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 동네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길에 만두 가게가 하나 있었다.
이 동네에 산 지도 어느덧 일년 정도니까,
거의 일년 쯤은 만두 가게였고,
평소에 만두를 참 좋아하는 나는 가끔 들러서 사먹고는 했다.
"나올 때까지, 5분만 기다리세요."
가게가 깔끔한 편도 아니고, 앉아서 먹을 때도 없었지만
낡은 나무 판자 위에서 밀가루를 팡팡 쳐서 손으로 만드는 게 참 인상적이었고,
참 맛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달 쯤 전에 만두 가게가 닭발, 꼼장어를 파는 술집으로 바뀌었다.
만두 아저씨는 이제 꼼장어와 소주를 파신다.
나는 꼼장어도 좋아하는 그런 남자니까.
늘, 군침만 흘리다가 며칠 전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만두를 파실 때는 엄청 무뚝뚝한 장인의 이미지였는데,
생각보다 귀여우신 것 같아서 좀 놀랬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아저씨 두 분이 들어오셨고,
막걸리가 다 떨어져서 소맥을 먹게 된 아저씨가
주인 아저씨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거 하면, 장사가 좀 돼? 세금은 얼마나 내나."
"그냥, 만두 가게 하지 왜 이걸로 바꿨어?"
뭐, 이런 이야기들.
들어보니, 아저씨는 11년 전에 만두를 배우셨고,
그 세월 동안 만두만 만들어오신 거였다.
그 동안, 프랜차이즈를 같이 내자라는 유혹도 많이 받으셨지만,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 보여 수차례나 거절 하셨다고 한다.
자신이 왕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왕만두가 대세가 되어버렸다고.
남대문 시장에서 파는 만두는 잡채지, 진짜 만두가 아니라며 한탄을 내뱉기도 하셨다.
나는 참 묘하게 설레었다.
그러니까, "만두"를 이야기 할 때 그 아저씨의 눈이 너무 반짝였다.
"만두" 이야기를 할 때, 아저씨는 정말 신나보였다.
아저씨의 "만두"
11년 동안이나 해오셨고, 실력도 꽤 인정받은 그 만두.
젊은 시절을 받쳐 온 그 만두.
그렇지만, 이제 체력 문제도 있고 해서 직접 손으로 만들고 하는 게 힘들어서 업종을 바꾸셨다 한다.
나에게도 그 아저씨의 "만두" 같은.
그걸 이야기 할 때는 눈이 반짝이고, 정말 신나보이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저씨의 마음이 참 공감이 갔고, 그 눈빛이 왠지 모르게 그립기도 했다.
술을 먹던 두 명의 아저씨는,
조금만 더 벌어서 빌딩도 사고, 골프도 치러 다닐거라며
얼굴이 붉어지셔서 술잔을 기울이셨고.
만두 아저씨는 또 나름대로 잠깐 감상에 빠지신듯 보였다.
나는, 그리고 나는.
얘기 듣다가 꼼장어도 마늘도 태워버린 것을 알고.
황급히 뒤집어 입속에 넣었다.
꼼장어, 닭발 가게도 참 잘 되는 것 같아 보여 좋지만,
어쩐지 아저씨가 다시 만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두, 참 맛있었는데.
그리고 그 때의 그 만두 아저씨 꽤 멋있다고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