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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Jun 30. 2016

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하기

태화강변을 걸었다. 거의 20년 간 내가 살아온 동네.





여러 가지 기억들이 있지만 요즘 들어 가장 생각 나는 건 제대 직후 무렵에 드나들던 기억이다. 제대 후 바로 계절 학기를 등록하였지만 조금 시간이 남아 있었다. 집에선 특별히 할 것도 없어서 혼자서, 때로는 친구 한 명과 정처 없이 걸어 다니거나 자전서를 타곤 했었다.




걸으면서 가끔 미래를 떠올려 봤었다. 도무지 예측하기는 어려웠지만 뭇 제대한 군인들의 근거 없는 낙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희망을 품고 앞 날을 준비할 수 있었다. 논리와 근거가 있어서 희망을 품을 수 있다기 보다는, 희망을 품는 일들이 희망적인 일에 대한 논리와 근거를 만들어줬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하라 는 말을 좋아한다. 원문 그대로, 안토니오 그람시가 했던 말 그대로 이해하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머리로 비관하고 울적해져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수백, 수천 가지도 생각하고 분석할 수 있다. 머리로도 낙관할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백, 수천 가지의 이유에 대항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의지의 영역으로 가지고 와야 할 일일 것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대부분의 병은 낫는다고 하지만, 조금 더 빨리 일어서기 위해 사람들은 귀찮은 병원도 가고 따끔한 주사도 맞는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게을렀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며 모든 주도권을 병에 내어줬던 것 같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보다 건강해질 필요가 있다. 이성으로는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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