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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Jun 26. 2016

안녕, 오랫동안 지울 수 없었던 사람

전자 청첩장을 받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그 사람 이름 옆에 다른 사람. 하얀 드레스를 입고 밝게 웃고 입는 모습. 결혼한다는 이야기는 한달 전부터 들었지만 슬프지도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았다. 어쩌면 조금은 억울 했는 지도 모르겠다. 어떤 마음으로 결혼하는 거야, 결혼할 마음이 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던 거야… 하고 묻고 싶었으니까.


가장 아름다운 봄을 나와 함께 보냈다는 말. 그리고 정말 고맙다는 말.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는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헤어짐을 고한 것은 3년 전의 일이지만 이제야 정말 나는 헤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니가 한 말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그 어떤 미련도 남아 있지 않아서, 다시 만나게 될 일 같은 건 없다는 걸 알고 나니까 곧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나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야 할지, 아니 말아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짧게 보낸 말, 축하해. 정말 진심이었어. 직장 생활 잘하라는 말, 그리고 건강하라는 말.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러준 내 이름. 다른 목소리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조용하고 따뜻하게 내 이름을 불러줬던 니 목소리는 조금 더 머무른 뒤에 잊혀질 것 같아.


지금도 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하고 따뜻했던, 부러울 것 하나 없었던 봄 그리고 여름. 나도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되었던 그 계절들. 짧게 나마 나와 함께 머물러줘서 정말 고마웠어. 연애의 뜨거움도, 그리고 끝도 없는 슬픔과 절망의 시간들. 모두 니가 없었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이니까.


니 옆에 있는 그 사람과 정말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나와 함께 지냈던 그 해의 그 봄도, 니 인생에서 다시 기억하고 싶은 계절이 되었기를. 안녕, 오랫동안 지울 수 없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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