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기적을 위한 벼락치기 노트
엄마가 아이와 가장 처음 그리고 많이 하게 되는 일이면서, 서로를 가장 힘들게도, 애틋하게도 만드는 것이 수유가 아닐까. 모유수유를 안 하겠다고 다짐한 엄마들도, 초유(분만 후 4~5일 동안 나오는 젖)만큼은 먹일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모유수유와 분유 수유 사이에서 확고한 결정을 하지 못한 엄마들은 초유를 먹이는 순간부터 엄청난 갈등에 빠지게 된다. 우리 아이에게 맞춤으로 만들어진다는 최적의 모유를 언제까지 줘야 하는지, 왜 우리 아이는 모유를 먹고도 배고프다고 우는지, 모유양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합 수유를 하게 된다면 분유는 또 어떤 걸 줘야 하는지 등등.. 개인적으로는 모유의 양이 많지 않아서 혼합 수유를 하다가 (짧지만 강렬했던) 완모 기간을 거쳐 결국엔 분유 수유로 넘어왔다. 내가 다시 출산 전으로 돌아간다면 100일 동안 아이에게 잘 먹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돌이켜 적어본다.
1. 나는 완모를 할 수 있는가?
모유수유가 좋다는 것을 모르는 엄마는 없다. 다만 그것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는 엄마는 별로 없다. 나 역시 내가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지, 완모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지 않았다. 출산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모유수유를 한다는 것의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나만의) 정의를 내리면 아래와 같다.
1) 적어도 하루에 8~12회 (아이가 원할 때마다) 수시로 젖을 물려야 한다. 이보다 적게 물리면 젖 분비량이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으로 모유가 충분히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엄마는 아이와 24시간 함께 있어야 한다.
2) 엄마가 먹는 것이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로 전달된다. 약, 술, 커피(일정량은 가능)와 같은 것들을 할 수 없으며, 모유양 증가를 위해 먹어야 하는 음식들이 있다.
3) 다양한 유방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유자세로 인해 등과 어깨 손목까지 저릴 수 있다.
일단 위의 3가지를 적어도 100일은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면, 출산 직후에 되도록 빨리 젖을 물려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아이가 태어난 지 30분~1시간 이내에 젖을 물려야 젖 분비량이 급증하고, 엄마의 자궁 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의 회복을 위해 간) 산후조리원에서도 24시간 모자동실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배고프다고 보내는 신호를 알아챌 수 있으며, 아이에게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모유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완모를 위해서는 첫 한 달이 가장 중요하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성공적인) 완모의 여부를 좌우한다.
모유수유는 철저한 엄마의 희생이 필요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수면욕과 식욕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유로 인해 발생하는 유방을 비롯한 온몸의 통증은 온전히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거나 못했다는 것이 사랑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엄마라는 이유로 자신의 몸을 당연히 아이에게 희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유는 엄마가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하고, 판단하여 엄마와 아이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고, 주변에서는 이런 결정에 대해 지지해 줘야 한다. 예비 엄마는 스스로 완모를 한다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를 생각해보고,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면,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2. 가슴 마사지는 꼭 받자.
자연분만은 출산 후 하루, 제왕절개는 출산 후 2~3일 후에 (산모의 상태에 따라) 처음으로 수유를 하게 된다. 첫 수유의 감동을 느끼기에는 엄마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첫 수유는 빠르게 끝나 버린다. 제왕절개를 한 산모의 경우에는 제대로 일어서고 앉기도 힘든 상태에서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유 자세를 가르쳐 주시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나 역시 편평/함몰 유두 때문에 유두 보호기를 구입하고, 적응하느라 병원에서는 제대로 젖을 물리지 못했고, 산후조리원에 가서야 수유 콜을 받으면서 적응해 나갔다. 그리고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혼합 수유를 시작했다.
혼합 수유를 하면서도 늘지 않는 모유량과 잘 먹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계속 스트레스를 받았다. 직수(아이에게 직접 수유하는 것)에 성공하지 못해서 유축까지 해야 하는 날에는 정말 하루 종일 젖을 만들어내는 젖소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유듀 백반(유두에 하얗게 백반이 생기는 현상으로 그 부분이 막혀 젖이 나오지 않는다)과 유방울혈(유방에 젖이 과도하게 차올라서 통증이 생긴다)까지 생기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모유 수유 스트레스가 시작되었다. 두 질병 모두 다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낫는 것인데,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 너무 아파 비명이 저절로 나왔다. 가슴 통증으로 똑바로 누워있지도 못할 정도가 되자, 가슴 마사지를 알아보게 되었다.
가슴 마사지를 받고 나서 확실히 통증이 줄었지만, 여전히 통증이 지속됐고 무엇보다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의 짜증이 심해졌다. 제대로 먹지 못하니 잠도 잘 못 잤다. 아이가 완모를 시작하고 거의 몸무게가 늘지 않았음을 확인한 날 결국 나는 단유를 결정했다. 그리고는 바로 단유 마사지를 받았다. 단유 마사지 3회 만에 (엄마의 가슴 상태에 따라 횟수는 다르다) 나는 큰 통증 없이 단유를 할 수 있었다.
살면서 더 믿게 되는 진리 중에 하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슴 마사지를 해주시는 "엄마의 가슴"에 대해 전문가인 이 분들을 내 가슴이 아프기 전에 알았다면, 좀 더 수월하게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었을 거다. 적어도, 사전에 내 가슴의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가슴인지 여부라도 미리 확인했으면, 수유에 대한 방향을 잡기 훨씬 쉬웠을 것이다. 아직 수유에 대해서 방향을 잡지 않았다면 사전에 (보통 만삭 기간이 추천된다) 가슴 마사지를 한 번 받고, 모유수유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아이와 함께 가서 수유 자세를 정확하게 배우고, 모유수유를 마칠 때에 단유 마사지를 받는 것이 가장 완벽한 과정 같다.
물론 1회에 8만 원씩 하는 마사지 비용이 처음에는 너무 아까웠는데, (정말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 가슴 통증을 겪고 나니 사전에 미리 대비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완모를 하게 되었을 때 절약되는 분유와 기타 수유 용품 비용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비용은 충분히 투자할만한 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분유 수유를 생각하는 엄마라도 단유 마사지는 추천한다.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단유 약이나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단유 차와 같은 인위적인 것보다 건강하고, 확실하게 단유를 할 수 있고, 출산 후에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모유를 완전하게 배출하지 않으면 추후 가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3. 수유량에 집착하지 말자!
빠르면 병원에서부터, 대게는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엄마들의 모유 수유량에 대한 집착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직수와 유축을 혼합하는 조리원에서는 엄마들이 자신의 이름과 유축량이 적힌 젖병을 한 곳에 모아두는데, 이때부터 슬슬 내 모유의 양과 남들의 양을 비교하게 된다. 유축한 모유를 조금 가져갔을 때에는 괜히 아이에게 미안해지고, 부족한 모유가 내 잘 못이라도 된 것처럼 불안해진다. 그런데 모유양이 너무 많아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할 경우에 유방울혈 등의 질병이 생길 수도 있고, 사출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모유양이 많아도 아이가 직수를 하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에, 단순히 모유양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직수로 먹일 때는 아이가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고, 분유를 먹이게 되면 또 슬슬 분유량에 집착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분유통에도 산모수첩에도 개월 수별 일일 적정 분유 수유량이 적혀 있기 때문에, 하루 총량을 다 안 먹기라도 한 날이면 우리 아이 영양이 부족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아진다. 결론은, 아이의 몸무게와 키가 적정하게 잘 자라고 있으면 하루 수유량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인도 매번 같은 양의 식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도 많이 먹고 싶을 때와 적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한다.
특히, 100일 전의 아이들에게는 아이가 원할 때마다 수유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완모일 경우에는 당연하고, 분유 수유일 때도 100일 전에는 수유 텀을 정확하게 지키기보다는 아이들이 원할 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처음에는 대체 아이가 언제 배고파서 우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수시로 계속 우는데, 대체 뭐 때문에 우는지 알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100일 전에 아이가 우는 건 대부분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쌌거 나다. 이를 확인했는데도 계속 울면, 그건 그냥 우는 거다! (이럴 때는 성장통 때문에, 혹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운다고 생각하고 꼭 안아주자)
덤. 수유를 돕는 템들
육아는 템빨이다. 이용할 수 있다면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도 행복한 수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육아 템들을 정리해 본다.
1) 자동 분유 제조기 - 7초 만에 분유를 제조해 주는 용품이다. 완모를 계획하고 있다면 필요 없지만, 혼합 수유와 분유 수유를 할 계획이라면 미리 구입해 두자. 가격은 좀 있지만, 분유 수유가 필요한 1년, 365일 동안 육아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여준다. 특히, 한밤중에 수유를 해야 하는 6개월 전까지 꼭 필요하다. 자다가 일어나는 것도 힘든데, 분유 타다가 나도 아이도 잠이 깬다. (베이비 브*짜 기준 - 사용 4회마다 1번씩 입구를 청소해야 하는 것이 최대 단점이나, 장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단점을 감안하고 구입을 추천한다.)
2) 젖병 소독기 - 젖병 소독기가 있어도 신생아 시기에는 매일 열탕 소독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신생아 시기에는 매일 젖병을 삶았지만. 매번 열탕 소독이 힘들어질 때쯤 젖병 소독기가 도움이 많이 됐다. 젖병 이 외에도 치발기, 쪽쪽이, (아이 입속에 들어가는) 작은 장난감들을 소독하기에도 좋다. 기본적으로 젖병 세정제, 젖병 전용 수세미, 젖병 건조대는 구비해야 한다. (젖병 소독기에 넣기 전에 건조를 시켜서 넣어야 하는 것이 최대 단점이나, 이도 곧 적응이 된다.)
3) 수유 쿠션 - 수유 자세를 병원에서부터 처음 배우게 되는데, 그때부터 자신에게 맞는 수유 쿠션의 높이를 확인하고, 미리 구입해 둘 것을 추천한다. 수유 쿠션도 종류가 정말 많은데, 본인에게 맞는 높이와 모양 등을 꼭 미리 사용해보고 구입하길 추천한다. 모유 수유 자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수유쿠션이기 때문에, 내 몸에 맞는 것으로 사용해 보고 구입하자. (개인적으로 수유쿠션이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 중고로 구입했는데, 사용하는 내내 후회했다. 내 몸을 위해서라도 꼭 나에 맞는 크기와 높이로 구입하자.)
지난주에 아이의 첫 번째 영유아 건강검진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받은 4~6개월 보호자용 설명서 제일 첫 장에 "모유 수유가 가장 좋습니다. 모유는 아이에게 가장 완전한 식품이며, 아기의 면역을 강화하고, 각종 뇌 발달에 유리하고, 만성 질환을 예방하고, 비만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미 수유에 대한 방법이 어느 정도 결정되었을 4~6개월 검진에서까지 이런 내용을 첫 장에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모유 수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엄마의 질병과, 엄마가 감내해야 하는 내용들을 사전에 충분히 알려주면 좋겠다.
모유가 가장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모유 수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엄마의 모든 통증과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갈 수도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수유 방법은 엄마가 온전하게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선택의 결과를 존중하는 것뿐이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각자에게 필요한 선택지를 만들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