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렬한 매력을 지닌 독일의 소도시 10
유럽 여행을 가는 이들이라면 꼭 들리는 독일. 하지만 유럽 여행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또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 함부르크 같은 대도시를 위주로 여행하다 실망하고 돌아온 사람도 꽤 적지 않다. 하지만 독일의 진짜 매력은 소도시에 있다. 독일 대도시나 유명 도시에 비해 그냥 지나치기도 쉬운 곳들이지만, 워낙 예쁘고 아름다운 소도시들이 많아 유명한 대도시보다 소도시 하나 잘 골라 여행하는 게 오히려 독일의 정취와 매력을 제대로 만끽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긴 역사를 간직한 채, 그리고 자연환경을 잘 살려 작고 아담한 도시에서 밀도 높은 매력을 뽐내고 있는 독일의 소도시 10곳을 소개한다.
뷔르츠부르크는 독일 남중부 바이에른주에 속한 오래된 도시로, 마인 강 중류에 면해 있다. 소설가 헤르만 헤세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뷔르츠부르크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17세기 현란한 바로크풍의 도시답게 사방에 첨탑이 솟아 있고, 마인 강변을 따라 스카이라인을 이룬 건물들과 석양에 물든 강물이 도심을 가로지른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되었는데 폐허에 남겨진 자재와 벽돌을 그대로 사용해 이렇게 멋지게 부활했다고.
로텐부르크는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높다. 도시의 아기자기한 매력에 반해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로텐부르크를 찾고 있다. 유럽의 여느 중세 도시가 그러하듯, 도시의 중심부에는 교회가 있는데, 로텐부르크에서 방문해 볼 만한 교회는 장크트야콥 교회로 완성하는 데 190년이 걸린 건물이다. 또 마르크트 광장 중앙에 위치한 도시 시청사는 13세기 지어진 고딕 양식 건물로, 꼭대기에 올라 로텐부르크의 그림 같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로텐부르크는 특유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독일 중남부의 뷔르츠부르크에서 퓌센까지의 약 300㎞에 이르는 도로 '로만티셰 슈트라세'의 하이라이트로 불리기도 하는 도시다.
독일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뉘른베르크는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 베를린에서도 가깝기 때문에 유럽 어디서든 쉽게 갈 수 있는 곳으로,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진행되는 동안 전 세계에서 약 2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좋은 도시 2위로 꼽히는 뉘른베르크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의 중앙 광장과 노천시장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되고, 본격적인 마켓이 시작된다. 또 뉘른베르크는 독일 역사 중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들이 벌어진 곳으로, 나치 시대 때 전당대회가 열렸던 곳이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나치 전범 재판이 열린 근현대사의 역사적 도시이기도 하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밤베르크는 여행객들에게 아직은 낯선 곳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곳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에 등록된 도시'로, 17세기와 18세기 건물과 궁전 등 옛 건축물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베르크의 주된 매력은 바로 아름답고 수준 높은 건축물과 그것들이 풍기는 분위기. 밤베르크 역사는 건축물로 완성된다 할 만큼 건축물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으며, 오래된 건축물 덕분에 도시에 중세 느낌이 가득하다. 또 마인강 지류인 레그니츠,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잇는 운하가 나란히 흐르는 곳에 밤베르크가 위치하기 때문에, 도심을 관통하는 강이 독특한 건축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 '독일의 베네치아'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독일의 예나는 인구 10만 명이 거주하는, 분지로 둘러싸인 도시다. 카메라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아는 '칼자이스'라는 회사가 1846년 이 도시에 공방을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여러 렌즈 회사들이 대거 위치해 있어 독일에서 '옵티컬 밸리(Optical Valley)'라고 불리기도 한다. 도시의 특이한 역사답게 역사적인 현미경, 영사기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옵티컬 뮤지엄이 있다. 또 예나 대학이 도시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도시가 작은 만큼 시민의 1/3이 학생이기도 해, 독일 사람들에게는 작은 대학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작은 만큼 아기자기한 건축물과 독일 사람들의 소담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도시다.
베르히테스가덴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 휴양지로 불린다.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에 있는 도시 베르히테스가덴은 일반인들에게는 "휴가 여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부터 휴양지로 인기가 높았던 산속 휴식처로, 과거에는 바이에른 귀족들, 그리고 나치 간부들의 전유물이기도 했던 곳이다. 바이에른 알프스 산맥 속에 위치하며 삼면이 오스트리아의 영토에 에워싸여 있는 베르히테스가덴에서는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에서 가까운 독일 알프스의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주위의 알프스 초원에는 소 떼들이 풀을 뜯고 있으며, 도시인들에게는 다소 예스럽게 느껴질 오랜 전통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독일 파사우는 다뉴브강, 인강, 일츠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도시로, 도시 전체가 강물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묘한 공간이다. 수상 교통이 유리한 곳인 만큼 크루즈 여행 코스로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과거 로마 제국의 전진기지가 있었던 이 도시는 독일인에게도 생소한 곳인데, 여행자들에게는 독일의 숨겨둔 보석으로 여겨질 만큼 아름다운 풍치를 뽐낸다. 또 파사우의 성 슈테판 성당은 유럽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파이프의 개수가 17,774개나 되는 큰 오르간이라고.
레겐스부르크 역시 독일인 여행자들에게도 생소한 도시다. 이 도시의 매력은 골목길 사이사이, 구석구석에 콕콕 숨어 있다. 바로 레겐스부르크의 역사를 피운 곳이 골목골목 들어서 있는 오래된 앤티크 상점들이기 때문. 중세의 고도를 거니는 것도 매력이지만 좁다란 골목길에 빼곡한 앤티크 상점들을 구경하는 것도 마을 여행의 매력이다. 또 도시 중심부는 전쟁의 피해 없이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데, 2000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인데도 오히려 고도의 감성이 아닌 신도시의 감성을 자아내는 오묘한 매력의 도시다.
독일 퓌센은 바이에른 알프스 산맥 동쪽에 자리한 도시로, 알프스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과 푸르른 녹음으로 독일 사람들에게도 가족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또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고풍스러운 성과 아기자기한 건축물들이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알프스를 배경으로 웅장하게 솟은 노이슈반스타인 성은 퓌센에 방문했다면 꼭 가보아야 할 곳이다. 울창한 숲 속을 지나 만나게 되는 노이슈반스타인 성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성에 다다르는 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데, 월트 디즈니가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디즈니랜드를 건축했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도시'라 불리는 드레스덴은, 베를린과 체코 프라하 사이에 자리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끔찍한 폭격을 당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전 세계의 지원을 받으면서 고풍스러운 예술, 문화 도시로 재탄생했다. 드레스덴은 독일의 피렌체라 불리며, 바로크 건축 양식과 음악, 미술의 도시로 여겨지며 도시 안에는 레지던츠 궁전, 츠빙거 궁전, 프라우엔 교회, 젬퍼 오페라하우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예술의 거리 '쿤스트호프 파사쥬'는 드레스덴의 몇몇 예술가들이 모여 건물의 외관에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거리로, 지금은 드레스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해 있다. 이곳은 형형색색의 예술적인 벽화들이 일상적인 공간을 얼마나 특별한 상상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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