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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Apr 14. 2021

우아함

연약함으로 빚은 우아함

 나는 우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 동작이나 표정의 우아함 같은 거 말고 삶의 방식이나 태도가 우아한 사람들.

 내가 생각하는 우아함이란 이런 거야. 그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덤덤하게 해 나가고, 살고자 하는 삶을 살아.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상처 하나 남지기 않는 거지. 사뿐사뿐 걷다가 때로는 턴도 하고, 다리 찢기도 하는 우아한 발레리나처럼 말이야.

 운이 좋게도 내가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있거든. 동학년 선생님 미숙이야. 미숙을 만난 지는 두 달이 조금 안 되었는데, 나는 내내 미숙이 꽤나 우아하다고 생각했어. 하고자 하는 걸 모두 하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불편함이나 상처를 남기지 않아서. 그렇게 걸어갈 수 있다는 게 흥미롭기까지 하더라.

 어느 날, 미숙이 말했어.
“나 방금 부장님께 말실수한 걸까?”
전혀 실수한 상황이 아니어서 “전혀요, 너무나도 일상의 대화였는걸요.”라고 했어. 그러니까 미숙이 “나 이런 거 신경 많이 쓰는데. 일주일 동안 신경 쓰기도 해.”라고 했어.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말이야.


 ‘미숙의 우아함 어쩌면 미숙의 연약함으로부터 발로 한걸 지도 몰라.’
 
 타인의 감정을 지나치게 살피는 연약한 자기 때문에 미숙의 어떤 밤은 마음고생을 하고, 어떤 밤은 잠을 설치고, 어떤 밤은 울기도 했겠지. 어떤 날은 ‘나는 왜 눈치를 볼까?’라는 책을 잡고 늘어졌을지도 몰라. 미숙의 마음 어딘가엔 너무 말랑해서 조금만 스쳐도 상처가 나는 살이 있어서, 이미 꽤나 아팠을지도. 그 덕에 미숙이 이렇게 아무에게도 상처 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걸까.

 나는 미숙의 우아함이 너무 좋아. 미숙의 옆에 있는 동안 나는 미숙의 말이나 행동으로부터 상처 받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나 편안함 같은 게 있어. 남에게 상처 내지 않고 그녀가 어떻게 걷는지 지켜보면서 나는 꽤나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녀 덕분에 올해가 지나면 나도 1만큼은 더 우아해질지 모르지.

 그녀의 우아함이 그녀의 연약함으로부터 빚어졌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나의 연약함이 싫지 않게 느껴지더라. 타인으로부터 자꾸만 상처를 받았던 연약한 살들이 나를 우아하게 빚어낼 지점들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내가 연약해서 좋다는 생각까지 들었어. 연약해서, 아파봤으니까 그 덕분에 미숙의 나이 즈음의 나는 좀 더 우아하고 세련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까지 들었. 미숙처럼 말이야.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조금만 스쳐도 상처가 나는 연약한 살을 갖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멘탈이 강해서 부럽다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나는 미숙의 연약함이 빚어낸 우아함이 좋아. 그래서 더는 멘탈이 강한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나는 미숙처럼 살고 싶은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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