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엄마에게 끼치는 영향
"그냥 보내." 어제저녁, 남편과 상의하려고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남편이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는 치킨이 생각보다 맛있다며 좋다고 웃는데, 입맛이 싹 사라졌다. 점점 초췌해져 가는 부인과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는 아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건가.
곧 300일을 앞두고 있는 아이와 지난주 목요일부터 어린이집에 한 시간씩 함께 적응하고 있었는데, 어제부터 맑은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 병원에 가보니, 아이의 코와 목이 부어있었다. 항생제를 처방받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아직 대답하지 못한 키즈노트* 앱에 뜬 긴급 보육 관련 투표함 알림이 또 울린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다음 주 월요일부터 4단계로 격상되면서, 어린이집에도 보건복지부에서 2주간 긴급 보육 여부를 결정하라는 통지서가 왔다. 2주 동안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으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다. 이제 막 어린이집에 적응을 시작했는데, 2주 동안 아이가 집에만 있다 보면 다시 처음부터 적응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콧물을 흘리기 시작하니 지난달에 3주 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같이 떠올랐다. 이대로 결국 다시 나의 운동 계획은 물 건너가는 건가. 무엇보다 다시 한 밤중에 깨어나서 울 아이와 지새울 밤들이 걱정됐다. 복직까지는 아직 조금 여유가 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저릿한 목과 어깨 그리고 손목 통증에 다시 울컥한다. 그래도 코감기도, 코로나바이러스 위험도 있는데, 2주 더 아이랑 집에 있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린다.
육아휴직 기간을 보내면서, 엄마들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니, 사실 육아 휴직 전에는 나도 전업주부를 부러워했다. 그땐 회사에 안 가는 것만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실상을 겪고 나니, 하루빨리 복귀하고 싶다. 그럼 적어도 씻고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커피 한잔을 사 먹을 여유는 있을 테니까. 요즘 내 일상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이유식 쌀을 불리고, 아이를 보는 틈틈이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가 돌아다닐 공간을 쓸고 닦고, 아이가 빨아대는 장난감을 소독하고, 간식을 챙겨주고, 놀아주고,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그 와중에 빨래도 한다. 아이가 아프면 여기에 시간 맞춰 약 먹이기와 평상시보다 유독 더 칭얼거리는 아이를 종일 안아주는 일이 추가된다. 무엇보다 새벽 내내 뒤척이는 아이의 옆에서 새우잠을 자고 나면, 죽기보다 싫은 상사와 회식을 하고 숙취에 시달리는 다음날보다 더 몸이 무겁다.
코로나로 인해서, 엄마들의 행동반경이 더 좁아졌다. 문화 센터는커녕 아이와 함께 집 밖을 나가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오죽할까. 이제 엄마만의 시간은 거의 없다. 어린이집은 이런 엄마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아이를 돌보면서 집안일을 하는 건 시간이 두세 배로 걸린다) 집안일을 끝내고, 점심을 챙겨 먹고, 겨우 씻을 시간을 준다! 아직은 초보 엄마라, 더 힘들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초보 엄마들을 옆에 둔 초보 아빠들은 이런 고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그리고 주말에도 제발 아내에게 쉴 시간을 주자.
*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가 소통할 수 있는 알림장 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