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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Feb 20. 2020

조직문화가 직원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좌충우돌 코멘토 Daily Check-in 2차 개선기


조직문화 프로그램을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고객(직원)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조직문화도 고객(직원)들이 성과를 더 잘 내고 몰입하기 위해
구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라고 생각해보는 거죠.

그러면 조직문화 프로그램도 LEAN하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이 생각에서 출발한 코멘토 데일리 체크인 개선기!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접근만으로도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데일리 체크인 : 코멘토 데일리 체크인은 매일매일 코멘토에서 느끼는 하루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록하고 핵심가치 관점에서 회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직문화 Tool입니다.


당신은 최고의 기획자


[ 1 ] 데일리 체크인 개선의 배경
 


코멘토에서는 작년 12월 셋째 주에 "아무거나 하기" 주간을 맞이했습니다.

말 그대로 한 주 동안 팀 목표 외에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기로 한 것인데요.


조직문화 담당자, 퍼포먼스 마케터,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아무거나 하기-데일리 체크인 개선 팀"을 구성하게 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희망에 차 있었지... 화.... 화이팅....


사실, 처음 목표는

데일리 체크인을 통해서 수집되는 데이터들을 잘 활용해보면,
코멘토가 더 좋은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하는 물음이었어요.


지금까지 못생긴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기록하던 데일리 체크인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자발적으로 데일리 체크인 앱을 만들어줬거든요!!


[구글 스프레드 시트 시절 데일리 체크인]


[데일리 체크인 앱으로의 변모 : PC와 모바일 둘 다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직문화를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했어요.

코멘토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LEAN하게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는데, 이걸 우리 제품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죠.



LEAN하게 일하는 방식으로 조직문화 프로그램을 개선할 수 있을까?



[ 2 ] 데일리 체크인 사용 현황 분석


데일리 체크인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하기 전에 우리는 배운 대로 데일리 체크인을 사용하는 유저(코멘토 팀원들)의 행동부터 파악해보기로 했어요. 유저들이 어떻게 데일리체크인을 쓰는지부터 점검해보고 싶었거든요.


요약하면,

1. 모든 사람들이 데일리 체크인을 하지는 않는다.

2. 사용하고 있는 유저들만 계속 사용한다.


우리는 이용자와 비이용자로 나누어서 인터뷰를 진행해서, 실제 사용 유저들의 VP(Value Proposition)과 Pain Point를 분석해 보기로 합니다.


*Pain Point : 충족되지 못한 소비자들의 욕구, 불만, 불편, 문제점
*VP(Value Proposition) : 가치제안. 제품/서비스로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를 표현한 것


그 중에서도 자주 쓰는 이용자(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집중하여 사용 이유를 묻고 Pain Point와 VP를 찾아보고자 했어요. 고객의 Pain Point를 바탕으로 VP가 잘 전달되어야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배웠거든요.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인터뷰 설계 후 바로 고객들(이라고 하고 우리 팀원들)을 만나보기로 했어요.


인터뷰에 응해준 자주 쓰는 이용자는 7명 정도였고, 이 분들은 주 2~3회 정도 데일리 체크인을 사용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아래의 3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1. 데일리 체크인을 어떻게 쓰나요?

2. 데일리 체크인 왜 쓰나요?

3. 기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설문 결과를 요약해보니,

회고의 목적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주 사용 목적은 "회고" 인데, 부차적인 목적으로는 정서교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회고의 목적]
하루를 정리하는 체크 리스트", "상태 점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면서 체크해보기
[정서 교류의 목적]
"다른 팀원들이 뭐 하는지 궁금, 내가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미안함 표현, 유일한 칭찬 가능 툴", "마니또같은 느낌, 서로를 동기 부여 해 주기 위함", "오해가 풀림, 기획자나 개발자가 하는 생각을 데일리체크인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 같음"


우리는 데일리체크인의 유저 아바타는 글쓰기를 통해 회고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유저들은 회고를 더 잘하고 싶어 한다.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목표를 변경했는데 데일리 체크인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 분석보다는 데일리체크인 자체를 더 좋은 서비스로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유저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개선하고 더  좋은 서비스로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데일리체크인을 유저들이 더 회고를 잘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보자



[ 3 ] 1차 개선 방안


우리는 "회고" 관점에서 유저들이 불편해 하는 점을 다시 정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험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 하루를 회고하는 항목과 핵심가치 체크 항목이 섞여 있어서, 회고에 집중하기 어렵다.
- 내가 작성한 항목들을 모아서 보는 기능이 없어서, 큰 단위의 회고를 하기 어렵다.


그리고 조직문화 담당자가 실제로 유저들이 쓴 내용을 보니 핵심가치 회고와 무관하게 글을 쓰는 경우도 많아, 우리는 유저들이 "회고"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글쓰기 가이드를 아래와 같이 변경하고 데일리 체크인을 남기는 수가 증가하는지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죠.


핵심가치 관점의 회고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변경된 데일리 체크인



그리고 회고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글쓰기 가이드 변경 후,
데일리 체크인을 한 사람은 조직문화 담당자 뿐이었다고 한다...



[ 4 ] 2차 개선 방안



왜, 도대체 왜 실패했을까....ㅠㅠ


우리는 통렬한 마음으로 실패 이유를 회고해 보았습니다.


- 회고를 잘 하기 위한 글쓰기 가이드가 잘 못되었나?

- 사람들이 그냥 데일리 체크인을 쓰고 싶어하지 않아하나?

- 다른 기능들을 빨리 개선해줘야 하는 건가?


여러가지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회고는 개인 일기장에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데일리 체크인을 하겠어요?


그러게요. 회사 사람들에게도 다 보여주는 건데,
왜 회고를 데일리 체크인에 하지...


데일리 체크인을 처음 시작한 이유가 뭐였지?



생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유저들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유저들이 "회고를 하기 위해서 한다"라는 이야기만 듣고,

유저들이 "왜, 데일리 체크인으로 회고를 하지?"는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유저들이 이야기했던 회고가 무엇이지...
왜, 데일리 체크인으로 회고를 하는 거지?


우리는 다시 유저들을 만났고, 데일리 체크인으로 회고를 하는 목적을 들을 수가 있었어요.

나 자신과 내가 하는 고민을 "다른 팀원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잘하겠다는 결심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팀이 커지고 Silo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알기가 어려웠어요. 또, 업무 상에서는 이야기하지 못했던 진짜 속마음과 이야기를 얘기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어요.


인터뷰를 깊게 할 수록 유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회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차순위로 두고 있었던 VP인 "팀원들과의 정서교류"가 진짜 숨겨진 VP였던 것입니다.


즉, 데일리체크인은 유저들에게 "회고를 잘하기 위한 도구"보다는 "정서교류, 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도구"에 더 가까웠어요.







유저들이 이야기한 "회고"의 진짜 함의는
"개인 회고를 기반으로 한 정서 교류"였어요.


[ 5 ] 3차 개선 방안 및 결과


우리는 "회고를 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개인 회고를 기반의 정서 교류"를 더 잘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시 데일리체크인을 개선했습니다.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았어요.


1)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 유저들도 정서교류를 잘 할 수 있도록, 글쓰기 외에 정서교류를 할 수 도록 감정만 간단히 체크할 수 있도록 한다.

2) 핵심가치 관점에서의 회고보다는 하루하루의 일과 고민, 감정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문항을 단순화 한다.

3) 서로 교류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댓글 창의 안내문구를 수정한다.


[회고를 기반으로 정서교류를 더 잘하기 위한 데일리 체크인!]


그리고 팀원들은 데일리 체크인을 어떻게 사용했을까요?


로맨스 영화 명대사인줄...


이틀 만나 본 그의 장점(!), 강점(!), 놀란점(!), 기대되는 점(!)
충분히 엄청 잘하구 계세요
제 귀여운 프로필 좀 보세요
그녀는 대체... 츤데레...



[ 6 ] 개선결과


1. 데일리 체크인의 이용자 수가 1.5배로 늘었어요.

- 월 평균 사용자 수 9.5명(12월)  → 15명(1월)


2. 데일리 체크인의 사용성이 약 5배 증가했습니다.

- 일 평균 글쓰기 수 : 0~3개 → 13~15개


3. 조직문화 담당자 외에 자발적으로 데일리 체크인 참여를 독려하는 팀원도 생겼어요.


조직문화 담당자가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 7 ] Lesson Learned


1. 조직문화를 제품 관점으로 생각하는 게 매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조직문화 프로그램 목표(VP) 역시 고객(구성원)들의 Pain Point에 기반해야 한다.


핵심가치 회고의 목적으로 데일리체크인을 운영하는 게 조직문화 관점에서는 좋은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 유저들의 입장에서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사용성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조직문화 프로그램이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목표만 가지고 진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구성원들도 사용하지 않는 조직문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기존 조직문화 담당자의 관점으로 데일리체크인을 개선하려고 했다면, 저는 여전히 핵심가치 기반으로 회고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데일리 체크인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랑하지 않는 조직문화 프로그램이 되어있었겠죠 ㅠ_ㅠ


2. 조직문화 프로그램이나 제품을 업데이트할 때도 반드시, 고객(구성원)들의 Pain Point를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데일리체크인을 처음 만들었던 2018년 5월 당시로 돌아가보면,

코멘토 팀이 8명인 상황에서도 매우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서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공유하면 더 좋은 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게 데일리체크인이었습니다.


그 후, 핵심가치 데일리 체크인으로 발전되었고 단기적으로는 핵심가치 회고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정말 구성원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사용성이 떨어지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3. 고객도 내가 뭘 원하는지 잘 표현 못할 가능성이 높다. 즉, 고객들이 인터뷰에서 말한 VP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게 탐구하고 이해해야 한다.

 1차 인터뷰에서 "회고" 목적이라는 말만 듣고, 회고를 더 잘하기 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사실 "회고를 기반으로 한 팀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더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객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그대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왜 고객들이 그렇게 응답했는지 정말 깊게 탐구하고 대화를 해봐야 진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8 ] 앞으로의 방향


1. 앞으로도 코멘토의 조직문화 아젠다들을 위의 관점으로 더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신규입사자 온보딩부터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고객과 제품 관점으로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바꿔보려고 해요.


2. 데일리체크인 목적이 변경됨에 따라 핵심가치 내재화를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함께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핵심가치 내재화 체크 항목이나 문장이 없어도 핵심가치 기반으로 회고를 하는 유저들이 있는데, 그 분들을 잘 관찰해봐야겠습니다.


3. 처음 목적이었던 "데일리 체크인을 통해서 수집되는 데이터들을 잘 활용해보면 코멘토가 더 좋은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는 다시 한 번 시간을 내어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풍부한 데이터들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또 재밌는 실험들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코멘토 데일리체크인이 발전해 나갈 모습에 대해 많은 기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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