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님은 보급되지 않기엔 아까운 사람이에요. 제가 겪은 그 나이대의 사람들 중에 가장 예의 바르고, 싱싱하고, 따뜻하면서도, 도발적이에요. 직접 만난 사람들에게만 수현님이 공유된다면 지금의 수현님이 너무 아까워요. 저는 꼭 수현님이 아웃풋 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길 바라요. 그게 글이든, 영상이든, 어떤 방식으로든지요."
서울 근무할 때 독서 모임에서 모이던 사람들과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화상으로 독서모임을 한다. 나는 이들이 꽤나 신기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하기에 함께 생각을 나누며 나이 들어갈 수 있음이 반갑다. 이들 덕분에 얼마나 자주 새로이 마음먹고, 얼마나 많이 다듬어져 왔던지!
이번 독서 모임 발제 책은 김재수(렘군) 작가의 '아웃풋 법칙'이었다. 빨간 표지에 '경험과 지식 쌓기는 이제 그만, 단 하나라도 당신의 것을 만들어라!' 도발적 문구가 인상적인 섹시한 책이다. 저자는 아웃풋을 ‘타인을 위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콘텐츠 등의 결과물, 세상과 연결되도록 노력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시간 및 산출물’이라 정의하며 이제 그 지겨운 인풋 좀 그만하고 하나라도 아웃풋 해내라고 주장한다.
당신이 만들어낸 아웃풋은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고, 꾸준한 아웃풋을 통해 명예나 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나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모두 동의했기에 이번 독서모임을 꽤나 기다렸다. 다들 이 도발적이며 유익한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떠올렸을 것인가!
“다들 이 책 읽으면서 무슨 생각하셨어요?”
모임장인 태수님이 질문을 던졌다. 나는 아웃풋이 얼마나 재밌고 신나는 일인지 마구 말하고 싶어 져서 드릉드릉했다.
50대 잡지사 사장님인 수현님이 말했다.
“왜 아웃풋을 해야 할까요? 아웃풋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아웃풋을 해서 남에게 인정받아야 하냐, 왜 또 새로운 부를 만들기 위해 아웃풋을 해야 하냐, 그냥 인풋 하면서 느끼고 즐기고 성장하면 되지 않냐는 질문이었다. 수현 님이 말씀하시니 또 그런 것도 같았다. 몇 개의 문장들이 소리로 오고 갈 동안 나는 생각에 잠겼다. '왜 아웃풋 해야 하지? 더 유명해질 필요가 없으면? 더 이루고 싶지 않으면?' 그러다, "아하!" 했다.
“저 수현님의 질문에 답하고 싶어요.”
손을 들었다.
"수현님은 보급되지 않기엔 아까운 사람이에요. 제가 겪은 그 나이대의 사람들 중에 가장 예의 바르고, 싱싱하고, 따뜻하면서도, 도발적이에요. 직접 만난 사람들에게만 수현님이 공유된다면 지금의 수현님이 너무 아까워요. 저는 꼭 수현님이 아웃풋 되어서 사람들에게 보급되길 바라요. 그게 글이든, 영상이든, 사진이든, 그 어떤 방식으로든지요."
수현님과 서울에서 거의 매주 만나면서 독서 모임을 함께 할 때, 친구들에게 내가 이런 사람을 자주 만나고 있다고 자랑했다. 50대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나에게 존댓말을 썼고, 나의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꺾거나 가르치듯이 말하는 적이 없었다. 한참을 지나온 덜 익은 견해에도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듯 잠잠히 바라봐주었고, 특유의 눈웃음으로 응원해 주었다. 그녀는 50대였고, 나는 20대였는데 나는 가끔 그녀가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그녀는 한참이나 어린 나를 존중으로 대해주었다.
그녀는 노란 은행잎이 후루루 떨어지는 가을엔 저 멀리까지 자전거를 달리며 은행잎을 배웅했고, 소소히 읽고 소소히 쓰는 것을 음미하며 싱그러이 계절을 보냈다. 그 옛날, 뜻밖에 맞이한 가난과 위기 시절 동안 그녀가 무엇을 즐겼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담담히 이야기할 때 나는 그녀의 담대함에 폭 빠져버렸다. 그녀는 너무 가볍게 미소 지어서 사람을 설레게 했고, 인생을 너무 사뿐사뿐 걸어서 세상 모든 무게를 다 진 듯이 걷던 나를 당혹게 했다.
그녀가 했던 말, 그녀가 했던 계절 맞이, 그녀가 지었던 표정과 그녀가 즐겼던 인생의 굴곡, 그 모든 것이 공유되지 않고 사라지는 건 정말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그녀가 보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녀가 꼭 그녀의 일상을 아웃풋 했으면 좋겠다.
말을 잘하는 사람의 번지르르한 글 말고, 삶 자체를 좋은 방식으로 산 사람이 투박하게 써 내려간 글을 좋아한다. 수현님이야말로 있는 그대로 투박하게 아웃풋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현님은 평생 수현으로 살아왔기에 스스로의 반짝임을 알아채기 어렵겠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기록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
글을 써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가 있다. 은진씨 브런치 잘 보고 있다고 얘기하며, 당신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지만 언젠가는 글을 써보고 싶다고 한다. ‘아웃풋법칙’에서는 오늘 당장 아웃풋해보라고 권유(거의 협박)한다. 번지르르하게 시작할 생각 말고, 다섯 줄의 일기라도 오늘 당장 써서 블로그에라도 올리라고 한다. 꾸준히 올리면 누군가는 읽게 되고, 글 쓰는 근육에도 살이 붙어서 점점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만만히 생각해야 시작한다. 글도 그렇다.
나는 요즘 열심히 아웃풋 해내고 있다. 예전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의 수업 자료를 배워다가 교실에 적용하는 것만으로 내가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내가 교실에서 했던 것들을 아웃풋 하여 공유하는 것까지가 교육자로서의 책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와, 미래에 방향을 잃은 내가 제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과, 더 성장하는 교사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거라는 자신감을 갖고, 기록하고 공유해보고 있다. 아웃풋 하다 보니, 누군가에게 더 잘 아웃풋 해 보이기 위해 신경 쓰게 된다. 아웃풋한 나의 자료들이 모여 나를 설명하고, 나의 결과들이 다시 나를 움직인다. 아웃풋은 여러모로 확실히 이롭다.
나는 수현님의 일상도, 당신의 생각도 궁금하다.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든 잘 해내는 부분이 있다면 꼭 아웃풋을 통해 공유되었으면 좋겠다. 부족한 글솜씨여도 상관없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기 마련이니까.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아웃풋을 세상에 내놓는 바로 그 순간, ‘소비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생산자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때 비로소 삶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아웃풋 법칙’을 6단계로 정리해 사람들이 쉽고 간단하게 생산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아웃풋 법칙 1단계. 피라미드 밖으로 뛰쳐나가라.
아웃풋 법칙 2단계. 성공의 사분면을 찾아라.
아웃풋 법칙 3단계. 나만의 정체성을 발견하라.
아웃풋 법칙 4단계. 세상을 향해 아웃풋하라.
아웃풋 법칙 5단계.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이 돼라.
아웃풋 법칙 6단계. 저항을 완전히 무력화시켜라.
친절하면서도 예리한 저자의 관점을 즐기면서 차근차근 실행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은 지금까지 습관과 관성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를 성실하게 완수한 그 끝에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