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I'm Old Fashioned
새해를 시작하고 좋은 점은, 어떤 것에도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지 않아도 하루가 충분히 넘어간다는 점이다. 늘 바쁘게 돌아가는 일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보호자에게 해야 하는 검사 안내도, 숫자의 나열인 비용 문제도, 가슴이 무거운 그들의 슬픔도 잠시 책임지지 않아도, 그들의 슬픔에 누가 될까 무거워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곳에서, 변화무쌍한 일들 속에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도, 나를 다지기 위한 불필요한 스몰톡도 필요 없었다.
대신 내가 만든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 노래를 몇 곡 더 저장했다. 쳇 베이커의 I’m Old Fashioned가 유난히 오래 남았다. 말로 정리되지 않는 기분은 음악 안에 두는 게 여전히 가장 편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하루였다.
새해라고 해서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때, 나는 혼자 4B 연필을 깎고 종이를 만지며 하루를 보냈다.
요즘 점점 아날로그를 찾고, 향수를 그리워하는 걸 보니 마음이 조금 old fashioned해진 모양이다.
저녁은 대충 먹었고, 생각은 천천히 흘려보냈다.
이런 날도 필요하다. 맥주 한 캔, 책 몇 장, 필사 몇 줄. 그리고 엄마 병원에 가는 길에서 마주친 시장과 길거리의 풍경들까지.
걷다가 멈추면, 녹슨 철문에 붙어있는 조금 생뚱맞은 스마일 얼굴 하나. 특별하지 않아서 오래 남는 날.