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적인 듯 호의적이지 않은 팀플 팀원들의 속마음
교수님들은 협동심과 커뮤니케이션, 상호작용을 배우고 또 나중에 취업 후 회사에서 많이 접하게 될 팀 단위의 프로젝트를 사전에 경험해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조별 과제를 굉장히 독려하신다. 표면상의 이유는 참 그럴듯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조별 과제는 정말 싫을 때가 많다. 물론 사회는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공동의 작업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말과 해동 하나하나가 얄미운 조원들도 있고 도움은커녕 오히려 방해만 해서 진행을 못 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별 과제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개인의 노력 여부는 크게 중요시되지 않는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내 기준에는 전혀 못 미칠 때,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특별히 다른 누군가에게 신뢰가 가지 않아 결국 내가 하게 될 때, 그래서 결국은 나조차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어지는 충동이 종종 들게 된다. 이런 모습은 카톡 대화에서도 조금씩 드러난다. 배려하는 듯하지만 결국 잇속을 차리려는 속마음, 아무 뜻 없는 것 같지만 은근하게 담고 있는 깊은 빡침 등 팀플로 고생하는 학생들의 단톡으로 그들의 속마음을 살펴보자.
과목이나 수업 내용에 따라 과제의 방법이나 결과물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보통 자료 조사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과정이다. 옛날처럼 직접 발로 뛰거나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찾아 복사를 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 없이 이제는 클릭 몇 번이면 전문 정보부터 최신 자료까지 쉽게 서칭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때문에 작업물을 만들어야 하거나 발표를 해야 하는 대외적인 부담감 없이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작업이라 스스로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료는 개인이 가진 주관적인 입장도 들어갈 수 있고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를 수 있으므로 한 사람이 몰아 하기보다는 주제별 나눠서 각자 한 후 취합하는 것이 좋다.
이 자료들 모으느라 이틀 밤을 새웠느니, 정말 눈이 빠지는 줄 알았다느니 자신의 고생담을 늘어놓는 사람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정말 쓸만한 자료는 하나도 없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부터 캡처한 후 흐름 없이 무조건 갖다 붙이기만 해서 양만 늘리기도 일쑤다. 자료는 최대한 많은 것이 좋다. 하지만 쓸데없는 100개의 자료보다는 중요한 정보가 담긴 10개의 자료가 훨씬 낫다. 자료와 정보 수집은 앞으로의 과제 방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초석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방대한 양의 정보 속에서 핵심 정보를 찾아야 하며 정보를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지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는 필요한 내용만 발췌해서 카테고리 별 분류를 해 언제든지 쉽게 참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PT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고 발표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PPT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가독성이 좋지 않아 청중을 사로잡을 수 없다면 교수님의 점수는 후할 수가 없다. 또한 PPT는 통일된 디자인과 구성 방식으로 가야 하다 보니 여러 사람이 작업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도 꽤 많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PT를 본인이 만들겠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못 미더운 다른 조원들에게 괜히 맡겨서 후회하기보다는 수고스럽더라도 차라리 내가 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전공 수업의 조별 과제는 동기들과 하다 보니 적극적인 참여율을 보이면서 다들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양 과목의 조별 과제는 처음 만나는 타과 학생들, 또 학번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생각보다 단합이 쉽지 않다. 시작은 괜찮았더라도 조금씩 지나면서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물론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교양 과목도 전공 못지않게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학생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카톡 메시지를 통해 어필한다. 특히 스케줄 조절이 쉽지 않은 타과 학생들의 모임이다 보니 어렵게 정한 회의 날 같은 경우도 며칠 전부터 일정을 재차 확인하고 당일 모임 한 시간 전까지 메시지를 보내면서 전원이 카톡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를 확인해 참석률을 높이려고 한다.
말 많고 탈 많던 조별 과제의 종강, ‘한 학기 동안 고생 많았어요.’라고 간단명료하게 한 줄 쓰고 곧바로 단체 채팅방을 퇴장하는 것으로 완벽하게 끝맺음을 맺었다. 강제적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맺게 된 인간관계이니 최소한의 예의를 보인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끝나고 뒤풀이를 하자고 하던가,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며 지내자는 말을 하겠지만 무임승차로 점수만 쏙 빼간 사람, 툭하면 대안 없이 태클 걸던 사람, 모든 경조사가 과제 기간에만 몰렸던 사람, 해오기로 하고선 약속 안 지키는 사람, 대신해달라고 징징거리던 사람 등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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