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사람이 앤절라인데, 앤절라한테 앤절라 아빠가 자꾸 말했대. 너는 안 똑똑한 것 같다고. 그런데 앤절라가 나중에 커서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된 거야. 지능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결국 누가 더 멀리, 높이 갈 수 있는지는 GRIT에 달려있다는 걸. 그래서 집념을 가지고 연구하고 발표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정리해서 '그릿'이라는 책을 낸 거야. 이 책은 전 세계에서 1100만 부가 팔렸고, 앤절라는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상까지 받았대. 그릿이 뭐게?"
맨 앞자리 앉은 민석이가 책 표지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아이들이 깔깔 웃었다. 그러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내 말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다는 걸. 오늘의 보충수업은 꽤 성공적일 거라는 걸.
이번 주 내내 방학 보충수업을 위해 학교에 출근하고 있다. 더배움 교실이라고 보충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방학 중 2주 동안 하루 3시간씩 국영수 기초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지난주는 연구부장님께서 수업하셨고, 이번 주는 내가 5-6학년 아이들 8명을 데리고 수업한다. 일주일을 지도한다한들 과목별로 5시간씩 지도하는 거라 아이들 실력 향상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긴 부족한 시간이다.
최근에 태리 어머님께 문자를 받았다. 태리가 집에서도 영어, 수학 문제집을 스스로 풀길래 물었더니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공부하면 재밌고 실력이 느는 것 같아 열심히 해본다고 말했다며, 감사하다고 연락을 주셨다. 태리가 부쩍 쉬는 시간에도 내가 사준 수학 문제집을 풀고 채점하면서 뿌듯해 하긴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태리 안에 강한 내적 동기가 발동하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무엇이 원인인지 알아야, 어디 가서 자랑할 때 "이렇게 하니 아이가 이렇게 되던데요."라고 입을 털어볼 수 있는데, 도대체 나의 어떤 말과 행동 덕에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건지 몰라 어디 가서 자랑도 못한다.
스스로 노력하는 태리를 보며 느낀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아이의 내적동기에 시동만 걸어줄 수 있으면 각자의 스포츠카를 타고 저 멀리 달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분수의 나눗셈을 가르치고,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교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내적동기라고 느꼈다. 그래서 이번 방학 때 아이들과 일주일을 보내면서 다른 7명의 아이들에게도 내적동기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최근에 남동생과 서점에 갔다가 책 '그릿'을 샀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이미 익히 들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정독을 해보겠노라 결심했다. 그릿의 핵심 내용은 이것이다. 성장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열정과 집념을 가진 끈기, 즉 그릿이라는 것이다. 그릿을 읽으며 생각했다. 내가 학생들에게 가장 주고 싶은 단 하나가 그릿이라는 걸. 나는 일개교사라 아이들 환경도 못 바꿔주고, 아이들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는 방법도 모르고, 그 모든 걸 해 줄 충분한 시간도 없다. 아이들과 나는 고작 1년, 방학 빼면 열 달 정도 낮에만 만날 뿐이다. 결국 나와 잠깐 스친 뒤 영영 살아갈 아이들에게 그릿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싶었다.
"노력하면 돼. 이 사람이 연구해 봤더니 노력하면 된대. 이 책 1100만 부나 팔렸고, 오바마 대통령도 이 연구를 인용할 정도래. 이거 맞대. 너네 노력하면 훨씬 더 멀리, 높이 살아갈 수 있대!"
아이들에게 잘 설명하기 위해 책을 뚫어져라 보며 밑줄도 치고, 필사도 하고, 관련 유튜브영상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네 번째 보충수업을 시작하며 그릿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책을 쓴 사람이 앤절라인데, 앤절라한테 앤절라 아빠가 자꾸 말했대. 너는 안 똑똑한 것 같다고. 그런데 앤절라가 나중에 커서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된 거야. 지능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결국 누가 더 멀리, 높이 갈 수 있는지는 GRIT에 달려있다는 걸. 그래서 집념을 가지고 연구하고 발표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정리해서 '그릿'이라는 책을 낸 거야. 이 책은 전 세계에서 1100만 부가 팔렸고, 앤절라는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상까지 받았대. 그릿이 뭐게?"
맨 앞자리 앉은 민석이가 책 표지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나는 황당하다는 듯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아이들이 깔깔 웃었다. 그러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내 말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앤절라가 만난 사람 중에 학교에 다닐 때 이해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지능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안 좋아서 특수학교에 보내진 학생이 있었대. 그런데 이 학생을 믿어주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변환을 맞이해. 선생님이 학생에게 물었거든.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 그 후로 이 학생은 자기가 무엇까지 될 수 있을지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러 다니고, 계속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노력했대. 결국에는 최우수 학생 상을 받으면서 대학을 졸업했다는 거야. 너네도 그런 거 느낄 때 있잖아. 00이는 수업을 한 번만 들어도 바로 이해하고, 시험도 잘 보는데 나는 집에서 공부를 해와도 시험을 못 보네. 그럼 00이는 공부 잘하는 애고, 나는 못 하는 애인가 보다 할 때.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거야. 00이는 빨리 알아듣고 놀아, 노력을 안 해. 근데 나는 열심히 열심히 주야장천 포기 안 하고 매달려. 결국 10년 뒤, 20년 뒤에 더 성장한 사람은 노력한 사람이라는 거야."
"재능만 믿고 노력을 안 하면 성공을 못한다는 거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너네도 내가 공부에 재능이 있나 없나 따지지 말고 그냥 노력을 해. 그럼 돼. 이 책에서 다 연구하고 다 증명해 놨어.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엔 된다."
"재능 있는 사람이 노력까지 하면요?"
"그럼 김연아 선수처럼 TV 나오는 사람 되는 거지."
나는 아이들이 보이는 흥미의 기세를 몰아 그릿테스트까지 함께 했다. 그릿테스트는 책 86쪽에 나오는데, 자신의 그릿 점수를 알 수 있고, 그릿 점수가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지까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그릿점수를 매겼고, 나는 그 점수가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릿 점수가 낮아도 상관없어. 그릿 점수는 타고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릿테스트 항목에 맞춰서 살면 그릿 점수는 올라가는 거야. 가령 '나는 노력가다'라는 항목이 있잖아. 그럼 노력하면서 살기로 결심하고 노력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거지."
아이들과 그릿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며 우리가 함께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재능 있는 것 같다고 뻐기지 말고, 재능 없는 것 같다고 도망가지 말고 노력하자!
쉬는 태리랑 서희가 그릿 책을 뒤적이며 물었다.
"선생님 저 이거 읽어봐도 되나요?"
"말이 좀 어려워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언제든지 빌려줄게. 유튜브에 그릿 치면 영상도 많이 나와."
그날, 우리는 주어진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자고 다짐하며 열심히 2교시, 3교시를 보냈다. 아이들이 '노력하면 되겠지, 선생님이 그렇다는데!'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면 참 뿌듯할 것 같다.
오늘은 책 GRIT을 가져왔습니다. 당신이 재능이 있든지 없든지, 무엇을 하고자 하든지 결국엔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 즉 GRIT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팩트폭력으로 뼈를 많이 맞았습니다. 저는 '나는 아이디어가 반짝이지.' 하며 간헐적으로 성과를 내며 살아가지, 꾸준한 노력을 안 하거든요. 자꾸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면 원래 하던 걸 아주 쉽게 놓아버리고요. 그러니까 그릿 점수가 겁나 낮아지더라고요. "책 내는 게 인생 목표야!" 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없고요. 반성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얼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평생 그릿 하나만 기억하고 살아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1100만 부가 팔렸다니, 저 빼고 다 읽었으려나요?
좋았던 문장 옮기며 글 마무리합니다. 렛츠 그릿!
"저는 그냥 직업이 아니라 천직을 찾을 거예요. 매일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거고요. 거기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가장 집념이 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