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의 삶 (1)

내게는 생존이었던

by 현주

여기서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너는 참 솔직해서 좋아."라고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들에게 솔직했던 적이 없다.


그들이 말한 솔직함이라 함은, 좋음을 숨기지 않는 것, 내 마음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 있겠지만

사실 그때 내 마음은 좋지도 않았고 거침없이 표현한 것도 꾸며낸 내 가짜 마음이었을 뿐이다.

이런 내 '자기기만'은 꽤나 유용했다.


초예민한 성격을 '털털하고 무던한' 성격으로 꾸며낼 수 있었고, 상처받고 자존심 구긴 순간도 '상처받은 적도 없고 기억조차 잘하지 못하는' 순간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 자존심이 세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자존심 센 내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최근 시작한 상담에서 선생님께 허를 찔리기 전까지는.



"현주 씨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다는 게 생존의 문제였겠군요."

"..... 네?"

"새아버지는 현주 씨가 자신의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다고 하셨어요. 사실 현주 씨는 눈치를 봤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는 척 연기한 것이었는데 말이죠.

새아버지에게 현주 씨의 곤란한 마음을 표현한 날, 집에서 쫓겨날 뻔했어요. 그러니 안정된 주거환경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의 마음을 숨겨야 했을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함은,

2004년, 12살이 되던 해에 나는 미국으로 새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부모로부터 3년간 정서적인 아동학대를 당했다.

새아버지는 열등감이 심한 사람이어서 내게 '친구들한테 미국 사는 거 자랑했어? 서머타임이 뭔지 모르지? 너희들은 이거 모르지? 이렇게 걔네한테 물어봐' 하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그들에게 굴욕감을 주라고 부추겼다.

처음에는 "네~자랑했어요." 하며 받아쳤는데 점점 부추김이 심해지자 "아빠, 너무 자랑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기 싫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이 얘기를 들은 엄마는 내게 새아빠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빌라고 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집 밖으로 쫓아낼 것이라고 협박했다.

결국 나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아직도 무엇을 그리 죄송해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집 밖으로 쫓겨나는 것보다는 사과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부모님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이내 '내 집에서 당장 나가라'고 협박했고, '우리가 너를 버리면 너는 고아원에 가게 될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나는 다짐했다. '절대 싫은 티 내지 말자.' '절대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말자.'



내게 있어 '아무렇지 않은 척'은 생존의 의미였다.

집에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방법이자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고아원에 버려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




"괜찮은 척 할 때 주현씨는 안전하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맞아요...저 이제 어떻게 하죠?"




질문을 함과 동시에 나는 답을 알았다.


그동안 고수해온 나의 생존 방식이자 내 은신처, 가짜의 삶을 버릴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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