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시작한 부부 이야기
남편과 싸웠다.
좋은 엄마가 되보겠다고 이런저런 책도 읽고 있는데, 아이에게는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제일 나쁜 게 아닌가. 가끔 극단으로 치닫고, 큰 소리도 오가는 우리의 부부싸움은 사실 신혼 때부터 종종 있는 일이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까 고민이다. 조금 더 현명하게 싸우고 싶지만, 우리 부부는 둘 다 다혈질에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순식간에 다투는 상황이 생기고 만다. 주변에 안 싸우고 사는 부부를 보면, 꼭 한쪽이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명이 일방적으로 참는 건 너무 불공평하니까, 번갈아 가면서 참아주면 좋겠는데 그게 말이 쉽지.
좋은 부모가 되기를 고민하기 전에, 좋은 아내와 남편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했어야 했다.
갑자기 좋은 부모와 좋은 아내, 남편 역할을 (거기에 추가로 좋은 아들 딸 역할까지) 모두 하려니 버거울 수밖에. 신혼 때는 우리 부부의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양가 부모님들과 동생들 친지들까지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생겼다. 많은 관심과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불화를 함께 달고 오나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허투루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아이는 너무 예쁘지만, 24시간 동안 내 시간을 모두 할애해서 아이를 보고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몇 개월만 지나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진다. 가장 가까운 혈육들을 그래서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거고, 자주 만나는 과정에서 문제는 발생한다.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몰랐어도 될 문제들까지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는 내 성격이 문제였을까. (나도 참을 만큼은 참다가) 결국은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고, 그 한 마디가 꽤 오랫동안 우리 부부 사이를 터지기 직전의 폭탄 같은 사이로 만들었다. 문제는 이게 우리 부부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로를 향한 화살은 짧아서 금방 되돌릴 수 있었는데, 서로의 가족을 향한 화살은 상대방을 관통해서 그 가족에게 전달되고 그렇게 길어진 화살은 되돌리기도 어려울 만큼 멀리가 있기 때문에.
이미 내뱉은 말들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 말들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서 상대방에 가서 꽂혔을 때는,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미 상처 입은 마음은 쉽게 회복될 수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여기서 상처 입은 내 마음도 봐달라고 해봤자, 상대방은 자기 상처를 돌보기에 급급하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가 치료해도, 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잘 참지 못하면, 평생에 남는 흉이 질 수도 있겠지.
신혼 초에는 싸우면 서로의 분이 풀릴 때까지 끝을 보았는데, 육아로 지쳐있는 요즘에는 싸우면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남편은 주로 혼자서 고민하면서 답을 내리고,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혹은 나 자신과 대화하면서 답을 내린다. 이렇게 각자의 방식대로 답을 내린 후에는 폭풍 같았던 감정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후라서 조금 더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해진다. 이번 싸움은 육아 시간을 좀 더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우리의 규칙을 카톡방의 공지사항에 등록하면서 마무리되었다. 결국은 육아로 지친 몸이 서로의 마음까지 힘들게 했던 것이 문제였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에게는 음식도, 운동도 조금씩 더 신경 쓰면서 육아 체력을 기르는 것이 부부 관계를 긍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필수사항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