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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가 Aug 15. 2023

나와 가족 : 나는 나를 투영한다

엄마가 새벽 독서를 하면 일어나는 일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는 아이와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책을 읽었다. 초기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피곤했고, 집안 일도 육아도 엉망이었다. 회사에서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고, 남편에게 짜증을 부리기 일쑤였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나중에 해야 하는 원리 자체도 몰랐을 때였다. 그러다가 남편과 크게 싸운 일이 있었다. 


독서모임을 하는 나를 방해하지 말라며 아이에게 휴대폰을 쥐여 주었던 것이 발단이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 딸이 밥을 먹으면서도 나가서도 휴대폰에 빠져 있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가 뭔 짓을 한 거지?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새벽을 지켰다. 가족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관계다. 내가 바뀌면 톱니바퀴의 날 하나가 바뀐 것이기에 관계는 삐걱거리게 된다. 당연히 여기서는 갈등과 마찰이 등장하고 이를 없애려면 다시 내가 제자리로 돌아가든지 나와 맞물려 돌아가는 남편과 아이가 나에게 맞추던지 선택을 해야 했다. 


나의 새벽 독서는 초기부터 몇 개월간 남편과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우리 독서모임의  코칭을 통해 나는 나의 변화와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톱니바퀴는 좀 더 커지고 좀 더 강해지면서 점점 나 도 새벽 독서에 적응해 갔다. 참 신기하다. 문제 뒤에는 반드시 해결이 오듯이 아픔 뒤에는 꼭 기쁨이 온다. 코칭을 통해 내 일상에 루틴이 생기고 한창 변화에 집중하고 있을 때 시댁 식구들이 모두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남편이 나의 루틴을 먼저 챙겨주는 것이었다. 나의 변화가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 낸 것이 증명되는 사건이었다. 


“자기, 오늘 저녁 8시에 코칭받는 시간 아니야?”
“응, 부모님 계시니까 아무래도 오늘 코칭 미뤄야겠지?” 

“아니야, 저쪽 방에서 해. 내가 엄마한테 잘 이야기할게.” 


내 행동의 꾸준함에서 나의 간절함을 남편이 보았을까. 그 이후로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내가 꿈꾸는 나의 미래와 우리 가족의 시간적, 경제적 자유에 대해 남편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게다가 3개월이 지난 이후부터 남편과 같이 주중, 주말 시간표를 만들었다. 남편 덕분에 하루 2시간이라는 추가 자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내가 계속 놓치는 집안일의 일부도 남편이 가져갔다. 매번 늦게 자고, 허겁지겁 나가던 남편도 점점 기상 시간이 앞당겨졌다. 그리고 아이를 낳기 전처럼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예전보다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놀러 가는 시간은 줄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잊고 있던 애틋함이 싹트고 있다. 이제는 한 아이의 성장과 함께 우리 자신들의 성장, 나아가 부모로서 우리가 성장하고 있음을 한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두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두 시간 동안 핸드폰을 쥐여 줄 정도로 무지 했던 나는, 남편과 다툼 후에 차에서만 휴대폰을 보는 규칙을 정했다. 우는 아이를 안고 독서 모임에 참여했고, 몇 시간 동안이고 우는 아이의 시간을 받아들였다. 아이는 아직도 가끔씩 집에서 휴대폰을 찾기도 하지만, 이제는 자기가 먼저 “휴대폰은 차에서 보는 거지~”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당당하게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남편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올해 초에는 이사를 하면서, 아예 내 방을 거실에 만들어서 책 읽는 공간을 거실에 두었는데, 신기하게 아이가 나를 따라서 스스로 책을 읽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제는 정말 당당하게 확신을 가지고 책을 읽고, 내게 주어진 2시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나의 시간을 보낸다.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은 역시 ‘보여주는 것’ 임을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내가 성장하고, 나의 성장으로 아이가 성장한다는 가장 중요한 개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울뉴런’은 우리의 작은 행동, 작은 표정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우리가 의식적, 무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표현한다. 즉,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자녀에게 그대로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나의 고정관념을 절대 나의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나의 기존 관념들을 직면하면서, 나의 기존의 모든 가난한 마인드를 아주 철저하게 깨부수고, 부자 마인드를 심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생겼다. 


최근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보면 한 개인의 삶의 경험들이 자신의 게놈을 조금씩 변형시키게 되고, 그러한 변형이 심지어 후손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고 한다. 생물학의 흐름으로 보면 한 개인이 획득한 품성 혹은 형질이 후성유전학적 방법으로 자신의 게놈에 새겨지기도 하고, 나아가 다음 세대에 전달될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 라마르크는 재평가받 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완전한 인격체를 만들기 위해 수양하고 정진하는 우리의 노력들이 결국에는 인간 유전자 군의 변화, 즉 인류의 진화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우리 독서모임이 고마운 것은 개개인에게 적합한 책을 추천받는다는 점과 시대, 시류, 자본, 인간, 본질, 철학, 심리 등 삶의 지식 이 되는 근본적인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책이 바로 생물과 관련된 책이었는데 왜 교수님이 생물학 관련 책들을 추천하셨는지 인간으로서의 나를 알기 위해 생물의 본능, 그리고 진화, 유전이라는 개념들이 들어서면서 지식에 살이 붙게 되며 행동에도 강력한 동기부여가 일어나는 경험을 가지며 알게 되었다. 


이일하의 <생물학산책>에서는 ‘후성유전학’이라는 학문에서는 나 의 모든 경험이 게놈을 변형시켜서, 후손에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매일 하는 이러한 노력이, 나와 내 자식을 넘어서 우리의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나의 하루 루틴에 조금 더 힘이 실렸다. 나의 성장과 세상의 필요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의무보다 의미가 주어졌을 때 스스로 강력한 원동력을 만들 수 있다. 육아로 인해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나의 성장에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어 주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나를 먼저 키워내는 것이고, 나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도 자기 스스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알아내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나를 투영시켜 나와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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