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모든 작품들이 좋았다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것에서부터 이야기의 전개와 세세한 대사에 이르기까지, 확실히 드라마를 만들 때엔 작가의 역할이 결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화면에 잘 펼쳐내줄 연출자가 없다면 명작이 탄생하기는 힘들다. 그래서일까. 특정 작가와 PD가 콤비를 이루어 여러 개의 히트작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조합인 셈이다. 오늘은 이처럼 이름값 하나만으로도 드라마의 재미를 보장하는 드라마작가와 PD 조합을 한 데 모아보았다.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김은숙 작가는 데뷔 이래로 손대는 작품마다 한 번의 실패 없이 흥행 대박을 이끌어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세 작품 연속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은 다름 아닌 이응복 PD였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이다. 세 작품 모두 가공할 만한 인기를 자랑했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 한국 드라마계에서 가장 핫한 콤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희경 작가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드라마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노희경과 콤비를 이룬 것은 김규태 PD이다. 두 사람이 함께한 작품으로는 <빠담빠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브> 등이 있다. 노희경 작가의 통찰력 넘치면서도 따뜻한 대사와 김규태 감독이 만들어내는 영상미가 어우러져 진한 휴머니즘을 담은 드라마가 완성되었다는 평이 많다. 또한 두 사람은 한 소속사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tvN 드라마의 위상은 대단하다. 지상파가 아니면 관심도 없던 시청자들 대부분이 현재는 지상파 드라마보다는 tvN 드라마에 더 큰 기대를 보일 정도이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딱히 주목을 받지 못했던 tvN 드라마가 이 같은 명성을 얻게 된 것에는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공이 컸다. 2012년도에 처음으로 시작된 <응답하라> 시리즈가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면서 tvN 드라마도 함께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특히 두 사람은 모두 예능 프로그램으로 방송 일을 시작한 인물들이어서 세간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장르물이 드문 한국 드라마계에서 한동훈 작가와 한정훈 PD는 꾸준히 범죄 수사물을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부패한 권력 집단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선보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나쁜 녀석들>은 그전까진 히트작을 내놓은 적이 없는 OCN의 오리지널 시리즈였음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들이 함께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통쾌한 액션과 더불어 사회적인 메시지가 늘 함께 담겨냈음을 알 수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한동화-한정훈 콤비가 다시 한 번 뭉쳐 속 시원한 드라마를 만들어주길 기대해보는 바이다.
신원호 PD-이우정 작가 콤비가 tvN 드라마의 개국공신이라면, 정성주 작가-안판석 PD 콤비는 오늘날의 JTBC 드라마를 있게 했다. 두 사람은 항상 상류층의 뒤틀린 욕망을 풍자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전개와 감정선 모두 물 샐 틈 없이 촘촘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정성주 작가는 안판석 PD와 함께한 JTBC의 <밀회>로 2014년도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극본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수현 작가는 특유의 섬세한 전개와 톡톡 튀는 대사로 몇 십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김수현 작가의 수많은 히트작들을 가장 많이 함께한 것은 단연 정을영 PD이다. 배우 정경호의 아버지이자 배우 박정수의 연인으로도 유명한 정을영 PD는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 <무자식 상팔자>, <천일의 약속> 등 다수의 작품에서 김수현 작가와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PD는 한국 드라마계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두 사람은 일본군 위안부, 제주 4.3사건, 5.18 민주화 운동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드라마에 옮겨 엄청난 히트를 이끌어낸 동시에, 고현정, 채시라, 최재성, 박상원, 이정재 등 수많은 배우들을 스타로 만들어낸 인물들이기도 하다. 참고로 두 사람이 김종학 PD의 죽음 이전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은 SBS의 2012년 작인 <신의>였다.
문영남 작가는 가족 드라마계의 대모라 불리는 인물이다. <장밋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등, 문영남이 흥행을 이끌어낸 드라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녀의 드라마들은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코믹과 감동을 기가 막히게 배합하는 중독적인 전개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 같은 문영남의 극본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은 진형욱 PD의 몫이었다. 두 사람은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에 이어 최근 종영한 <왜 그래 풍상씨>까지 총 세 작품을 함께 했다.
김지우 작가와 박찬홍 PD는 상당히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두 사람이 극본과 연출로 처음 만나게 된 것은 1999년작인 <학교2>에서였다. 이후 <부활>, <마왕>, <상어>로 그 유명한 ‘복수 3부작’을 완결 시키면서 마니아층을 양산한 두 사람은 <발효가족>, <기억>에 이어 JTBC의 최근작인 <아름다운 세상>에서도 함께하고 있다. 김지우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글을 박찬홍 PD가 더욱 밀도 있는 영상으로 완성시킨다는 것이 이 콤비에 대한 지배적인 평이다.
타임 슬립물에서부터 만화와 현실, 혹은 꿈과 현실의 경계마저 허물어버리는 특이한 소재의 드라마를 써내어 ‘판타지 드라마계의 거장’으로 불리고 있는 송재정 작가. 그녀의 시작은 드라마가 아닌 시트콤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드라마 작가로서의 시작을 함께한 것은 다름 아닌 김병수 PD였다. 두 사람은 2012년 작인 <인현왕후의 남자>를 시작으로 <나인>, <삼총사>까지 총 세 작품을 함께했다. 또한 송재정 작가는 시트콤 작가였던 시절에는 김병욱 PD와 콤비를 이루어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거침없이 하이킥> 등 수많은 히트작들을 써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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