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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r 04. 2018

후회에 대한 단상

  길었던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오는 듯 하다가 다시 겨울이 오는 것 같다. 왔다 갔다하는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왔다 갔다 한다. 12월부터 했던 고민을 3월까지 붙잡고 있다. 붙잡을 수 없는 계절만큼이나 이 고민도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안다. 요즘 들어 두통이 심해졌다. 어렸을 적에는 익숙했던 두통이었다. 왜 다시 두통이 재발했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싶다. 사실, 머리보다는 마음이 더 아프다.


“후회하지 않겠어?”

“당연히 후회하겠죠?”

“그런데, 왜? 그럼 아직 때가 아닌 거야.”


  후회 없는 선택은 영영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어떤 후회를 결정할 지 선택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도해보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시도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나은 후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택은 생각보다 객관적인 것일 뿐, 선택할 당시보다는 선택한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는 지가 그 선택을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선택의 순간은 나에게 기대보다는 두려움을 만남보다는 이별의 고통을 더 줬던 것 같다.


  살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종류의 이별을 생각해 본다. 대부분은 기한의 정함이 있었거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종류의 이별이었다. 나에게는 거스를 힘도 되돌릴 힘이 없었다. 이번에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종류의 이별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화자가 나일 뿐이다. 조금 더 후회하거나 원망 받게 될 쪽이 나일 뿐일 것이다. 


“많이 상처받지 않길 바래. 그리고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별의 순간에 믿고 싶지 않던 그 말들도 나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진심도 이제 조금은 이해가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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