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Genie Nov 14. 2023

그저 그런 글을 가끔 싸는 것에 대하여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 이연

정말 좋은 글을 읽을 땐 막 슬퍼진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잘 써하면서.


 밤 10시 47분, 친구에게 사랑고백 같기도 한 카톡이 왔다.


난 정말 좋은 글을 읽을 땐 막 슬퍼지거든. 내가 어떤 글을 써도 이 글의 아류밖에 못될 거야 싶어서. 너의 문장들이 나를 슬프게 했어.


 오랜만에 받은 글 칭찬이었기에 이 촉촉하고 진득한 카톡을 읽자마자는 기뻤다. 그리고 금세 슬퍼졌다. '아닌데, 글은 그저 그런데.'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 브런치에게서 가장 자주 받는 연락은 글 채근 연락이다. '작가님, 꾸준히 쓰면 글 근육이 자라나요.'였나. 아무튼 브런치가 글을 놓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만 학교 얘기 말고는 쓸 얘기도 재주도 없고, 써도 그저 그런 글을 뿍하고 싸지르는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자꾸만 글을 멀리하게 된다. 나보다 훨씬 나중에 브런치스토리에 등장하고도 훨씬 빨리 많이 사랑받는 글쟁이들을 보고 있자면 막 슬퍼져서 브런치 스토리도 끈다. '잘 있어, 브런치스토리. 한동안 만나지 말자고!' 외치고는 유튜브로 인스타로 도망을 간다.


 옛날에 써놓은 글을 다시 읽을 일이 있었다. 문장 수준도 구리고, 단어 겹치는 것도 거슬리고, '그 좋았던 장면을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 했다고?' 싶었다. 최근에 올린 글들이 자꾸만 조회수보다 좋아요 수가 많아서 내 글은 읽히지도 않는다는 것에 상심하고 있을 때였다. '이러니 글을 올려도 읽는 사람이 없지.' 생각했다.

 

 많이 읽으면 잘 써진다니까 사람들의 책을 열심히 읽어봤다. 그러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천부적인 글을 써내는 글쟁이들의 정말 좋은 글을 읽게 되면 막 슬퍼진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잘 써하면서. 이슬아 작가가 대안학교를 나왔다고 했을 때, '나는 공교육을 받아서 글을 이 모양 밖에 못 쓰나 봐.' 했다. 이게 다 입시 위주의 공교육 때문이다(심사가 뒤틀리면 아무거나 탓하는 병이 도진다). 다음 생에는 나도 대안학교에 입학하겠다. 글을 잘 써보려고.


 오늘도 그저 그런 글을 싸놓고는 '브런치 스토리 잘 있어. 어차피 내 글 읽지도 않잖아.' 하며 넷플릭스로 도망갈 계획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주구장창 잘 쓰고, 나는 주구장창 그저 그런 글을 쓰는 것에 상심한 채로 브런치스토리 입성 4년 차가 흘러간다. 별다른 성과도 업적도 없이 그저 그러하게.




 오늘은 이연 작가의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를 가져왔습니다.


 이연 작가가 창작자로서 살아가면서 느꼈던 감정과 창작자로 사는 중에 생긴 노하우나 루틴을 짧은 글과 한쪽 툰으로 소개해줍니다. 읽기 편하면서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 창작으로 뭔가를 해내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을 앉아있다 고작 쓰레기만 만들었을 때 좌절했던, 창작을 놓아줘야 하나 고민했던 이연 작가에게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창작하시는 분들과 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