ‘있어 보이다’와 ‘Ability’가 조합된 말로 비록 맛이 없고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비주얼이나 이름값을 한다면 쿨하게 소비를 하는 행태를 말한다. 자신의 무언가를 타인에게 과시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가격이 비쌀수록 물건이 잘 팔리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비합리적이면서도 과소비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지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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