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단 100일만 잘 살아볼까요?

100일의 기적을 위한 벼락치기 노트

by 일상여행가


169일. 24주 차. 5개월 15일.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의 수면/수유 노트를 기록하면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

앞으로 갈길이 태산이라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들 말하지만, 전쟁 같았던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지금의 평화를 되찾은 우리 가족이 참 대견하다. 아니, 이 모든 과정을 거쳤을 모든 가족들이 새삼 대단하다.


솔직히 말하면, 100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정신이 없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이제야 겨우 우리 아이는 혼자서 10분쯤 모빌을 가지고 놀고 있고, 낮잠은 30분씩 토끼잠을 자고, 새벽에도 한 번씩 밥 달라고 울기도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패턴을 찾았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나는 출산 하루 전까지도 일을 했기 때문에, 태교도 육아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육아서적도 조리원에서부터 읽기 시작했고, 맘 카페와 블로그 그리고 유튜브도 그즈음부터 봤다. 나처럼 사느라 바빠, 육아 준비는커녕 태교도 제대로 못한 예비 엄마, 아빠들이 나보다는 좀 더 쉽게 100일의 기적을 맞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맘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당황스러운 100일의 왕초보 부모 기간 동안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육아는 끝이 없다. 시험이든 업무이든 목표에 맞춰서 해야 하는 할당량을 해내면 성취감이라는 보상이 따라온다. 그런데 육아는 목표랄 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라는 매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어떤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구체화하지 않으면 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쉽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스스로 장, 중,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점검해 보고, 스스로 성취감도 느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100일'이라는 육아의 첫 번째 관문을 목표로 잡고, 그 과정을 미리 한 번 훑어본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우리 가족의 100일을 돌아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너무 많은 정보들 중에서 우선은 당장 아이와의 '100일'을 잘 보내기 위한 팁들을 써보려고 한다.


100일 동안 아이와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먹고, 자고, 싸는" 이야기를 먼저 다루고, 그 외에 100일을 잘 보내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담았다. 예를 들어, "현명하게 (육아) 도움 요청하기, 엄마 관리, 아이가 아플 때, 강력 추천 육아템" 등등.


본격적으로 내용을 시작하기 전에, 신생아의 기준이 생후 한 달까지 인지도 몰랐던, 왕초보 엄마가 한 달 간의 신생아 육아를 돌이켜 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들 위주로 정리해 두었던 것들을 공유해본다. 정말 당연한 것들 일지 모르지만, 과거의 나와 같은 예비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1. 모유수유를 위한 공간은 미리 준비해 두자


가능하다면 모유, 혼유, 단유의 세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갈 것인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사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일단 아이와 함께 실제로 경험해 보고 나서, 어떤 길로 갈 것인지를 정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서 모유수유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엄마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단유를 결심하지 않았다면, 미리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서 올바른 모유 수유 자세를 확인하고, 집에서 내가 가장 편하게 수유할 수 있는 공간과 용품들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가 가장 많이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모유 수유이기 때문이다! 신생아는 말 그대로 먹고, 자고, 싸고, 울고, 아주 가끔 웃고를 반복하는 생명체다. 그중에서도 제일 자주, 가장 길게 엄마와 함께 하는 행위인 수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엄마와 아이의 컨디션이 결정된다.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자세를 시뮬레이션해보고, 나와 아이를 위한 최적의 공간을 찾아두자. (개인적으로는 침대, 책상 의자, 거실 바닥 등 위치를 바꿔보다가, 좌식 리클라이너 의자로 정착했다.)




2. 육아용품들은 미리 사용법을 습득해두자


"육아는 템빨!"이라는 사실을 육아 첫날 바로 알았다. 특히, 5초 만에 완벽한 분유를 뽑아 주는 베이비브*짜와, 내 시큰한 손목을 자유롭게 해 준 슬링 아기띠를 처음 사용했을 때 말이다. 이 외에도 역류방지 쿠션, 수유 쿠션, 타*니 모빌, 좁쌀 이불, 쪽쪽이, 아기 비데 등 육아를 도와주는 수많은 꿀템들이 있다. 만약 아이가 오고 나서, 설치를 하려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면, 미리 모두 꺼내어 세탁과 소독을 해두고, 동선을 고려한 최적의 위치를 선정해 두자! 육아는 전쟁이고, 전쟁을 위한 무기는 미리미리 준비하고 익혀두지 않으면 실전에서 이미 늦는다. (추가로, 아기용품 정리함(트롤리)도 미리 준비하기를 추천한다. 하루에도 수 차례 사용하는 기저귀, 물티슈 그리고 매일 필요한 아가의 목욕용품 등을 정리해 두기 좋다)




3. 신생아에 대한 기본 공부


초보 부모는 당황스럽다. 왜 아기가 어제는 30분마다 깨서 잠을 안 자다가, 오늘은 6시간 내리 통잠을 자는지. 오늘 아침에 이마에 생긴 저 빨간 점은 대체 무엇인지. 딸꾹질을 1시간 가까이하고 있는 게 정상인 건지. 목욕은 반드시 매일 시켜야 하는 건지. 왜 갑자기 어제보다 분유를 더 많이 먹는 건지. 쪽쪽이는 언제부터 물려줘도 되는지.. 등등.. 수많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신생아 육아를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아이와 함께 집에서 24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면, 멘털이 제대로 붙어있을 부모는 없을 것 같다. 출산 전에 미리 신생아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공부해 두고, 병원 혹은 조리원에서부터 우리 아이를 관찰하고, 파악하자! 집에 돌아와서는 곧바로 실전임을 잊지 말자. (병원에서는 내 몸을 감당하기 바쁘고, 조리원에서는 아이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다. 하지만, 미리 알고 있다면, 짧은 시간에도 많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 수유텀, 소대변 횟수, 아이의 다양한 시그널을 미리 파악하자!)




4. 육아를 함께할 사람 미리 정하기

다행히도 나는 남편과 함께 '100일의 기적'을 함께 맞이하기로 했다. 2명의 다 큰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성인에게도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된 아이는 버거웠다. 결국에는 시어머니에게까지 SOS를 보냈는데, 코로나 때문에 민감한 상황에서 이 역시도 내 마음대로 수월하게 되진 않았다. 열흘 정도를 (좀비처럼 지내면서) 깨달은 경험을 토대로, 남편과 2교대의 루틴을 만들었다. 육아를 함께할 사람을 정했다면, 그와 어떻게 시간과 역할을 분배할 것인지 미리 의견을 나누어 놓자! 물론 실전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지만, 사전 계획이 있다면 훨씬 변수에 대응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신생아 시기에 여전히 산후조리가 필요한 산모에게는 집안일보다는 아이를 돌보는 일 위주로. 단, 아이의 목욕과 트림시키기 등의 힘을 써야 하는 것은 산모 혼자서는 하지 않도록 하자.)




5. 나만의 중심 잡기


병원과 조리원을 거치고 집에 와서도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육아 조언들이 계속된다. 신생아는 시원하게 있어야 하는지, 따뜻하게 있어야 하는지. 4시간 이상 자는 아이는 깨워서 수유를 해야 하는지. 신생아는 어느 정도 울게 두어야 하는지, 울면 바로 달래줘야 하는지. 수면교육은 신생아부터 시켜야 하는지... 이 외에도 수많은 (심지어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육아 방법이 있다. 초보 엄마는 이런 조언들을 들을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많은 유튜브와 맘 카페를 전전하다가 아주 짧은 신생아 기간이 끝나 버린다. 정답이 없다면, 엄마와 아이가 선택하는 그게 옳다. 신생아를 직접 마주하기 전에, 수많은 육아서적과 유튜브 중에서 본인의 가치관과 잘 맞는 한두 개를 정해서, 그 방법이 믿다고 신뢰하고 아이와 함께 맞춰나가 보자. (개인적으로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의 유튜브 채널과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책의 내용을 토대로 육아 방법의 중심을 잡았다.)






우리 모두 엄마, 아빠가 처음이라 서툴고 어색할 수밖에 없다. 혹여나 우리가 몰라서 아이에게 해가 될까 봐 두렵고 불안한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열 달이라는 시간과 출산이라는 고통을 견뎌내고, 건강하게 우리 앞에 존재하는 이 작고 강한 생명체를 믿어보자. 이렇게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우리는 가족이 되어간다.



batch_IMG_3380.jpg 하얗게 밤을 지새운 비몽사몽 좀비 아빠와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 (까마득한 옛날 같은 신생아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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