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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Aug 30. 2023

나는 너를 위협했다, 애정해서 그랬다.

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 - 베른하르트 부엡

 자꾸 소리 지르고, 자주 자해하고, 이따금 학교 밖으로 뛰쳐나간다는 아이의 담임이 되었을 때 겁이 났다. 내가 그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불쌍한 공노비 신세인 나는 지켜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이를 마주한 개학날, 나는 그 아이가 생각보다 너무 작고 마르고 하얘서 좀 속이 상했다. 뭐가 이렇게 작아, 근데 왜 이렇게 작은 애한테 그 많은 사연이 있는 거야. 이 더러운 세상.


 나는 앞으로 펼쳐질 1년이 겁났지만 작고 마르고 하얀 그 아이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애정이라는 게 생겨버렸고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리라 마음먹었던 것 같다.


 나는 새로이 나의 제자가 된 그 아이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선 아이가 나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아이가 곤경에 처할 수 있는, 가령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동이나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는 위험한 행동을 담임 눈치를 봐서라도 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더 아이가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아이의 손목을 잡고 복도로 거의 끌다시피 데려 나와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위협했다. "한 번만 더 그런 행동을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나는 몇 번 더 아이를 복도로 끌고 나왔고, 어떨 때는 고함을 치고 어떨 때는 목소리를 깔며 위협했다. 가만 두지 않겠다고. 나의 위협은 이런 뜻이었다. '네가 위험해지지 않기를 바라. 네가 친구들에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어가길 바라.' 아이는 작고 마르긴 마찬가지인 나에게 다행히 어느 정도의 겁을 먹었다.


  나는 위협과 위협 사이에 수많은 애정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실 아이가 밥을 먹어도 귀엽고, 그림을 그려도 귀엽고 그냥 다 귀여워서 귀여울 때마다 귀여워라 했다. 조금이라도 행동이 개선되면 거의 뒤로 넘어가다시피 오버하면서 칭찬하고 선물 주고 편지도 써주고 둘이 손 잡고 도서관도 가고 그랬다.


 생각보다 위협과 위협 사이의 애정 전략은 잘 먹혀 들어가서 한 달도 안 되어서 아이가 많이 개선되었다.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지고, 애교도 많아지고, 행동도 많이 좋아졌다. 물론 1년을 함께 보내면서 아이의 깊은 상처가 폭발해서 나도 울고 아이도 울고 했던 날도 더러 있었지만, 대게는 아이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스스로 자부심도 느끼는 나날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아이를 떠올리면 학부모 복이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의 어머니는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셨다. 학부모 상담 와서는 아이를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아이와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셨고, 평소에도 아이에 대해 자주 물어오셨다. 나는 거기에 좋은 대답을 하기 위해 더 부지런히 공부하고 찾아보고 시도해 보면서 어머님과 발을 맞췄다. 어머님의 신뢰와 협조 속에 나는 내가 교사로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때로는 위협, 협박, 공포, 때로는 칭찬과 애정과 사랑과 믿음과 응원. 내가 아이를 위해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어머님은 아이의 할머니와 함께 이듬해 내 결혼식에도 와주셨고, 얼마 전에도 아이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며 연락을 주셨다.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들로부터 아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교실에서 우뚝 설 힘을 얻었다.


 나에게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아이를 이 세상에서 사랑받으며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아이로 바꾸어 내고 싶다는 교사로서의 진심이 있다. 그래서 세상이 교사들을 좀 믿어줬으면 좋겠고,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줬으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내 앞에 있는 아이를 위해 무슨 수라도 다 써보고 싶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는 제 3자도 고소할 수 있다고 하네요. 고소 당할 시 위의 내용은 다 뻥입니다.

  



  오늘은 '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를 가져왔습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왜 엄하게 안 가르쳐?

 

문장 몇 개 옮기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 이런 용기 있는 실험이 성공한 것은 교육을 맡은 앤 설리번 메이시가 헬렌을 사랑하고, 그 사랑이 헬렌에게 포기와 복종을 요구하고, 때에 따라서는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 교육이란 결국 이기심과 게으름을 극복하도록 매일 아이들을 다듬어가는 작업이다.

- 명확히 정해져 있고, 계산할 수 있는 벌은 아이들을 긴장하게 할지는 몰라도 두려움이나 불안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어른이 주는 벌은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벌을 견디는 법을 배우게 한다. 즉 아이를 성장하게 하고,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준다.

- 정의롭게 교육하고자 한다면 벌을 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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