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우리 문화유산
정부 조사 결과 2019년 현재 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는 21개국에 18만여 점에 달한다. 경천사지십층석탑, 조선왕조실록 등 환수되어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도 있지만 돌아온 문화재는 10,120점 정도로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지난 2011년 조선 왕실과 국가 의식을 기록한 외규장각 의궤가 임대 형식으로 돌아왔지만 소유권은 아직 양도받지 못하는 등 한 번 반출된 문화재를 회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흔하지만 귀한 한마디가 생각나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10가지를 소개한다.
전북 김제시 금산사의 향로로 일본 동경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높이 28cm, 지름 35.5cm의 크기로 몸체는 분실되고 대좌만 남아 있다. 하단에 ‘금산사미륵전에 향로를 만들었다’라는 명문이 적혀 있어 고려 명종 8년(1178년)에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정교하고 우아한 무늬로 고려 중기의 뛰어난 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혜문스님은 임진왜란 때 약탈된 것이라며 일본인들이 용도를 알지 못해 향로의 위아래를 뒤집어 찍은 옛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향로는 향을 피우는 그릇을 뜻하는 것으로 제례의식에 사용되는 도구이다.
세종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1447년 4월에 꾼 꿈에서 본 광경을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안견에게 말하여 그리게 한 작품이다. 험준한 바위와 계곡, 폭포수, 배, 복숭아나무 등 현실과 이상 사이의 낙원을 수려한 기법으로 그려냈다. 안견이 3일 만에 그림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안평대군이 제목과 시, 글을 쓰고 신숙주, 김종서 등 23명이 글을 썼다. 일본 덴리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일본의 국보다. 지난 2009년 국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됐으나 덴리대학에서는 더 이상 그림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40여 개의 손에 보검, 보탑, 법륜, 경전 등 서로 다른 지물을 들고 두 팔은 화불을 받들고 있는 관음상으로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진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을 표현한 것으로 왼손 20개, 오른손 21개로 만들어져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특수한 형태의 불상으로 볼수록 오묘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비함이 대단하다. 상을 올려놓은 목제 받침의 바닥면에 명문이 남아 있어 14세기 또는 15세기 경북 상주시 동방사에서 조성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교토 대덕사에 소장된 것으로 바위 위에서 오른쪽으로 반가좌를 한 관음보살과 관음 앞의 정병 등 고려 시대 관음보살도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오른쪽 아래 큰 잎에 올라선 선재동자와 꽃가지를 물고 있는 새, 공양물과 지물을 든 여러 명의 인물 등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함이 돋보인다. 1310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 시대 수월관음도는 대부분 파리 기메 국립 동양박물관 등 일본, 미국, 유럽에 흩어져 있으며 교토 대덕사는 총 3점의 수월관음도를 소장하고 있다. 일본 가가미신사에는 최대 규모의 고려수월관음도가 있어 국보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신라시대 승려인 혜초가 고대 인도의 5천축국을 답사하고 쓴 여행기다. 727년 성덕왕 재위 시기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08년 프랑스의 동양학자 p.펠리오가 중국 간쑤성 돈황의 천불동석불에서 발견했다. 현재 남은 것은 1권의 필사 약본으로 완본은 남아있지 않다. 육로와 해로가 같이 언급되고 있고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관한 세계 유일의 기록이라는 점, 음식과 결혼 풍습 등 각 지방의 사회상이 기록된 점 등에서 매우 가치 있는 의의를 지닌다. 현재 파리 국립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높이 41.8cm, 폭 21.2cm에 달하는 금동투각관모는 경남 창녕에서 출토된 것으로 5~6세기 신라 제작품으로 추정된다. 화려한 금빛 장식의 고깔 모양으로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으며 국내에서 보기 힘든 형태이다. 일제 시대 도굴꾼으로 유명한 일본 상인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빼돌린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 1200여 점의 하나로 일본의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반환을 요구했으나 당시에는 민간 소장품이란 이유로, 또 오구라 컬렉션 보존회가 도쿄 국립 박물관에 기증한 이후에는 ‘불법 반출된 증거가 없다’라는 이유를 들어 응하지 않고 있다.
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인쇄된 불교서적으로 충북 청주의 흥덕사에서 1377년 만들어졌다. 구한말 프랑스 외교관 콜랭 드 플랑이 직지심체요절을 수집해 반출되었으며 경매를 통해 1911년 골동품 수집가인 앙리 베베르에게 들어갔다. 이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당 도서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으며 이후 갖은 노력 끝에 독일 구텐베르크의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7세기 초 백제에서 만들어진 불상으로 1907년 충남 부여군의 절터의 무쇠 솥에서 발견됐다. 우리나라 국보 293호로 지정된 금동관음보살입상과 함께 발견됐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반출되고 말았다. 문화재청이 소장자와 환수를 시도했지만 소장자는 150억 원, 문화재청은 전문가 자문 결과 42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문화재청은 다른 방향으로 환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 이런 와중에 최근 중국으로의 반출 가능성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중국 상하이박물관은 해당 내용에 대해 부정하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신라 흥덕왕 8년인 833년 만들어진 경남 진주의 연지사 종은 통일신라 3대 범종의 하나로 꼽힌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이 함락되며 노획품으로 수탈당한 연지사 종은 일본에 있는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범종으로 조선종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국보로 지정돼 왔다. 현재 일본 스루가시의 상궁신사에 소장돼 있으며 1200여 년이 넘는 세월과 관리 방법의 부실 등으로 부식과 청록 현상, 마모 등 각종 문제가 발견돼 보존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단원 김홍도가 80cm가 넘는 병풍에 그린 풍속화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각 2첩씩 8첩으로 구성했다. 특유의 해학과 힘이 넘치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명작으로 손꼽힌다. 1800년대 후반 프랑스 외교관 루이 마랭이 구입했으며 현재 프랑스 국립 기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2017년 서울교통공사가 해외 반출 문화재를 기억하기 위해 제작한 ‘귀향 문화열차’에 조선 왕실 회화 ‘십장생병풍’과 함께 부착되기도 했다. 순종이 어린 시절 천연두에서 나은 것을 기념하며 그려진 ‘십장생병풍’은 1924년 무역상 테일러상회를 통해 미국 오리건대 박물관으로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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