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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사사로운
Oct 22. 2019
왕복 90분, 고양이 점심을 챙기러 가는 지하철에서
병에 걸려 혼자서는 전혀 먹지 못하는 고양이를 보러 점심시간마다 집에 다녀오고 있다. 주사기로 튜브를 통해 아주 소량 씩 나눠주지 않으면 다 게워내기 때문이다.
왕복으로 1시간 20분, 주사기로 밥을 주는 시간 5분. 내가 밥을 먹을 시간도 5분. 회사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저께 점심에는 집에 들어갔더니 고양이가 늘 있던 곳에 보이지 않았다. 오전에 가스검침원 아주머니가 다녀갔다는데... 혹시 집 밖으로 나가버린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한참 찾아보니 침대 밑에 웅크려 숨어 있었다. 눈만 멀뚱멀뚱 떠서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당장 고양이를 침대 밑에서 꺼낼 수가 없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그 날 저녁, 이제 조금씩 먹여도 계속 게워내는 게 걱정되어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먹어야만 살 수 있는 병인데, 먹지 못하고 게워내면 방법이 없다고 얘기했다.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입원을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리고.
집으로 데려와 최대한 소량으로 유동식을 주입하는데 먹자마자 다시 구토를 했다. 구토물을 휴지로 닦고 더러워진 입가를 닦아줬다. 무력감이 들었다. 도대체 뭘 어떡하면 좋을까. 그저 하루하루 야위어가는 모습을 보며 죽어가는 걸 바라봐야만 하는 것일까.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서 이불을 깔고 그대로 누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러던 중에 고양이가 옆으로 다가와 가만히 앉았다. 축 늘어지고 야윈 몸으로 웅크려 앉았다. 말은 못 하지만 눈으로 나를 보며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너도 힘들구나. 살고 싶구나. 다음 날도 주입한 유동식을 바로 게워내었다. 더 적게, 더 묽게 대신 더 자주. 구토를 막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 먹는 총량이 너무 적어서 걱정되지만 지금은 이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조금씩 회복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