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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가 Dec 13. 2021

육아휴직이 끝났다

1년 하고도 3개월 간의 육아휴직이 끝났다.


이제 곧 복직이라고 하니 주변에서는 "스트레스받겠다."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네." "힘들 테니 보약이라도 미리 먹고 가라."는 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막상 나는 오랜만의 출근에 약간은 설레며, 머리도 하고 옷장도 정리했는데. 임신기간에 코로나가 터져서 거의 2년 동안을 집에서 있다 보니, 출근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약간 낯설어진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낯섦과 설렘을 혼동하고 있는 것일지도. 


지난 2년 동안 출산과 육아라는 경험을 통해 내가 체력이 부족하고, 인내심은 더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체력도 인내심도 조금 더 강해졌다. 남편보다 못하던 요리실력으로 6개월 동안 아이 이유식을 완벽하게 다 해 먹였고, 매일 파스를 달고 살던 몸으로 요가를 꾸준히 다녀서 최근 건강검진 결과는 임신 전보다 더 좋아졌다.  


그동안은 전업맘들과 같은 입장에서 육아를 했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인 워킹맘이 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기도 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더 긴 시간 있어야 한다는 것도, 남편과의 육아 분담이 계획처럼 되지 않을까 봐도, 시어머니의 역할이 조금 더 생겼다는 것도. 사실 불안한 것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자는 다짐을 상기해본다.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잘했던 부분도 있고, 부족했던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아이를 최우선으로 하고, 내 몸과 마음의 건강 회복에 집중하자고 했던 다짐은 잘 지켜진 것 같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 미안함은 내려놓고 워킹맘으로서의 역할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서로의 스케줄에 맞춰서 등원은 내가, 하원은 남편이 하기로 했다. 새벽 6시면 일어나는 아이를 위해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등원 전까지의 시간은 실컷 눈 맞추며 놀아줄 거라는 다짐은 꼭 지키자. 남편과 어머님이 맡은 하원 이후의 시간도 불안해 말자. 회사에서는 온전히 일에만 집중하고 퇴근과 동시에 회사 일은 말끔하게 잊어버리고 집으로 들어서자. 아이에게 밝고,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자. 


미리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육아에는 항상 대비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 요가를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많이 해봤다. 내 몸도 마음도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황들까지도 침착하게 대응해보자. 엄마라는 역할은 해내야 하는 책임이 아닌, 나를 더 여유롭고 강인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경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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