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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Jun 03. 2020

나이만 3개, '세계 유일' 한국식 나이 폐지될까

한국에 오면 더 늙어져요, 여러모로 불편한 한국식 나이

  


“야, 너 몇 살이야!”


드라마나 영화에서, 혹은 현실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과 싸움이 붙었을 때 자주 등장하는 대사다.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들은 나이 드는 것을 그리 달갑지 않아 하면서도 관계를 맺을 때 꼭 나이를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나눌 때 보통 나이로 구분하는 편이라 나이가 많고, 적음이 대인관계를 형성할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한국식 나이가 전 세계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만 통용되는 것일까? ‘한국식 나이’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나라만 쓰는 세는 나이?


우리나라는 2018년 12월 31일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2019년 1월 1일이 되면 2살이 된다. 태어난 지 하루 만에 2살이 되는 ‘매직’이 일어난 것이다. 사전상에는 ‘세는 나이’라 정의하고 있는 한국식 나이 셈법은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고, 매년 1월 1일에 한 살씩 더해진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만 쓰는 이런 나이 계산법을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 부른다고 알려졌다.


세는 나이는 옛 고대 중국에서 전파돼 중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사용된 특유의 나이 계산법이다. 그러나 중국은 1960~70년대 문화대혁명 때 만 나이만 사용하게 해서 지금은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세는 나이를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일본도 1902년 만 나이를 공식 채택했으나 일상생활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1950년 법적으로 제정하여 기존 나이 계산법의 뿌리를 뽑았다. 심지어 북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에는 나이 계산법이 무려 3개?


그렇다고 우리가 세는 나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만 나이를 쓰게 돼 있다. 1962년 법적으로 만 나이가 지정된 다음부터 민법, 형법, 관공서와 병원 등에서 만 나이를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미성년자와 성인을 구분하는 기준도 만 19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놀랍게도 법적으로 정한 나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나이인 ‘연 나이’다. 연 나이는 병역법과 청소년 보호법에 적용하고 있다. 병역법에 따르면 연 나이 19세가 되면 징병검사를 받는다. 또,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연 나이를 적용하여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하면 생일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다. 그러니 한국인은 법적으로 2가지 나이를 가진 셈이다. 예를 들면, 1997년 2월생인 사람의 만 나이는 2019년 1월 기준으로 21세이고, 연 나이는 2019년-1997년인 22살이 된다.

일상에서도 만 나이를! 연령 계산법 제정안 발의


법적으로 만 나이와 연 나이, 총 2가지의 나이 셈법만으로도 복잡한데, 일상생활에서는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는 세는 나이가 통용되고 있다. 이처럼 나이 체계가 여러 개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전부터 제기됐던 다른 나라보다 최대 2살까지 더 먹는 한국식 나이, 즉 세는 나이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새해마다 꾸준히 등장하며,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상생활에 널리 쓰이는 한국식 나이 대신 만 나이 일상화를 추진하자는 제안이 빗발쳤다.


이에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은 공문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만 나이를 사용하자는 취지로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연령을 표시할 때 출생일부터 계산한 연수를 사용하고, 1년에 못 미치는 잔여 개월 수를 함께 표시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황주홍 의원은 “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세는 나이를 계속 쓰고 연령 계산방식도 혼용 중”이라며 “불편과 혼선 방지를 위해 연령 계산방식 일원화 방안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왜 세는 나이를 고수할까?


그렇다면 중국이나 일본도 진작 버린 세는 나이를 왜 우리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걸까? 일각에서 ‘한국은 아이가 엄마 배 속에 있던 시간을 포함하여 나이를 정하기 때문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혹은 동양에는 0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정확한 문헌 자료나 근거가 없어, 명확하게 우리나라만 세는 나이를 고수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나이로 서열을 따지는 문화가 강한 편이다. 과거에는 1~2월 출생자가 전년도 출생자와 학교를 같이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여 일명 ‘빠른 나이’로 사는 사람이 있다. 학교에 다닐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사회로 나가게 되면 ‘족보 브레이커’라는 비난받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나이 1, 2살 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호칭도 언니, 형 등으로 확실히 나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한 연도 내에서 안정된 서열 관계를 맺기에는 한국식 나이가 오히려 유용하게 느껴질 수 있다.


2018년 SBS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나이 셈법을 하나로 통일했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무려 92%를 넘었다. 그중에서도 만 나이 선호도가 약 45%로 가장 높았으며 한국식 나이 선호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양하고 복잡한 나이 셈법 탓에 여러 사회적 비용이 드는 만큼 통일된 나이 셈법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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