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고 스무 살, 기숙사에서 함께 살았던 작은 형이 오늘 결혼을 했다. 입학하고 3년 후인가, 새로운 기숙사가 생기기 전 유일한 기숙사였는데 정말 작은 방에 4명이 함께 살아야 했다. 2층은 침대였고 바로 밑에 책상이 있었고, 그 사이 좁은 통로가 다였던 기숙사 504호.
3주 전인가 전자 청첩장을 받고 난 후, 타임머신을 탄 듯 잠깐 기숙사에서 보냈던 날들이 떠올랐다. 연애도 제대로 못해본 스무살, 스물 한 살들이었고 누군가가 소개팅이라도 가는 날에는 옷을 빌려주고, 코칭을 해주며 후일담을 공유하곤 했었다. 그 중 특히 기억나는 한 날의 풍경은, 잠자기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모두 2층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누가 먼저 결혼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다. 거의 10년이 지나고 나서, 이제 그 해답을 알게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내심 신기했다.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미리 그 정답을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 오늘 소개팅에서 잘 안 된 그 여자애 때문에 마음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얘기해줄 수 있었을텐데.
차가 밀려 대략 한 시간 반 가량을 운전해서, 안성의 결혼식 장에 도착했다. 다들 바쁘게 지내서 자주 보기가 어려웠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고 그 옆에 예쁜 신부도 보였다. 내가 결혼을 시키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모르게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504호로 돌아간 기분도 들었다. 그 때는 지금보다도 더 우울하고, 찌질하고, 하고 싶은 것도, 뭘 해야 할지도 몰랐었는데 그 사람들이 있는 504호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황 아닌 방황을 심하게 했던 그 시간들에 형들마저 없었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었을 지. 누구에게나 짙게 남아있을 스무 살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의 절반 이상은 기숙사에서의 기억들이 짙게 배여있다.
그때부터도 PD가 꿈이었던 형은 PD가 되었고, 사업을 할 것 같은 형은 사업가가 되었다. 그 때는 꿈이없었지만 어쨌든 대학시절이 가기 전에 HR이 하고 싶었던 나도, 인사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더 좋은 방송국에서, 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더 가치있는 무언가에 대한 추구는 아직 얻지 못했지만, 오늘 하루도 갖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겠지만 그 꿈 언저리에서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10년, 그렇게 이십 대는 모두 지나가 버렸고 그 사이에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기억, 여전히 그만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 모두 공존하고 있지만,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기억을 함께 나눈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어서 기쁘다. 다들 행복하고, 성공하고, 그래서 다음에도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