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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Jun 26. 2023

이 사람은 왜 잘났지?

글쓴이계의 잘난이들

 나는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기왕 선생을 하고 있으니 잘 가르치는 선생이고 싶고, 글도 쓰고 있으니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가끔 건방져져서 모든 걸 내 머릿속에서만 꺼내보이고 싶어 하다가 완벽한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본인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봉착한 난관인지라 탓할 곳이 없어 유감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사람은 익으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는 법.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벌써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 해볼래. 그래서 그 사람들 무릎만치라도 가야겠어.' 새 마음을 먹는다. 새 마음을 먹는 김에 내가 따라 하고 싶은 글쓰기계의 잘난이들이 있는데, 한 번 소개해보겠다.




1. 글쓰기계의 잘난이들

1) 이슬아, 무려 헤엄출판사 대표

 브런치에 소개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엄청나게 잘나 버렸으므로 소개해본다. 학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글 한 편당 500원에 팔아 독립출판서적 1등 먹고 출판사까지 차려버린, 내놓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먹어버리는 이슬아 작가를 가장 먼저 소개한다.


 이슬아 작가는 독자들을 놀려먹는다. 에세이를 거의 발가벗고 쓰길래, '이 사람은 안 쑥스러운가.' 했더니 어떻게 매일 재밌는 글을 쓰냐는 독자의 질문에 '다 뻥이에요.'라고 답한다. 소설을 냈다길래 읽어보니 주인공은 이슬아 작가와 엄마, 아빠, 일어나는 일은 이슬아 작가의 매일매일이다. 이거 일기 아니냐? 싶은데 소설이랜다. 도대체 이 사람 글은 어디부터 진실이요, 어디부터 거짓인지 알 수 없다. 이 거대한 물음표를 머릿속에 계속 띄워버리니 이슬아 작가가 글만 썼다 하면 안 읽고는 못 배기겠다.  


 이슬아 작가의 책은 모조리 다 읽었다. 다 읽고도 몇 번을 더 돌려 읽었다. 다음 신작은 언제 나오나 이따금씩 검색해 보고, 이슬아 작가의 인스타그램도 거의 매일 염탐한다.


 이슬아 작가랑 나랑은 1992년생으로 동갑인데, 이슬아 작가가 누드모델, 글쓰기 선생님, 출판사 대표를 거쳐 드라마 집필까지 하는 동안 나는 계속 선생님이다. 이슬아 작가는 너무 고상하게 북토크를 하고, 나는 너무 헐레벌떡하며 과학 했다 미술 했다 영어 했다 수학을 한다. 이슬아 작가랑 나랑 같이 가난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 이슬아 작가는 주식회사까지 차렸다. 이슬아 작가는 도대체 어디까지 유명해지고, 부유해지고, 고상해지고, 실물보기 힘들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는 얼마나 더 멀어질 것인가!


 그녀의 글은 너무 재밌어서 한 번만 읽어도 다음 글을 꼭 보게 되고, 나의 글은 그저 그러하여 내 신랑까지 띄엄띄엄 읽으니 나는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오늘도 그녀의 글을 뚫어져라 쳐다봐본다.



2) 브런치스토리 작가 eeessay님, 필력이 foxy다

 이슬아 작가랑 나랑은 동갑이라는 것 말고는 비할 데도 없으니 동경의 영역으로 차치하더라도, 그래도 교사 중에는 잘 쓰는 사람이고 싶었다. 교사들은 글쓰기가 본업은 아니니돈도 안 주는 글쓰기를 그래도 몇 년 한 나는 이 인력풀에선 좀 괜찮을 수도 있지 않나 기대를 했다. 그러던 와중에 혜성처럼 eeessay님이 등장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여 우연히 글 하나를 읽었는데 필력이 foxy 그 자체라 홀려버렸다. 웃긴데 시원하고, 읽다 보면 뭉근하니 감동 한 스푼 올라온다. 가벼운 단어들을 나열하지만 사유는 가볍지 않다. 나는 그저 씩씩 거리기 밖에 못하는 주제도 산뜻하니 묵직하게 이야기한다. 댓글계의 내향형이라 댓글 잘 안 다는데, eeessay님 글에는 자꾸 달게 된다. eeessay님은 책을 많이 읽어서 글을 잘 쓰는 건지, 원래 타고난 말빨인건지, 왜 자기소개는 매력적인 두 글자 '내 맴'으로 퉁치는 건지 궁금해하며 수줍게 '잘 읽었습니다.' 댓글을 단다.


 나는 이 분이 어떤 소재를 어떻게까지 써낼 수 있는지 궁금하여 계속 들여다볼 생각이고, 이 분의 글을 잘 읽다가 나도 이 분 닮아 좀 더 잘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3) 강신주 작가, 글 잘 쓰면 철학해도 배 안 굶는다

 20대 내내 강신주 작가에게 꽂혀있었다. 강신주 작가는 철학가이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따셨단다(네이버에 이거밖에 안 나온다). 이 분은 말이 좀 심하다. 당최 순하게 말하는 법을 잊은 사람 같다. 왜 항상 화가 나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철학하는 사람들에겐 화가 좀 더 잘 날 세상이라 해두자.


 처음에 이 철학박사님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은 안 나나, 어쨌건 강신주 작가가 쓴 책은 다 읽었다. 강신주 다상담 1편, 사랑 몸 고독 편은 뒤에서 누가 볼세라 50도만 펼치고 읽었고, 1492쪽짜리 철학 VS 철학(부제가 무려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이다)을 읽으면서는 한 사람 뇌에서 이런 지식들을 모두 다 읽고 소화해서 쓸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밥 먹고 철학만 하면 그럴 수 있나 싶기도 하지만 확실히 (평)범인은 아니시다.


  내가 강신주 작가 책을 모조리 읽었던 건 첫 째는 필체가 재밌어서였고, 둘 째는 사람이 어디까지 똑똑할 수 있나 한 번 보자는 오기였고, 셋 째는 화내야 할 때 화내는 사람에 대해 통쾌를 느꼈기 때문이다. 20대 나의 눈엔, 세상에 화낼 일이 이렇게나 깔리고 깔렸는데 아무도 화를 안 내서 의아했다. 다들 화내는 법을 잊은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런데 강신주 작가는 볼 때마다 주구장창 화만 내고 있으니 그게 좋았다.


 강신주 작가는 나의 20대 내내 강연을 다녔다. 나는 글 쓰면 배 고프다고 국문학과를 안 갔는데, 저 사람은 철학해도 배를 안 굶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잊었다가 최근에 그를 검색했더니 살이 너무 빠져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나는 강신주 작가가 영영 짝다리를 불량하게 짚고, 주머니에 손 하나 찔러 넣고 마이크를 대충 휘감고 버럭버럭 화를 낼 줄 알았다.


어쨌건 철학해도 배 안 굶을 수 있다는 산 증인이시다.

  


오늘의 글쓰기계의 잘난이들 소개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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