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 이영미
예전에는 하고 싶은 걸 찾아낼 수 있느냐에 인생이 달린 것 같았다.
조금 더 살아보니 하기 싫은 걸 참아낼 수 있느냐에 인생이 달린 것 같다.
최근에 자기 계발서를 여러 권 읽었다. 유명하고, 믿음이 가고, 신뢰가 가는 그 사람들의 말을 읽고 듣다 보니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말이 있었다. 꾸준히 하라. 운동이든 공부든 자기 계발이든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처음에야 재밌지 꾸준히 하다 보면 재미는 간데없이 그만하고 싶어 진다. 더욱이 자가진단으로 성인 ADHD를 거의 확신하는 나로서는 인생에서 가장 길게 관심도를 유지한 것이 1년 남짓이었고, 그 외에는 세 달, 한 달, 일주일 그러다 관심이 식었다. 그러고 나면 꼭 하기 싫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누군가가 인생에서 꾸준히 해온 것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유감이지만 스마트폰으로 시간 죽이기라고 답할 것이다. 그것은 꾸준히 해낸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해버린 것에 가깝다. 스마트폰을 처음 샀던 대학교 4학년 이후로 10년 동안 자주 일기장에 스마트폰 중독을 끊어야 한다고 적었다. 스마트폰 중독 방지 어플도 깔았지만 어떻게든 스마트폰을 해내고야 마는 나의 중독된 관성에 유감이다.
어젯밤에도 자다 깨서는 책을 읽으면 좋다는 걸 알았지만 스마트폰이 하고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죽이던 참이었다.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이 나왔고, 그에게 비결을 물으니 한동안 미친 듯이 열심히 살면 된다고 했다. 나는 그 사람이 부러웠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기도 했는데 그걸 느끼는 동안도 누워서 휴대폰을 잡고 있는 나 스스로에 대해 메타인지를 했다.
'이렇게 살면 큰 인물 되기는 어렵겠구나.'
그렇게 겸허한 마음을 느끼며 몇십 분 더 유튜브로 시간 죽이기를 하다 지쳐 잠들었다.
어제의 태양은 졌고, 오늘은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으니 어제 느꼈던 겸허한 마음을 느끼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나는 의욕적으로 우리 집 큰 개를 산책시켰고, 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의 점핑 학원에 걸어갔다. 40분 동안 점핑을 하며 다리 근육 여러 개 중 하나는 파열될 수도 있지 않을까 했지만 어쨌건 끝까지 열심히 뛰었고, 플랭크를 1분씩 3 세트 하라길래 이러다 뱃근육 중 하나는 파열될 수도 있지 않을까 했지만 어쨌건 끝까지 해내었다. 점핑학원에서 타주는 단백질 셰이크까지 먹고 집에 와서 떡볶이를 해 먹은 뒤 낮잠을 잘까 했지만 꾹 참고 책상 앞에 앉아 글까지 쓰고 있다.
누워있고 싶은 마음을 참고 운동하고, 낮잠 자고 싶은 마음을 참고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다보니 '이렇게 살면 몇 년 뒤에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나이 먹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흐뭇하다. 비록 몸은 너덜거리지만.
하기 싫은 걸 참고 해냈을 때의 뿌듯함, 쾌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그런 것들이 우리에겐 꼭 필요하니까 자기 계발서들에서 주야장천 말했나 보다. 꾸준히 해내라고.
오늘은 마녀체력을 가져왔습니다. 온갖 잔병과 큰 병으로 골골대던 에디터가 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철인 삼종 경기에 마라톤 풀코스에, 체력 하나는 자신 있어진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제가 운동할 때 스스로 맘에 들어하는 순간이 이를 악 물때 거든요. 제가 평소에는 그런 독기 어린 표정을 잘 안 짓고 사는데, 이를 악 물고 거울을 노려보면서 '더 세게! 한 번 더!' 외치면서 해낼 때 '나 되게 독해 보인다. 섹시한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분도 이를 악물고 해내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체력이 좋아지고, 대회에 나가고, 책도 내고, 강연도 다니시게 된 그 모든 동력이 운동과 운동을 해내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도 꾸준히 운동을 해내고 싶어 지네요. 운동할 맘을 먹기 좋은 책입니다!
좋았던 문장 옮기며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실패 앞에서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런 실패 때문에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