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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Apr 24. 2023

300명의 구독자분들께,

꾸뻑 감사합니다

2년 전에, '드디어! 구독자 100명입니다.' 하며 글 썼는데, 이번엔 300명 구독자 기념으로 편지 씁니다. 글로 닿은 인연만큼 로맨틱한 게 있을까 싶다고 썼었는데 여전히 그리 생각합니다. 저의 글을 읽고, '이 사람 글은 계속 읽어야지.' 하며 구독 눌러주신 여러분께 환영과 감사의 마음을 함께 보냅니다.


글로 드러낸 만큼만 나를 아는 미지의 여러분들에게 호기심을 품어 봅니다. 다들 어떤 표정으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행동을 취하며,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다행히 독자분들 대부분은 필자시기도 하니, 여러분들이 글로 드러낸 만큼 저도 여러분들을 더듬어 볼 순 있겠지요.

   

한동안 아무 글도 안 썼습니다. 하루, 한 달, 일 년 시시각각 변하는 제가 순간을 잡아 쓴 글들이 매번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착한 글은 위선적이고, 불평 글은 금세 한심해졌습니다. 매번 과거의 글을 부정하며 나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키보드를 앞에 두고, 창 밖도 봤다가 스트레칭도 했다가 하며 글의 신호가 오길 기다리고 쓰고 퇴고하며 시간을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독자 300명이 생겼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분 좋습니다.


금세 부정하게 될 지금을 다시 한번 써보겠습니다. 기분 좋으니까요. 어제 신랑이랑 저승사자 나오는 서양 영화를 보다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기는 내일 죽게 된다면 뭘 할 거야?

-나는 알바(저희 집 애완견)랑 은진이란 산책하고, 가족들 불러다가 맛있는 거 먹고 그럴 거야.

-나도! 나도 딱 그 생각했는데. 딱 오늘 보낸 것처럼 하루를 보낼 거야. 그럼 우리 엄청 행복하게 사는 거다. 매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저는 요즘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해도 달라질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행운이자 행복이지요. 연재하고 있는 동네손주 활동할 때 아이들 눈이 반짝이고, 미자 할머니가 불그스레 웃는 걸 보는 것도 행운이자 행복입니다. 제 직업에 불만은 많지만 제 행복한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임에 감사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간으로 살며 좋은 글 많이 쓸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저만큼 좋은 글을 쓰고, 딱 쓴 글만큼 좋은 인간이 되어보렵니다.


저의 독자가 되어주셔서 다시 한번, 꾸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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