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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y 05. 2017

익숙한 새벽 세시

"거리를 걷고 또 친구를 만나고 많이 웃는 하루를 보내도 

오늘도 나는 잠 못드는 이미 익숙한 새벽 3시 ."


이런 날들이 있었다.

분명히, 몸은 피곤하고, 정신도 피곤한 것 같은데,

아무리 누워 있어도 도저히 잠들 수 없는 밤들.


한시가 되면, '오늘은 자야지.'라고 생각하고,

두시가 되면, '오늘은 자야 한다니까!'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오늘도 자기는 글렀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새벽 세 시.


책을 보기도 하고, 영화를 볼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멍을 때리며 보내거나,

동네 앞을 무작정 걸어다니고는 했다.


오롯이 혼자만 있게 되는 시간이니까,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꿔보자'라고

다짐하기도 했지만, 잠은 안 오고 도저히 생산적으로 만들 수 없는 그 시간들.


  

"전화기를 전부 뒤져봐도 딱히 보고싶은 사람도 없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지금 누구라도 보고싶어."


고독한 것과, 외로운 것의 차이.

혼자 있기 싫고 누군가가 보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려지지 않으면,

그냥 고독한 것이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그건 외로운 거야 라고 혼자 생각했던 적이 있다.


어쨌든, 둘 다 힘든 건 마찬가지.


"사실은 이미 알고 있어. 난 걔를 좋아하지 않아  

혹시 니가 돌아올지도 모른단 가망없는 상상을 하지만 

그런 일 일어난다고 해도 난 너를 좋아하지 않아"


어쩌면, 말이야.

어쩌면, 그 사람이 없어서 슬픈 게 아니라.

'내가 버림받았다는 사실'때문에 슬픈 거야.

'나는 사실, 그 사람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그냥 미운 거야'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 사람과 헤어져서, 너무 슬프고 힘들어서,

그 사람이 제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와도 슬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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