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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y 05. 2017

메모

메모는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잊기 위해 하는 습관이다.


무언가를 남겨두는 순간,

그걸 잠깐만이라도 잊어버려도 되는 이유가 생겨버리니까,

그걸 잊어버려도 상관이 없으니까. 


정말 소중한 것들이라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들이라면

남겨둘 필요가 없을 줄 알았다.


잠깐의 순간이라도 마음을 놓아서

지워져 버릴까 두려웠으니까. 


메모를 하는 사람들이

기억할 유일한 한가지는

메모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어서,


정작 형식적으로 그것만 기억하다가

그 안에 담긴 정말 소중한 것들은 잊으면서

살아가게 될까봐, 그게 걱정됐다. 


그런 줄 알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도 온갖 상념을 지워버리고 싶어서

아무렇게나 휘갈기고 있지만,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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