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먹으면서 살도 빼는 꿀이득 편의점 도시락
작년에 입었던 여름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을 때, 요즘 핫한 주머니 괴물의 잠만보로 진화된 것만 같아 속초에 갈 필요 없이 주머니 공을 거울 앞에 던지면 될 것 같았다. 다이어트를 단번에 다짐했지만 쪄죽겠는 여름 날씨에 운동하다 쓰러지면 어떡하나 싶은,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을 상상하며 자기합리화를 끝내놓고 나니 할 수 있는 건 식이요법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나만 걸려라 원푸드, 물배 채우는 디톡스, 본격 초식 동물 변신, 죽기 전까지 굶기 등을 생각하다 내린 또 다른 결론의 끝은 의지부족으로 인한 다이어트 포기였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설렘을 안고 편의점으로 향한 어느 날, 다이어트 도시락을 본 순간 ‘데스티니’를 느꼈다. 건강한 식단으로 맛있게 먹으면서도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찬 의지가 샘솟았다.
CU편의점 도시락 예약 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지점으로 가서 예약하면 된다. 2일은 걸릴 줄 알았는데 하루만에 받아볼 수 있었다. 도시락 전용 비닐봉지에 담겨있어 안전한 보존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도시락 겉면은 전용 랩으로 꼭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 젓가락이 다소곳이 누워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것 같은 이 도시락의 중량은 482g, 칼로리는 798kcal라고 한다. 칼로리를 본 순간 주춤한 건 기분 탓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체적인 총평을 내리자면 강한 맛에 쉽사리 다가서지만, 그 맛이 다시 뒤로 물러나게 한다는 점.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를 돌리고 나면 달짝지근한 향이 올라와 코를 벌름거리게 만든다. 작은 탄성을 자아내는 이 비주얼은 아마 백종원님이 노리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메인 음식이 곧 도시락 전체의 맛을 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음식은 백종원님의 수많은 음식 중 하나인 닭조림백반 레시피를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귀여운 동그랑땡과 계란 초밥이 생각나는 계란말이, 담백한 호박나물, 생김치로 둔갑한 볶음 김치, 초등학생때 분식점에서 먹었던 일명 ‘피카츄 돈가스’가 생각나는 미니 돈가스는 센터인 닭 가슴살 조림을 돋보이게 해준다.
3가지 도시락 중 가장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었던 GS25 도시락은 전용 어플리케이션에서 예약 및 결제, 그리고 찾아갈 시간까지 정할 수 있다. 아쉬운 건 도시락 전용 비닐이 있음에도 직원분이 일반 비닐에 넣어준 점이다. 일반 랩으로 둘러져 있던 도시락을 벗기니 도시락 밑면에 있던 일회용 포크가 툭 떨어져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별미밥상 도시락은 중량 390g에 칼로리 405kcal로 다이어터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전체적인 총평으로는 알찬 건강함이 가득하지만 소화는 빠른 시간 안에 될 것 같다는 점.
연두부와 샐러드를 뺀 나머지를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정도 돌렸다. 잡곡밥 냄새와 닭 가슴살 조림 냄새가 한데 어우러진 고소하고도 달달한 냄새가 살짝 올라왔다. 연두부 밑에 있던 오리엔탈 소스로 연두부와 샐러드에 뿌려주니 비주얼이 +5 상승했다.
평소 알고 있던 검은콩, 팥, 흑미와 생소한 병아리콩, 울타리콩 등 다양한 잡곡이 섞인 밥은 다양한 식감으로 재미를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적은 양에도 포만감을 높여준다.
부드럽게 쪄 있는 닭 가슴살은 결 대로 찢겨져 있었다. 눈으로만 봤을 땐 메인 음식 양이 이렇게 적어서 되겠냐고 궁시렁 거렸지만 막상 먹어보니 적당한 양이었다. 못난 식욕을 둔 필자가 미.안.하.다!
샐러드가 시들시들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라는 듯, 당당하게 싱싱한 자태로 반겨주는 샐러드. 오리엔탈 소스와 곁들어 먹으면 그 맛은 설명이 필요 없이 그냥 맛있다. 연두부는 간장과 함께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세븐일레븐 도시락 예약은 CU와 마찬가지로 직접 지점에 찾아가 예약을 하면 된다. 2일 정도 걸려서 받은 이 도시락은 전용 랩에 싸여져 있었다. 랩을 벗기면 젓가락이 떨어질 줄 알고 손으로 잡고 있었는데 웬걸,젓가락을 테이프로 고정시켜 놓은 작은 센스에 감동받았다. 중량 401g에 칼로리 515kcal인 이 도시락은 샐러드가 반이나 차지하고 있어 누가 봐도 다이어트가 목적인 이들을 위한 도시락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한국영양학회 공동 개발’이라 쓰여 있어 왠지 맛이 없을 것 같았는데 맛에서 반전이 있었다. 전체적인 총평을 해보자면, 아이유가 나오는 과일주 CF 멘트가 딱 떠오른다. “너무 맛이써헝~”
샐러드 통을 빼고 전자레인지에 1분 20초 가량 돌렸다. 별다른 음식의 향이 후각을 자극하지 않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았다. 낮은 기대감으로 맛을 극대화 시켰다는 것을 말이다.
검은콩, 팥, 찹쌀 등등 기본 잡곡들로 이뤄진 밥은 집 밥을 연상시키게 해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다만 반찬에 비해 밥 양이 많은 점은 아쉬웠다.
흔한 두부 조림처럼 생겨 기대를 안 했다가 떡갈비 맛이 나는 순간 요리왕 비룡 배경음악이 떠올랐다. 땅콩을 뿌려 재밌는 식감, 두툼해서 좋았지만 2개밖에 없어서 야금야금 아껴 먹었다. 많은 밥은 어떡하라는 거냐 나 먹기 심심하다 진짜!
강낭콩, 스크램블드에그, 양상추, 적양배추, 방울토마토, 블랙올리브 등 샐러드 내용물이 알차다 못해 가득하다. 야채의 신선도도 만족스러웠고, 자칫 눅눅해 질 수 있는 스크램블드에그가 촉촉한 초코칩처럼 촉촉했다. 한쪽 구석에 자리한 오리엔탈소스와 곁들어 먹으니 맛이 상승했다.
표고버섯과 그린빈스로 어우러진 버섯조림. 표고버섯 특유의 맛 때문에 잘 먹지 않는 성향이 있는데 그 맛을 잠재워주고 고소한 그린빈스가 맛을 돋워줬다.
CU 편의점
백종원 맛있는 닭슴살 정
식
칼로리 : 798kcal
가격 : 3,900원
총평 : 강한 맛에 쉽사리 다가서지만 그 맛에 다시 뒤로 물러나게 하는 맛
포장상태 : ★★★★☆ / 신선도 : ★★★★☆
맛 : ★★★☆☆
GS25 편의점
별미밥상 닭 가슴살 도시락
칼로리 : 405kcal
가격 : 3,800원
총평 : 알찬 건강함이 가득하지만 소화는 빠른시간에 될꺼같은 두려움.
포장상태 : ★★★☆☆ / 신선도 : ★★★★★
맛 : ★★★☆☆
세븐 일레븐 편의점
두부 스테이크 샐러드 도시락
칼로리 : 515kcal
가격 : 4,000원
총평 : 아이유님이 나오는 과일주 CF의 한 장면이 딱 맞는 것 같다. “너무 맛이써헝”
포장상태 : ★★★★☆ / 신선도 : ★★★★★
맛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